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우는 도시이야기

지혜의 길로 안내하는 도서관

by 허정도 2009. 6. 24.
<관련기사>
2009/06/22 - [도시 이야기] - 도시문화의 혁명, 빠이올 극장
2009/06/19 - [도시 이야기] - 생각이 도시를 바꾼다, 꾸리찌바의 거리와 광장
2009/06/18 - [도시 이야기] - 지구 반대편, 꿈의 도시를 찾아가다

꾸리찌바 이야기 4 (건축물2)

지혜의 등대, 도시의 등대


도시의 주거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는 이 시설은 꾸리찌바 시가 빈민들에게 ‘지혜의 길로 안내하는 도서관’을 제공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등대이다.

이곳에서는 학생과 빈민들에게 아침 8시부터 반 9시까지 도서를 대여해 주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각 등대 당 약 3천여 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으며 책은 한 달에 최고 4만 7천권이 대여된다고 한다.


박용남은 ‘지혜의 등대’를 두고 꾸리찌바 시가 소외된 도시 빈민과 서민의 가슴속에 희망을 싹틔운 ‘문화의 나무’라고 했다. 그는 어느 ‘지혜의 등대’ 책임자의 말을 빌려 표현하기를 ‘지역 주민들에게 이 도서관은 선물이다. 시내에 공공도서관이 있지만 이용하기가 힘들다.

이 지혜의 등대는 초등학생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주민들이 이용한다. 책을 빌리고 조사도 하고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주민들에게 이 등대는 문화적 혜택을 골고루 나눠주는 횃불인 셈이다’라고 소개했다.



3층의 철골구조물로 건설된 이 건축물의 기능은 단순했다. 외형은 바닷가의 등대를 모방해 설계했지만 불과 30여 평에 높이 16m의 건물이었다. 1층에는 책이 진열된 선반과 책상 등이 있고 2층에는 독서를 할 수 있는 조용한 방과 몇 개의 탁자 및 다섯 대의 컴퓨터가 갖춰져 있다. 등대를 중심으로 원통을 4분의 1로 자른 형상으로 직면은 채도가 높은 짙은 푸른색의 막힌 벽이, 곡면은 유리로 처리하여 낮에는 채광을, 밤에는 조명효과를 노린, 철골조의 심플한 구성이었다.

자동차로 꾸리찌바 시를 다니는 내내 지혜의 등대를 여러 개 볼 수 있었다. 지혜의 등대는 시내 초등학교의 도서관을 학교 담장 밖으로 끌어낸 어린이와 주부를 위한 공공 문화시설로서 꾸리찌바 시 전체에 5-60개가 있다고 한다.




등대 속에 설치된 나선형의 계단을 올라가면 경찰관 한 명이 밤 9시부터 근무하는 망루가 있고 비상전화도 가설되어 있다. 지혜를 밝혀주는 등대가 밤이 되면 지역사회에 아름다움과 안전을 제공하는 ‘치안의 등대’로 변하는 것이다.


한 조용한 마을의 ‘지혜의 등대’를 찾았다.

토요일 오후라 문은 잠겨있었지만 마침 열 서넛 살 되어 보이는 아이가 한 명 앉아있어서 말을 걸어보았다. 아이는 이곳을 자주 찾는다면서 이 동네 아이들 모두 여기에 자주 온다고 했다. 인터넷을 주로하며 책도 간혹 빌려본다면서 지금은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 건물이 있었기 때문에 이곳이 자기들의 놀이터이자 모임장소라고 했다.





‘도시의 등대’란 ‘지혜의 등대’와 모양과 기능은 비슷하지만 규모가 조금 큰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꾸리찌바에 단 한 채가 있다. 동네 높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토요일에는 오후 1시까지만 운영을 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찾은 시간이 아직 일러 관리인을 만날 수 있었다.


 

      


 

여성 관리인 ‘호사우바’씨는 반갑게 우리를 맞이하였고 익숙한 태도로 건물의 용도를 설명하였다. 등대 이용자는 주로 학생과 주부들이며 한 달에 2천여 명이 사용한다고 했다. 지혜의 등대에는 인터넷과 책이 있지만 이곳은 인터넷과 비디오테이프가 구비되어 있다고 했다.

1인당 하루 1시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으며 3장의 프린트까지 무료라고 했다. 1995년에 건축하였으며 자신은 이곳에서 6년 째 근무 중이고 공무원이라고 했다. 총 6인이 하루 3교대로 두 명씩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근무하는데 자신이 하는 일이 매우 보람 있으며 즐겁다고 했다.


 

       

 

우리가 방문하는 동안, 실내에는 한 모녀가 비디오를 감상하고 있었다.


등대 위로 올라갔다. 생각보다는 높았다. 동네가 한 눈에 시원하게 내려보였으며 동네에서도 이 건물이 잘 보이게 설계되어 있었다.

건물은 쇠와 나무를 이용하여 간단하게 지었으나 건물의 조형성과 공간 구성, 색채를 사용한 것을 보아 매우 수준 높은 건축가가 설계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간단하고 검소하며 건축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시설물, 익히 알고 있었던 꾸리찌바의 도시행정 철학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복합근린시설 - 시민의 거리

 

                                                 


도시를 위한 혁신적인 사업이 개시된 이래, 꾸리찌바 시는 주택, 하수도망, 학교, 보건 및 데이 케어 센터와 같은 다양한 사업에 역점을 기울였다. 그 중 두드러진 사업 중 하나가 하파엘 그레까 시장(1993-1996년)이 추진했던 ‘시민의 거리’였다.

내가 찾은 ‘시민의 거리’는 1995년 3월 29일 최초로 개장된 것이었다.


 


 

꾸리찌바 도시 전체에 다양한 형태로 여덟 개나 지어져있는 이 시설은 시내버스의 터미널기능과 공공업무 기능 그리고 근린생활을 위한 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여러 종류 버스의 종착역 혹은 환승역으로 사용되는 점에 착안하여 건물 외부에 원형 도로가 외부도로를 연결하고 있었으며 원형도로를 로터리로 이용하여 다시 출발할 차들이 원 내부로 들어와서 밖으로 나가는 시스템이었다.



지면에서 원활하게 버스를 출발시키기 위해 절반으로 나누어진 두 건물을 공중(2층)에서 브리지로 연결하여 하나의 건물로 만들었는데 철골을 이용하여 간편하게 건축했으나 건물이 기대하는 의도는 특별하였다.

한쪽 건물의 용도는 공공서비스의 분산화를 위한 공적인 업무들, 즉 은행, 각종 서류발급, 청소년 상담실 등이 있었고 다른 한쪽의 용도는 부식가게 채소 혹은 과일가게, 슈퍼마켓 등 사적인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이었으며 농구와 미니축구를 할 수 있는 규모의 실내 체육관이 별도로 제공되고 있었다.




이 시설은 원거리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공적인 업무는 물론 별도로 도심으로 나갈 필요 없이 필요한 것들을 원 스톱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착안이었다.

철판 곡면지붕에 노란 색을 칠하여 건물의 인지도를 높인 점과 간편하면서도 사려 깊게 이용자를 배려하고 있는 경사로, 영역을 구획하는 긴 벽과 체육관의 곡선지붕 등 건축 계획이 탁월했다. 책에서 제공된 사진 외에도 건물이 더 증축되어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