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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1. 00:00

얼음장수의 뜨거웠던 하루 : 3.15의거 한 참여자에 관한 미시사적 분석 - 1

 

이 글은 1960315의거 당일 야간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가했던 한 개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의 개인사를 하나의 창으로 삼아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한 경남대학교 경제금융학과 서익진 교수의 논문이다.

연구는 사적 기록이나 증언 등 이른바 비 사료들을 활용해 가능성의 역사를 최대한 기술하고자 하는 미시사 방법론을 원용했다. 또한 연구 대상자의 프로필과 증언을 제시한 후 증언에 내포된 역사적 가치를 평가했다.

논문의 대상이 된 이(하상칠)의 증언은 당일 시청 앞 야간시위의 주요 사건들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크고 결과적으로 도시사적 가치도 크다.

이 논문은 인문논총46(2018. 6)에 게재되었다.

 

<목 차>

. 머리말

. 얼음장수의 정체, 증언 및 평가

    1. 연구 대상자 프로필

    2. 녹취와 증언록

    3. 증언 내용의 분석과 평가

. 얼음장수의 미스터리

    1. 그는 왜 시위에 직접 참가했던가

    2. 그는 왜 그토록 오랫동안 침묵했던가

. 맺음말

 

 

. 머리말

 

먼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매우 개인적인 것임을 밝혀두고 싶다. 2010년 초 어느날 85세의 어르신 한 분에게서 3 15의거 당일 야간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가했는데 늦게나마 이 사실을 밝히고 3 15의거 유공자로 인정받고 싶다는 고백을 들었다.

필자는 이 말을 듣고 무척 놀랐다. 왜냐하면 그는 다름 아닌 필자의 장인으로서 필자가 아는 한 그런 중대한 사회적 사건에 연루되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당장 3 15의거기념사업회를 찾아가 공식적인 증언을 하도록 주선했고, 이 녹취록은 그 해 2010년 말에 발간될 예정이던 『3 15의거 증언록: 1960, 우리는 이렇게 싸웠다』(이하 『증언록』)에 수록되었다.

그의 증언 내용은 그동안 3 15의거 당일 밤에 일어났던 여러 사건들 중에서도 누가 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던 소방차에 부딪쳐 세 동강난 전봇대를 옮겨 바리케이트를 친 일이나 경찰의 증언 속에만 나타난 총기 탈취 사건 등 중요한 사건과 관련된 것이어서 그의 증언이 갖는 역사적 가치는 매우 큰 것으로 보였다.

녹취 때 증언을 직접 들었던 3 15의거기념사업회 백한기 당시 회장은 소문으로만 듣던 일의 장본인을 만났다 는 감회를 숨기지 않았고, 경찰과 시민이 총격전을 벌이는 내전 같은 상황을 사전에 방지했다 며 치하해마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역사적으로 중요한 증언이라도 객관성이나 진실성을 증명하기 어려운 특정 개인의 증언이 주장하는 활동이 논문의 소재가 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방법을 모색하던 중 역사학에 개인의 생생한 삶의 탐구를 통해 역사적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미시사 방법론과 구술사 방법론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의 목적이 방법론을 다루는 데 있는 것은 아니기에 여기서는 이 방법론들의 특징을 간략하나마 언급함으로써 우리가 채택한 연구 방법론의 타당성을 확인해두고자 한다.

먼저, 역사학 분야의 미시사(micro-history). 곽차섭(2017a, 미시사 방법론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필자의 역량은 물론 본고의 범위를 넘어선다. 이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곽차섭(2017a)을 참조할 수 있다)이 편집한 책에 실린 여러 미시사 연구자들의 논의로부터 다음과 같은 방법론적 특징을 추출할 수 있다.

첫째, 개인이나 소규모 공동체를 대상으로 특이한 행동을 촘촘히 기술함으로써 역사적 리얼리티를 추구함과 동시에 일반적 해석의 길로 나아간다.

둘째, 관찬자료만이 아니라 미약한 증거력 때문에 전통적으로 사료로 인정되지 않던 일기, 수기, 증언 등 사적인 자료도 사용하고, 계량적 방법보다는 질적 방법을 사용한다.

셋째, 구체적인 개인의 실명을 사용하며 실명들 간의 관계를 추적해 기존의 사회사가 포착하지 못한 틈새를 포착한다. 사회사가 역사를 주체 없는 과정으로 만든다면 미시사는 실명의 개인()의 구체적인 삶을 추적해 주체가 살아 있는 생생한 사건이나 역사를 기술한다.

