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속 도시이야기

김형윤의 <마산야화> - 97. 탄산가스 소동

by 허정도 2016. 6. 20.

97. 탄산가스 소동

 

마산의 도로 연혁이 별로 없으니 상보(詳報)는 어려우나 부림시장에서 서성동 내림길 일대에는 수백년을 헤아리는 고목들이 가히 천일(天日)을 가릴만치 울밀(鬱密)하여 이곳을 숲골(林谷)이라 불렀고,

 

또는 서림(西林)이라고도 하여 지금 이한철(李翰喆) 치과의원 아랫집 터에 보통학교 생도들의 복습방이 있어 그 이름을 서촌숙(西村塾)’이라고 부르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이곳에 신작로를 설치하기 위하여 모든 초부(樵夫)들을 동원하여 그 굵은 나무들을 톱질을 해서 베어내는 것인데,

 

그 초부라는 것이 산에 잡목이나 메는 말하자면 졸때기들이어서 고목을 베는 큰 톱을 써 본 적도 없을 뿐 아니라 고목을 베는 상식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몇 개의 고목을 베는 동안에 초부 수십명이 한꺼번에 졸도를 해 버린 사실이다.

 

몰려든 가족들로 하여 난데없이 작업장 현지는 상갓집처럼 울음바다가 되었다.

 

원인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렇게 오래 묵은 고목을 베는 데는 제물을 갖추어 목신(木神) 앞에 경건히 제사를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목신의 노여움을 사서 그 벌을 받은 것으로 단정하였다.

 

졸도해서 깨어난 초부들은 지금부터라도 목신에게 치성을 드리기 전에는 작업을 거부한다는 태세이었는데, 알고 본즉 오래된 고목을 베는 데서 발산하는 탄산가스 때문에 그것을 마신 초부들이 의식을 잃고 조롣한 것을 그 뒤에야 알아낸 것이었지만, 미신에 젖은 몽매한 그들에게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소뿔에 벌 쏘는 격이 되어 막무가내였다.

 

과연 그들의 고집대로 목신제(木神祭)를 올리고 작업을 계속했던 것인지 그 후문은 듣지 못하였지마는,

 

그 당시 신작로라고는 해도 현재의 부림시장 입구 구도로의 넓이와 별로 다를 게 없었고,

 

옛날의 강본(岡本) 사진관(현재 이한철 치과) 앞에는 신작로 이전까지만 해도 노목(老木) 10여 주가 늠름히 서 있었던 것으로 그 기억이 새롭다.<<<

 

 

숲골이라 불렀던 서성동 내림길은 아래 지도 가운데 있는 동서동주민센터 앞 길이다 - 올린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