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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도시이야기

김형윤의 <마산야화> - 31. 마산의 미각

by 허정도 2015. 7. 13.

31. 마산의 미각

 

지금은 경향 각지에서 곰탕이 없는 곳이 없다. 그러나 옛날엔 생활이 윤택한 가정에서만 끓여 먹을 수 있었다.

마산엔 구 삼성(三省)병원 뒤에 박복년이라는 이가 곰탕장수를 시작한 게 그 원조로 손꼽을 수 있다.

이 집의 곰탕은 유명했지만 곁들여 깍두기의 맛 또한 구미를 돋구었다. 이관용(瓘瑢) 박사가 이 집 곰탕과 깍두기 맛을 본 뒤로는 지방순회 강연으로 영남방면에 올 때면 백사(百事)를 젖혀놓고서라도 복년네 집 곰탕을 먹고 가야만 맘이 후련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재직 시에 점심시간만 되면 사원들은 마산 복년네집 곰탕의 예찬이 대단하였다고 한다.

이 복년네집 다음으로 현재 구외과(具外科) 자리에 김성일 유기점에서 그 집 부인 경련 여사의 곰탕과 비빔밥도 또한 호평이었다. 또 박병주 집과 시민극장 위에 한 3년 전부터 고달순네라는 곰탕집도 이름이 높았는데 이들은 이미 80고개를 넘어 자부에게 넘겨주고 지금은 불공드리는 게 큰 낙이라 한다.

그 무렵 곰탕 값이 15전에서 20전 하다가 50전까지 올랐었다.

 

비빔밥은 10전 하다가 차츰 올랐다. 조창 뒤 (제일은행) 김점조 집과 복남네 집 비빔밥이 또한 천하일미였다.

전등이 없는 시절이라 문전에 석유 호롱의 가등(街燈)을 세운 집들이었다. 선창 방면에 손 씨 할머니집과 최대규네 집 비빔밥 맛을 한창 때의 청년들이 두 그릇은 해치워야 직성이 풀리기도 했다.

지금 성업 중인 마산집 비빔밥 맛이 그 전통을 이어온 듯하다.

버들다리거리 석태네 집 복국과 창원집 생선국 맛은 술꾼들의 비위를 맞추어 주는 곳이었으나 이들도 세상을 떠나 다시는 그 맛을 볼 수 없다.

마산 가까이 창원 미나리와 매축되기 전의 서성 모래밭에서 잡히던 조개와 속, 서성 굽터기의 연근 맛을 아는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들어오는 걸 먹지 못할 것이다.

마산 근교인 진동의 민물장어는 다른 곳 장어보다 지방이 많고 물이 맑아서 척추 병자와 폐 환자에 특효일 뿐 아니라 보음보양(補陰補陽)에 안성맞춤이다. 또 이곳 은어는 물이 청렬(淸洌)하여 여름철엔 손님이 끊어질 날이 없다.

마산 앞바다에서 잡는 특산물인 미더덕으로 만든 찜과 가재를 난도질을 해서 만든 된장찌개는 입맛 없을 때 더욱 좋다.

창원강 대구 맛은 동해보다 진미가 있다. 깡다구(대구의 등뼈) 된장 찜은 처음 먹는 이는 언짢은 표정을 짓지만 일단 먹어본 사람은 식모에게 구걸하다시피 교섭을 하게 된다.

이것 뿐이랴!

봉암의 꼬시락 회는 한 여름철에 과연 일품이다. 거제 밧도의 건멸치는 일인들이 침을 흘리는 고기다. 그 국물은 조미료의 왕자라고 한다. 그래서 말린 멸치는 고향 떠난 친지나 일가들에게 선사용으로 보내기도 한다.

최근 새로운 음식이 나타났다.

즉 아구라는 것인데 3, 4년 전만 해도 어망에 걸리면 바로 바다에 버리던 것이 갑자기 밥 반찬과 술 안주로 대중의 총애를 받고 잇다. 이제 지독하게 매운 양념으로 만들어져서 도리어 구미에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먹을 땐 휴지나 수건을 갖고 있어야 땀, 콧물, 눈물을 닦을 수가 있다. 아주 맵다.

 

돝섬 근처의 생멸치와 설진 앞바다의 도시, 감숭어, 도다리 등은 이곳의 명산으로 그물에 걸려든 것을 그 자리에서 먹으면 고량진미가 이 위에 또 있을 수 없다.

이것을 회로 하여 좋은 간장이 아니면 막장에다 싱싱한 채소에 싸서 맛 좋은 청주를 한 잔 곁들이며 정다운 친구와 바닷가 자갈에 앉아 먹어 보라.

권커니 자커니 하는 아취(雅趣)는 진실로 우화등선(羽化登仙)하는 맛이란 어찌 구설(口舌)로 표현하리.

지금은 그 때 그 맛을 찾을 나위없는 밀양 삼문동 대밭집, 진영, 창녕 등의 순 재래식 약주를 겹치면 밤새는 줄 모르고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마산 앞바다의 생선이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마산의 미각을 자랑으로 뺄 수 없는 것은 첫째 물이 좋아 술맛은 일주(日酒) 나다()와 어깨를 같이 할 수 있고, 가정에서 담근 간장 맛은 동래 간장 맛과 난형난제로 이것으로 조미한 음식을 먹으면 장수와 건강에 좋으며 타지방 간장을 단연 앞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