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경관생태론’ 강의 때 대학원생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공무원이면서 도시학을 공부하는 김윤수(가명) 씨가 ‘특별시 서울의 특별한 녹지사업’을 소개했습니다.
도시경관에 관심이 많은 김윤수 씨는 서울시가 최근 세운상가 앞에 조성한 「서울 세운초록띠 사업」을 견학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다녀왔다면서 재미있는 사례 하나를 소개했습니다.
잘 나가는 서울시가 한 사업이라 기대를 잔뜩 안고 갔더니, 녹지사업이랍시고 도심화단에 벼와 수수를 심어 놓았더랍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 사업에 관계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로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한말 해주었답니다.
그랬더니 친구는
“나도 화단에 벼 심은 것 동의하지 않는다” 면서,
“쌀이 나무에서 열리는 줄 아는 게 요즘 아이들이라 교육적으로는 도움 되지 않겠느냐며 윗선에서 결정했다”고 하더랍니다.
친구의 그 말에 김윤수 씨가
“만약 그렇다면 서울 변두리에 논마지기라도 확보해서 교육이든 뭐든 해야지 이게 무슨 녹지사업이냐”라고 한 방 놔주었답니다.
벼와 수수도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것들이 농촌풍경을 연상시켜 삭막한 환경에서 사는 도시민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서울시의 의도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나도 김윤수 씨 처럼 도심화단에 심어 놓은 벼와 수수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지방의 공무원이 특별시공무원에게 한 방 놨다는 그 말에, ‘참 맞는 말’이라고 동의해주었습니다.
어린 아이가 쌀이 나무에서 열리는 줄로 알고 있다면 그건 어른들 책임입니다.
특히 그 아이의 부모와 그 아이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의 책임이 큽니다.
벼가 익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요즘 같은 계절에 부모가 자녀데리고 인근 농촌에 바람이라도 한 번 쐬고 들어오면 자연히 알게 될 일입니다.
살아가는데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암기 위주 수업시간 좀 줄여서 선생님이 아이 데리고 교외로 나가 논 구경 한 번 시켜주면 쉽게 해결될 간단한 일입니다.
화단에 벼를 심어 놓고 ‘쌀은 이렇게 벼에서 열린다’고 가르쳐 놓으면, 그땐 정말 우스운 일이 생길 지도 모릅니다.
‘아, 벼는 화단에서 자라는 구나’라고요.
그때 가서야 아이들을 들판으로 데리고 나가 ‘벼는 이런 곳에서 자란다’고 가르치렵니까?
그리고 쌀이 나무에서 열리는 줄 아는 것처럼 아이들이 사실을 사실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게 어디 한 두 가지이겠습니까?
따지고 보면 벼와 나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그리 큰 문제도 아닙니다.
조금만 더 자라면 당연히 알게 될 사실이니까요.
경쟁사회에 내몰린 우리 아이들에게 그 보다 훨씬 더 시급하고 중요한 것들이 많지 않겠습니까.
제발 어른의 잣대로 아이를 재지 맙시다.
'벼는 논에서 자라고 수수는 밭에서 자란다'는 걸 알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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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2009/10/28 15:10
저도 최근에 어느 휴게소에서 화분에 벼를 심어놓은 것을 봤습니다. 잘나가는(?) 서울시를 벤치마킹 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남름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려는 시도라도 하니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 -
괴나리봇짐 2009/10/29 07:53
서초구와 강남구에 걸쳐 있는 양재천변에 가면
논을 흉내내어 벼를 심어둔 곳이 있답니다.
거기에 올챙이를 풀어 개구리도 제법 키우지요.
어설프지만, 그나마 화분에 심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었습니다.
동네 어린이집, 유치원 아이들에게는 어쨌든 교육현장이 되니까요.
예전에 도쿄에선가요? 거기서도 도심 한복판에 논을 만들어서
벼를 수확하던 장면을 본 것 같습니다.
기왕 흉내를 내려면, 앞의 사례처럼 좀 성의를 갖고 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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