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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도시이야기

당신의 말이 듣고 싶습니다

by 허정도 2013. 1. 23.

어제와 그제, 지역 언론에는 통합창원시 청사위치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머리기사를 장식했습니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결과가 예고되었던 터라 보도 자체가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시민다수가 신청사 건립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 이미 예측되었던 일입니다.

여론조사결과를 두고 일부 언론과 SNS에서 통합정신 훼손, 비민주적 의사결정, 통합준비위원들을 향한 날선 비판 등 이런저런 주장들이 있습니다만 모두 쇠귀에 경 읽기인 것 같습니다.

통합 때문에 생긴 청사위치 여론조사결과를 보니 문득 지난 일들이 생각납니다. 3년 전 상황들 말입니다.

 

 

통합에 가장 앞장 선 분들은 당시 한나라당의 지역 국회의원, 시의원들이었습니다. 당시 병환 중이었던 진해시장을 뺀 두 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의원들의 변화는 정말 무쌍했습니다. 통합의결이 2009년 연말이었고 2010년 봄에는 지방선거 공천이 결정되는 상황이어서 공천권자의 눈치를 안볼 수 없긴 했습니다만 많이 심했습니다. 이 분들의 힘으로 세 도시 통합은 마치 번개 불에 콩 구워 먹듯이 추진되었습니다.

전국 여러 곳에서 동시에 통합이 추진되었습니다만, 합리적인 토론이 조금이라도 있었던 타 지역에서는 한 군데도 성공하지 못했고 창원 마산 진해만 성공, 현재의 창원이 되었습니다.

이 글을 보시면서 “이미 물 건너 간 일인데 지나간 일 들먹여 뭐하나”라는 분들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세 도시의 통합이 첫 걸음에서 한 발짝도 더 못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합 후 2년 반이 지났습니다. 그간 좋은 일 보다는 언짢은 일들이 더 많았습니다.

의회 단상점거는 물론 시의원끼리 멱살잡이를 하기도 하고, 시민들이 의회로 몰려가 물리적인 힘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통합 때문에 경기가 나빠졌다고 한숨을 쉬는 분, 이름 잃은 도시를 생각하며 안타까워하는 분, 예산 낭비된다고 억울해 하는 분 등 통합에 불만을 터트리는 분들은 많지만, 통합이 잘 된 일이라고 만족하는 분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2014년 전국이 통합될 것이라고, 그 때 통합되면 인센티브도 없으니 어차피 할 거라면 먼저 하는 것이 상수라고 떠들었지만 내년이 2014년인데 아무 기척도 없습니다. 마치 통합이 만병통치약처럼 도시를 살려 줄 거라고 했지만 치료는커녕 지역갈등이라는 합병증만 커지고 있습니다.

시청사 위치 결정을 목전에 두고 상황이 더욱 나빠졌습니다. 통합준비위원회가 결정한 ‘통합청사 순위결정’이 번복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공연히 ‘원점으로’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급기야 어제 오전에는 마산지역 출신 시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박 시장더러 통합준비위원회의 결정사항을 지켜라면서 시장사퇴까지 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말을 해야하는 분들이 입을 닫고 있습니다.

통합이 옳았느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릅니다. 하지만 지금 시청사 문제로 지역사회가 이렇게 시끄러운데 책임있는 사람의 정확한 해명이 없다는 건 뭔가 이상합니다.

시청사의 위치문제는 사실상 ‘창원에 그냥두자’는 주장과 ‘마산과 진해 중으로 옮기자’는 주장의 충돌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공직에서 떠난 분들은 차치하고, 마산과 진해에서 선출된 현직 공직자들 중 이 일에 책임있는 분이 나서서 자기 의사를 밝히는 게 시민에 대한 도리입니다. 하지만 통합시청사에 직을 걸겠으니 표 달라고 했던 국회의원도, 통합준비위원회에 참여했던 시도의원도 입을 닫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요?

진해 김학송 국회의원은 현직을 잃었다지만 마산의 이주영 안홍준 두 의원은 왕성하게 활동하며 지역을 호령하고 있습니다.

당시 통합준비위원 중 마산의 김이수·이흥범·이상인 의원과 진해의 유원석 의원은 지금도 시도의원으로 활발히 일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적어도 이 분들은 입을 열어야 합니다. 통준위의 결정은 무엇이었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말을 좀 하십시오. 시민인 저는 당신의 말이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