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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도시이야기

전기도 없는 미술관에 매년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0. 8.
도시를 살린 10가지이야기(3) 
"모두가 떠난 섬을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문화의 섬'으로"


일본 오사카에서 배를 타고 20여분 거리의 세토내해(濑户内海)에서 요즘 '세토우치(濑户内) 국제예술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광주 비엔날레와 비슷한 행사인데, 특이한 것은 행사장에 7개의 섬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술제의 주제 또한 '바다의 복원' 이란다. 무언가 사연이 있는 듯 하다.





세토내해의 섬들은 옛부터 해상교통의 대동맥으로 오가는 배가 섬에 들러 항상 새로운 문화와 양식을 전해왔던 곳이었다.
근대에는 채석장과 제련소등이 성업하면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구조의 변화로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고, 갈곳없는 노인들만 남은 몰락한 섬들이 되고 말았다.  

아무도 찾지않던 이곳에 '예술의 힘'으로 기적이 일어났다.
'바다와 태양과 예술과 건축, 그것을 하나로 한 문화의 섬'을 만들고 싶다는 일본의 교육, 실버 그룹인 '베네세'의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의 구상으로 변화는 시작되었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기적은 1987년 후쿠다케 회장이 10억엔을 들여 나오시마 섬의 절반을 사들이면서 시작되었다.
시코쿠 가가와현 나오시마.
원래 후쿠다케 회장은 이 부지를 학생들을 위한 캠프장으로 이용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건축가'안도 다다오'를 만나면서 캠프장이 아닌 예술 작품으로 섬 전체를 채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1992년 미술관과 호텔을 결합시킨 독특한 건축물 '베네세하우스'를 완성한다.
이후 몇가지 프로젝트가 더 진행되었고 2004년 화제의 '지중미술관'이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노출콘크리트로 지어진 3층 규모의 이 미술관은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는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땅속에 들어간 형태를 취하고 있다. 게다가 단 세명의 작가의 아홉개의 작품을 위해 미술관이 지어졌다는 사실도 놀랍다. 
건물자체가 작품인 이 미술관에 관광객이 몰려 들었고 섬전체가 예술작품으로 변모하였다.


베네세 그룹의 아트프로젝트는 이누지마로 이어졌다.
지금은 쇠락한 이누지마도 호황을 누린 시절이 있었다. 1909년 구리정련소가 세워지면서 인구는 3천명이 넘었다. 하지만 구리가격의 대폭락으로 10년만에 제련소는 폐쇄되었고 채석업마저 쇠퇴하면서 인구 55명. 평균연령 73세의 몰락한 섬이 되고 말았다.

후쿠다케 회장은 '이누지마 재생'을 위한 아트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존재하는 것은 살리고, 없는 것은 만든다'라는 생각을 강조했는데, 2008년 4월에 공개한 '세이렌쇼'(精鍊所)가 그 첫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근대화산업유산을 현대미술관으로 재생하면서 보존과 예술, 환경을 모두 염두에 두고 계획되었다.


이 미술관은 건물유지를 위해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전시관의 광원은 태양광을 거울로 수차례 반사시켜 내부로 유입시킨다.
이 통로를 통해 빛 뿐만 아니라 자연의 소리도 미술관으로 스며든다.


겨울에는 온실을 거쳐 지하미술관으로 들어간 더운공기가 전시실의 환기통로를 통해 23도의 실내온도를 유지한 뒤 굴뚝을 통해 나가는 자연난방시스템이다.

여름에는 반대로 지하통로에서 생성된 차가운공기로 전시공간의 실내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 후 굴뚝을 통해 내보내는 자연냉방장치를 적용했다. 

빛과 소리 말그대로 자연과 공조해서 냉난방을 유지하는 친환경 미술관이다.


이 뿐 아니라 나오시마에서 배편으로 20분거리에 있는 작은섬 '데시마'에서도 또다른 예술프로젝트가 진행중이라고 하니 예술의 확산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궁금하고 부러울 따름이다.

마산 구산면과 진동면을 끼고 있는 바다는 해안선이 아름답고, 크고 작은 유,무인도 섬들이 연출하는 풍광도 수려하다.
돝섬을 비롯한 근해의 아름다운 섬들을 연계해 자연과 예술, 역사의 숨결이 묻어나는 '문화의 섬'으로 만들어 나가면 어떨까?  


참고.
KBS 환경스페셜 '친환경건축 도시를 살리다.'
부산일보 '버려진 섬을 예술1번지로'<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