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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도시이야기

그들을 고발한 이유

by 허정도 2014. 3. 27.

지난 3월 10일, 저와 차윤재 마산YMCA 사무총장은 각각 속해있는 시민단체를 대표하여 마산가포신항사업 시작 당시의 관계자들인 장승우 해양수산부 장관, 이정욱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황철곤 마산시장, 김형남 (주)마산아이포트 대표이사를 창원지방검찰청 마산지청에 형사고발했습니다.

우리는 왜 마산가포신항과 관련된 이 네 사람을 고발했을까요? 다투는 사람도 말려야 될 나이인데 왜 그랬을까요?

 

 

마산가포신항은 시작부터 잘못된 사업이었고, 잘못된 시작을 덮기 위해 시행과정에서 더 많은 잘못들이 행해진 추악한 사업입니다.

이 엉터리 공공사업을 정당화시켜주기 위해 전문가들이 허위로 용역보고서를 작성했고, 국책사업에 기대어 정치적 이득을 노린 마산시장은 이 사업으로 마치 마산이 경제적 돌파구를 찾을 것처럼 지역민들을 호도했던 사업입니다.

그 동안 우리 시민단체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정부와 마산시에게 물었습니다. 마창진 통합 후에는 통합창원시에게도 물었습니다.

사기업이었다면, 내 돈 드는 일이었다면, 이런 사업을 시작했을 것인가?

당신 개인사업이라면 경제성도 없고 전망도 없는 사업을 오직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밀어 붙이겠는가?

사업자인 (주)마산아이포트에게도 물었습니다. 최소수익보장이라는 혜택이 없었다면 이 사업을 계속 진행했겠는가?

가슴치며 물었지만 우리의 물음에 장관, 시장, 사업자, 누구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대답해야할 사람들이 일을 열지 않자, 답답했던 시민들이 대신 답했습니다. ‘아니오’라고.

아무리 국책사업이라 하더라도 시작이 잘못되었고, 과정이 잘못되었고, 결과 역시 잘못되었다면, 그래서 그 중첩된 잘못들이 지역민의 삶을 위협하고, 지역사회를 피폐하게 만든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잡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설령 완공된 사업이라 하더라도, 냉정하게 따질 것은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 있으면 엄중히 그 책임을 물어야합니다. 그래야만 이런 엉터리 국책사업의 반복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번 우리의 고발은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지역사회의 여론과 지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한 중앙정부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문제제기입니다.

또한 국책사업을 비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국가연구기관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국비만 따내면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던 당장의 치적이 된다고 밀어부치는 지역 정치권에 대한 문제제기이고, 이권만 챙길 수 있으면 무슨 일이든지 벌이는 양심 없는 기업에 대한 문제제기이며, 자리만 옮기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시키는 일이라면 아무 짓이라도 하는 일부 무책임한 공직자들에 대한 문제제기입니다.

우리의 행동을 두고 누군가는 해묵은 지난 일을 왜 들춰내느냐 할 것이고, 누군가는 질 것이 빤한 싸움을 왜 시작하느냐고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래 전에 시작된 일이고, 결과를 낙관하며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것 뿐 아닙니다. 앞으로 번거로운 절차들이 진행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전개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포신항 문제는 해묵은 과거가 아니라 머지않아 닥칠 우리의 불편한 미래라는 생각으로, 마산만과 이 도시를 염려하며 고발장을 접수하였습니다.

돈이 된다면 어떤 짓도 서슴치 않고 해대는 토건세력과 그들의 탐욕을 채워주며 뭔가를 노리는 부도덕한 공직자를 향한 시민들의 함성을 함께 담아 고발하였습니다.

통상적으로 이번 소송이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태껏 제대로 된 법적 다툼이 없었기에 혹시 몰랐던 일들이 밝혀지지나 않을까, 그래서 마산만과 이 도시를 지키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고 있습니다.

이 고발을 끝으로 우리 지역에 두번 다시 이런 어처구니 없는 개발사업이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