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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도시이야기

걸작 - 이집트 룩소르 구르나 마을 - 3

by 운무허정도 2018. 9. 17.

구르나 마을 이야기 - 1

 

일행이 나일강변에 자리한 경관 좋은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던 오후. 안내자와 함께 조그만 배를 타고 나일강을 건너 구르나 마을로 향했다.

구르나 마을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현지 안내자 덕분이었다. 그는 내가 제시한 구르나 마을의 전경 사진을 보자 자신이 그 마을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마을 입구에는 Hassan Fathy Culture Place라는 입간판이 서있었지만 그 앞을 지나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지는 못했다.

 

 

 

마을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회교사원 앞에 이르자 관리자로 보이는 한 사내가 나왔다. 키가 컸으며 순한 얼굴의 소유자였다. 그는 자신이 건물을 안내하겠다고 하면서 선뜻 앞서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 동안 흠모 했던 대 건축가의 작품을 직접 보고 만진다는 것은 건축을 하는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행복함이다.

나는 하싼 화티가 빚은 흙을 어루만지면서 그가 쏟아낸 거친 호흡과 땀방울을 느끼기도 하고 미리 준비한 도면과 사진을 현재의 모습과 비교하면서 포만감 가득한 건축체험에 빠져들었다. 감동의 시간이었다.

 

회교사원

회교사원에는 정면인 남쪽과 우측인 동쪽에 각각 출입구가 있다. 신자는 두 입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몸이 깨끗한 사람은 남쪽의 정문을 이용하지만 몸을 닦아야 될 사람은 곧 바로 목욕탕으로 통할 수 있는 동쪽입구를 이용해야 한다.

그곳에는 두 줄의 샤워가 있는 샤워장과 머리나 팔 그리고 다리만을 씻을 수 있는 작은 홀도 있다.

이런 모든 시설은 하싼 화티가 몸을 씻기에 가장 편리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여러 번 시험해 본 뒤 설치했다고 한다.

나는 외부 계단 밑에 뚫린 아치형의 정문을 통과해서 화단이 있는 작은 정원을 거쳐 다시 사원의 본 정원인 중정으로 들어갔다.

작은 정원의 왼쪽에는 양쪽 벽에 고정식 의자를 설치하여 교실로 이용하였던 긴 방이 있었다.

중정 오른쪽 편의 예배공간에는 왼쪽과 오른쪽에 회랑을 받치고 있는 사각형의 기둥들이 열을 지어 있었다.

회랑 위에는 둥근 지붕이 놓여 있었는데 거기에는 네 개의 삼각면 창을 통해 뜨거운 햇빛이 정제되어 충만함과 허()함을 미묘하게 배합시키고 있었다.

기도를 하는 동안 신자들이 주의를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하는 천창이다. 모든 것은 책에서 읽었던 그대로였다.

하싼 화티는 "명상과 기도를 용이하게 하는 고요하고 담백한 모습의 건물을 세우기 위해 빛이 벽 위에 어떻게 비치고 분산되는가를 알아야 했다"고 말했다.

"건축의 전통이 있는 모든 곳에서 주민들이 성스러운 것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지방의 종교적인 건축에서 재발견될 수 있고 따라서 그 건축을 보존하고 형태와 특징을 존중하는 것이 좋다"고도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이 회교사원의 첨탑에 이르는 계단을 급경사로 곧게 뻗게 만들고, 사원 위로 높은 설교단처럼 서 있는 외부 계단을 만든 것은 이집트 고원지대의 건축전통을 존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바로 그 계단을 통해 건물 전면의 첨탑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는 이 건물의 지붕을 내려볼 수 있었는데 거기에는 그가 그토록 집착했던 홍예틀 없이 세운 아치와 돔이 아름다운 원형을 간직한 채 뜨거운 햇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첨탑은 구르나 마을에서 가장 높았기 때문에 마을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하싼 화티가 세웠던 당시의 건물들은 이미 대부분 사라지고 지금은 상점과 극장, 그리고 한 채의 주택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