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이1 굵고 짧은 놈, 가늘지만 긴 놈 크고 잘생겨야 대접 받는 세상이라, 말로는 ‘작고 힘없다고 깔봐서는 안 된다’면서도 내 무의식도 세상따라 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여기, 크고 잘 생긴 놈이 허무하게 스러져갈 때, 작고 약한 놈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제 몸을 뽐내고 있습니다. 우리 집 대문과 담장에 붙은 담장이넝쿨이야깁니다. 크게 잘 자란 넝쿨은 지난여름 짙은 녹색에 넓은 잎사귀 뽐내며 담장을 온통 제 것인 양 휘감았습니다. 볼만했습니다. 그 위세가 영원할 것 같았습니다. 바람이 불면 아이손바닥만한 초록잎사귀가 출렁거렸는데 그 광경에 지난여름이 다 시원했습니다. 담장을 온통 뒤덮은 넝쿨과 새파란 잎사귀는 마치 화려한 고급포장지로 싼 선물상자처럼 멋졌습니다. 바로 그 곁에 동전만한 잎사귀가 달린 가느다란 넝쿨 몇 줄기가 떨어질 .. 2009. 11.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