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도시이야기

마산 해양신도시 운명 결정할 안상수 시장님께

by 허정도 2016. 3. 18.

마산 해양신도시 운명 결정할 안상수 시장님께

 

오래 동안 지역을 떠나있었던 분이라 2년 전 취임 때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취임 후 보여준 모습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특히 도시철도문제의 간명한 해결과 주남저수지 보전에 대한 입장은 매우 신선하였습니다. 이 글은 그런 기대감으로 씁니다.

 

인공 섬 해양신도시가 처음 계획된 것은 어언 15여 년 전입니다.

당시 황철곤 마산시장은 저 섬에다 고층아파트를 지을 계획으로 시민들 동의를 구했습니다. 그러나 도시 사정을 잘 아는 다수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계획을 바꾸었습니다. 매립은 하되 아파트는 짓지 않겠노라 약속했던 겁니다.

이 약속은 통합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박완수 시장도 아파트와 상가가 아니라 공익을 위한 용지로 개발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습니다. 주민설명회에서도 똑같은 약속이 있었고, 담당국장과 개발계획자문위원장도 같은 약속을 했습니다.

이 분들이 저 섬에 아파트와 상가를 짓지 않겠다고 약속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기존 마산도시에 아파트로 재개발해야할 대상지역이 너무 많고, 힘들게 장사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소상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직자가 아무리 좋은 약속을 해도 돈 없으면 그 약속 지킬 수 없습니다.

하여 시민단체에서는 매립규모를 줄이는 방법과 돈을 적게 들여 매립하는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창원시는 투입비용의 고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고, 그동안 시장님도 바뀌었습니다.

이제 드디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놀랍게도 창원시가 공모한 해양신도시 개발사업에 아파트건설 전문기업인 부영주택이 단일후보로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 부영이 제출한 제안서의 적정성 여부를 심사합니다.

부영이라고 해서 이 섬 모두에 아파트만 짓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겠지만 시민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부영이 개발권을 가지게 되면 저 섬은 아파트와 상가로 가득찰 것이라고 말입니다.

 ‘시장인 내가 막아 내겠다고 하셔도 그건 시장님 임기 중에만 가능한 일입니다.

 

안상수 시장님! 만약 부영이 사업자로 선정되어 저 섬에 아파트와 상가가 줄지어 들어서면 기존도시는 매우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됩니다.

외국의 비슷한 사례로 유추하면, 셔터를 내린 상가들과 낡고 빈 건물들이 적지 않게 나타날 것이고 지가는 하락할 것입니다. 도시재생도 말잔치로 끝날 것입니다.

저의 이런 예측이 시장님 듣기에 거북할지 모르지만 결코 빈말 아닙니다.

인구증가세가 멈추고 시민들의 평균연령이 높은 도시에 신도시 건설해서 아파트와 상가를 지어댄 곳(마산 도시상황과 꼭 들어맞지 않습니까?)에서 흔히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일본과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에도 이런 도시 적지 않습니다.

나타나기 전에는 보이지 않고 나타난 뒤에는 아무리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도시난개발(sprawl) 재앙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 번 오고 가버리는 태풍 매미가 차라리 좀 낫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시장님께서는 지난하게 끌어온 해양신도시 개발의 마지막 문턱에 서 계십니다.

초중고 어린 시절을 보낸 이 도시의 미래를 걱정하신다면, 그래서 시장 직을 맡으셨다면, 개발의 환영만 쫓는 이들을 내치고 저 섬과 기존도시가 공생하는 길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지도자의 한순간 판단이 수십만 시민의 삶을 평화롭게도 할 수 있고 내팽개칠 수도 있습니다. 공동화로 쓰러진 도시들의 몰락원인도 발전을 명분으로 자행된 잘못된 도시정책때문이었습니다. <<<

<이 글은 오늘자 경남도민일보에 실린 투고입니다>

 

<3년 전 창원시가 투자 유치를 기대하며 제시한 홍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