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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22 건축가 정기용과 '진해 기적의 도서관' (6)
- 2009/09/01 이종화 선생이 추천하는 <책 읽어주는 남편>
며칠 전, 어린이전용도서관인 '진해 기적의 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MBC '느낌표'가 탄생시킨 '기적의 도서관'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겁니다.
시민단체에서 주관한 도시문제토론회 당일, 진해도시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이곳 저곳을 살피다가 도서관에 들렀습니다.
건물도 훌륭했지만 건물보다 더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이 작은 도서관이 사용되고 있는 현장이었습니다.
도서관 내부에 흐르는 짙은 사람냄새에 놀랐습니다.
책을 읽는 아이의 모습과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어머니의 모습을 너무 오랜만에 보았습니다.
낡은 흑백사진처럼 기억에만 남아 있는 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장면을 '기적의 도서관'에서 오랜만에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아무 생각 없이 컴퓨터와 TV 앞에만 앉았는 줄 알았는데, 이런 내 기우가 편견이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기뻤습니다.
진해의 한 언저리 '기적의 도서관'에서 기적이 솟고 있었고 희망의 싹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도서관을 설계한 이는 건축가 정기용 선생입니다.
그와 나 사이에는 아무런 인연이 없습니다.
나는 그를 알지만 그는 나를 모릅니다.
나는 그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지만 그는 나의 존재조차 모릅니다.
나는 그와 관계가 있지만 그는 나와 아무 관계가 없다는 말입니다.
내가 정기용을 처음 알게된 것은 저널에 그의 작품이 소개되면서였습니다.
하지만 정기용이라는 이름이 내 머리에 각인된 것은 한 권의 책 때문입니다.
열화당에서 출판한 '이집트 구르나 마을 이야기'라는 번역서 때문입니다.
오래 전 이야깁니다.
그 책은 '구르나'라는 작고 가난한 마을에 바친 이집트 카이로 대학 건축과 교수이자 세계적인 흙건축가 '하싼 화티'의 자서전입니다.
두 번 읽었고, 이집트를 여행할 때 직접 '구르나 마을'을 찾아 가보기도 했으며, 대학원 세미나 때 요약해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건축을 공부한 정기용은 역자서문에서 이 책을 일러 '70년대 유럽의 건축학도들이 마치 건축성경처럼 읽었던 책'이라고 했습니다.
내용도 철학도 없이, 그저 크고 사치스러운 것들만 쫓는 한국 대학의 건축교육을 비웃듯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싼 화티는 나에게 건축가가 사회 속에서 존재해야할 가치를 심어주었습니다.
건축가의 존재이유와 건축가의 사회적 사명에 대해서 가르친 그는, 젊은 건축가였던 나를 깊은 감동에 빠뜨렸습니다.
모든 것이 건축가 정기용, 그의 덕분이었습니다.
'진해 기적의 도서관'을 찾아간 것도 이 도서관의 설계자가 정기용이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건축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그의 건축세계를 음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기대했던대로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잘게 잘라 놓은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좋았고, 자유롭게 앉고 누워 책을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한 장치들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자연광을 받되 직사광선을 피했고, 권위와 형식 대신 호기심과 편안함이 흐르는 인간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씁쓸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건축가에 대한 이야깁니다.
도서관을 소개하는 자료에도, 홈페이지에도, 도서관을 구경한 뒤 쓴 여러 글들에서도, 이 아름다운 도서관을 디자인한 건축가가 누군지 말하지 않은 점입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도서관 홈피였습니다.
아래 표가 홈피의 도서관 연혁부분입니다.
도서관 홈피에서 건축가를 꼭 밝힐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건설회사는 밝히면서 건축가를 말하지 않는 무지한 현실이 너무 씁쓸했습니다.
내가 건축가라서가 아닙니다.
'앙드레 김' 대신 봉제사를 알리는 무지가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소문에 건축가 정기용 선생은 투병 중이라 합니다.
가까운 김해에 그가 설계한 '김해 기적의 도서관'이 건축 중입니다.
지난 봄 착공식에 바바리 코트 차림으로 참석했는데 매우 수척해보이더라는 말을 전해들었고, 그 후로 한 번도 직접 내려오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내 눈에 비친 그는 '자연과 인간의 상생'에 자신의 건축을 던진 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남긴 그의 작품들에서 내가 받은 메시지입니다.
최근 들어 생태건축이 각광 받는 현상을 보면, 그는 분명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의 건축가입니다.
위대한 건축가가 오래 머문다는 것은 한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크게 유익한 일입니다.
그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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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팀브로거 중 한 명인 허정도 선생이 쓴 책 <책 읽어주는 남편>이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마침 지난 토요일에는 진해기적의 도서관 관장을 지내신 이종화선생님이 '좋은 아침'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책 읽어주는 남편>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아래는 '좋은 아침'에 방송된 원고와 녹음 파일입니다.
이종화 - 예, 맞습니다.
사회자 - 소개해주시지요
이종화 - 다음에 소개할 책은 ‘아내들이 참 부러워 할 남편감’입니다.
저자가 바로 우리 지역에 있는 분이에요.
허정도 선생은 건축가로 언론인으로 또 시민운동가로 지역을 위해 많은 일을 하신 분이에요. 이 책은 안부대상포진에 걸려 꼼짝 못하고 누운 아내의 고통을 위로하기 위해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전혀 예상하지 않은 재미와 의미를 가져다주어서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며 기억에서 사라져 가는 어린 시절의 일들과 주변에서 지나쳤던 일들을 찾아서 다시 조명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가 하면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하다보면 읽느라 목이 아픈 것도 잊는답니다. 읽기 시작한 한 권의 책으로 인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사유하고 공감하며 서로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더라는 거예요. 멋있지요?
대체로 결혼 후 2~30년이 지나면 부부가 소원해지기 쉬운데 그들은 책을 통해 시간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며 더욱 친밀해지는 거예요. 저자는 말합니다. 부부가 함께 앉아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고 또 들어 주며 삶을 윤택하게 하는 의미를 찾았기에 이를 자식들에게도 물려주고 싶다고.
책을 유산으로 남겨 주고 소리 내어 읽어주고 들어주는 삶도 유산으로 물려주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지역 사회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듯합니다. 김병종 교수의 ‘라틴 화첩기행’을 읽으며 격조 높은 도시에의 꿈을 그리는 것은 건축가라는 직업의식을 넘어 사회를 새롭게 디자인하려는 의지를 전달하고자하는 것 같았어요. 그것은 생각과 의식이 두 사람 안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를 향해 보다 넓게 열려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처음에는 ‘앓고 있는 아내에게 남편이 할 수 있는 도리와 의무 혹은 서비스 차원의 이벤트 비슷한 것’으로 출발한 책 읽어 주기가 저자의 부부에게 변화를 가져온 것처럼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내 아내 또는 내 남편에게도 더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 쉽게 책을 놓지 못하게 된답니다.
책이란 독자에 따라 다른 주제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지만 이 두 사람이 읽고 느끼는 깊이와 다양한 사유가 계속 읽게 만들거든요.
책과 삶, 추억과 현실을 넘나드는 절묘한 구성이 책 읽는 재미를 한층 높여 줄 뿐만 아니라 책을 매개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이들의 행복한 이야기가 우리 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갈 것입니다.
![]() |
책 읽어주는 남편 - ![]() 허정도 지음/예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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