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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도시이야기

'밀턴 케인스' - 내일의 도시

by 허정도 2009. 12. 10.

"신도시가 될 세종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다.
신문을 읽다가 문득 이상적인 신도시 하나가 떠올라 소개한다.
세종시도 이처럼 되기 바라면서·······"



마산 개항 1년 전인 1898년,
영국인 하워드는 『내일의 전원도시』라는 명저를 낸 뒤 레츠워드(Letchworth)와 웰윈(Welwyn)이라는 두개의 전원도시를 만든다.
이렇게 시작된 전원도시 전통에 따라 영국정부는 20세기에 모두 25개의 신도시를 건설했다.

'밀턴케인스'는 영국정부가 마지막으로
만든 신도시이다.
런던과 버밍엄 사이에 있다.
1967년 착공하여 지금의 도시로 되기까지 30여년이 걸렸다.
2-3년에 뚝딱 도시 한 개를 만드는 우리에게는 지루한 시간이다.

1월, 겨울이었다.
글과 그림으로만 보던 이 도시를 찾았다.
런던에서 기차를 탔다.
가늘게 비가 내리는 을씨년스러운 겨울이었다.

방문객을 맞이한 '밀턴케인스'의 기차역은 소박했다.
그래서 편안했다.


원래 '밀턴케인스'는 맑고 아름다운 호수를 가진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다.
새 도시를 만들면서도 이러한 자연조건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하였다.

도시중심에 원형 돔이 우뚝 솟은 교회 외에 주거용 건물은 4층, 상업용 건물은 6층 이하로 제한하였다.
도시 어느 곳에서도 아름다운 원경이 보였다. 사방이 탁 트여 도시가 넓게 느껴졌다.
게다가 이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한 이후 매년 1백30만 그루씩 심어온 나무가 도시를 뒤덮고 있었다.

영국의 마지막 새 도시이자 ‘나무도시’ ‘자족도시’ ‘영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첨단도시’로 불리는 '밀턴케인스'는 많은 별명만큼이나 모습도 다양했다.

유리로 된 초현대식 상업용 건물과 아름답게 디자인된 붉은 벽돌주택, 중세 성곽과 오래된 마을, 곳곳에 산재한 시민농장과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 잘 정리된 도로와 도시 복판을 지나는 아름다운 운하.
도시가 완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는지는 몰라도, 내 눈에는 완벽한 도시로 보였다.
지상천국이라는 말이 있더니 이런 곳을 두고 하는 말인가 싶을 정도였다.

                               <도시 곳곳에서 찍은 사진들>


첨단산업시설과 함께 도심운하에서는 송어와 농어를 잡아 올리는 낚시꾼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호수에는 새들이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자동차도로와 자전거도로, 그리고 '레드웨이'라 부르는 보행자전용도로가 녹지를 사이에 두고 거미줄 처럼 엮여 있었다.
비가오고 평일이라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사방 1㎞에 ‘얼롯먼트’라는 시민농장이 1개씩 있었다.
우리의 도시외곽 주말농장과 달리 집 근처에 있어서 시민들이 언제나 쉽게 찾아가 농사일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통해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먹는다.
그뿐아니라 각자 농사지은 채소와 과일을 서로 교환하기 때문에 그 과정을 통해 이웃과 어울리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
1년에 27파운드, 우리 돈으로 1년에 3만5천원 정도를 시청에 납입하면 1백 평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겨울이라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수시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음은 흔적으로 알 수 있었다.


       <위로부터, 얼롯먼트(2) / 구분된 보차로 / 자전거 길 / 도시 속 호수>


'밀턴케인스'는 제조업과 유통업이 대표산업이다.
깨끗한 환경을 지키기 위해 공해유발산업체는 아예 받지 않는다.
회사 건물은 대부분 2-3층이며 곳곳에 아름드리나무와 정원이 있어서 회사인지 주택인지 정원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였다.

이 도시를 만든 사람들은,
새 도시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있었던 오래된 마을들은 그대로 보존해 새 도시와 공존케 했다.
특이했던 점은, 공장들을 한 곳에 집중시키지 않고 도시 이곳저곳에 산재시켜 집 가까운 곳으로 출근할 수 있게 한 것이었다.
이 시대의 트랜드, 직주공존 도시였다.
직주공존은 당연히 굴뚝 없는 산업을 낳았고, 그래서 '밀턴케인스'는 첨단산업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이 도시의 성공에 대해 도시학자들은 이 도시를 ‘균형과 다양성’이라는 기본개념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러웠다.

사람살기 좋다는 소문 때문에 최근에는 인구가 부쩍 늘어나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들었다.
인구가 줄어서 걱정인 마산 입장에서는 부러운 도시였다.
하지만 그들은 늘어나는 인구수용을 위해 손쉬운 고층 아파트를 짓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 점이 마산과 다르다.
 
창원의 경우,
신도시를 계획하던 당시의 도시계획 의도와 목적이 대부분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밀턴 케인스'에서는 도시건립의 목적변경은 있을 수 없는 상상이다.
그 점이 창원과 다르다.

런던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탔다.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말이 있었다.

"세상에 완전한 도시는
없다.
 완전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도시만 있을 뿐이다.
'밀턴 케인스'에서 배울 점은 ‘완전을 추구하는 그들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