넷째, 이러한 이유로 이야기체(story)로 가능성(possibility)의 역사를 서술한다(‘가능성의 역사’란 증거의 단편성이 문제될 때 증거와 증거를 잇는 최선의 가능성을 받아들인다는 것으로 긴즈부르그-2017a 2017b-의 추론적 패러다임 이나 실마리 찾기 방법이 대표적이다. 그랜디의 이례적 정상 이라는 개념도 같은 맥락으로서 지배자의 입장에서는 비정상으로 보이고 사료의 양적 측면에서는 이례적으로 보이는 하층 종속 계급의 목소리가 행위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정상이라는 입장이다-곽차섭, 2017b, 31).

끝으로 다섯째, 단순한 작은 이야기라는 비판에 대해 미시사적 스토리를 거시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창(window)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미시사 방법론은 3 15의거와 같은 중대한 사회 현상을 다루는 사건사(생활사, 지역사 등과 함께 미시사가 적용되는 주요 분야 중 하나)에 더욱 잘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나아가 우리의 연구는 특히 개인의 증언이라는 구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미시사의 일환을 이루는 구술사(oral history) 방법론에 대해서도 간략하나마 언급해둘 필요가 있다.

구술사 방법론은 양적이 아니라 질적 방법론으로서 문자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유용한 접근방법론이지만 주민과 지역, 여성, 장애인, 노인, 빈민, 월남인 등의 연구에도 널리 쓰일 수 있고, 그 약점은 양적 분석이나 문헌 분석으로 보완될 수 있다(김귀옥, 2000; 윤택림 외, 2006). 그리고 문서가 아닌 증언 등을 바탕으로 한 구전사나 구술사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일제의 위안부 사례에서 보듯이 그들의 증언 없이 생생한 역사를 복원할 길은 없다(곽차섭, 2017b: 35).

이 글은 이러한 미시사와 구술사의 방법론을 사용해 하상칠이라는 한 개인의 3 15의거 참가 증언과 그의 생애를 살펴봄으로써 3 15의거라는 거대한 사회적 사건을 특정 개인의 활동이라는 창(window)을 통해 재조명해봄과 동시에 역으로 사회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굴절시키고 왜곡시켰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장에서 연구 대상자의 프로필을 제시하고 그의 증언 녹취물을 『3 15의거증언록』에 수록된 그대로 전재한 후 증언의 내용에 대해 나름의 역사적 평가를 내린다. 장에서는 그의 증언에서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두 가지 의문을 다룬다.

첫 번째 의문은 그는 왜 부정선거 항의 시위에 적극 참가했던가 라는 것이다. 이에 답하기 위해 사회적 요인뿐만 아니라 개인에 고유한 요인도 최대한 살펴본다.

이어서 그는 왜 무려 50여 년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뒤늦게 증언을 하겠다고 나섰던 것일까라는 두 번째 의문을 다루는데 이를 통해 사회적 맥락이 개인의 삶과 생각에 미친 영향을 추적한다.

끝으로 장에서는 우리의 논지를 요약하고, 이 글의 한계를 지적한 후 향후 과제를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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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11. 08:25

즐거웠던 밤 - 서익진 교수의 출판기념회


마산시의회가 마산을 창원 진해와 통합시키기로 결정한 3일 후인 어제,
12월 10일 목요일 밤.

‘마산을 살리자’는 책의 출판을 축하하기 위해 경남대 평생교육원에 사람들이 모였다.
서익진 교수의 신간 『마산, 길을 찾다』의 출판기념회 이야기이다.

이 책은 서 교수가 그 동안 마산도시재생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남겨 놓은 글들과 마산도시재생과 관련한 각종 토론회 등에서 주장한 내용들을 재정리하여 엮은 것이다.

'리아미디어'에서 기획한 '리아프리즘문고 제1호' 출판이었다.
리아프리즘문고는 지역 도시영역, 문화 예술영역, 인문 사회영역의 세 분야에 걸쳐 지속적인 출판을 구상하고 있다.
지역 연구자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겠다는 포부도 보였다.
도서출판 불휘를 운영하는 우무석 김리아 부부의 아름답고 원대한 시작이었다.
경남대의 김남석(언론정보학), 김재현(철학), 배대화(문학), 서익진(경제학), 유장근(사학) 다섯 교수가 기획에 참여, 일을 진행시킨다.



사람들이 모이자 분위기를 이끄는 대화는 역시 ‘마창진통합’이었다.
“통합이 되면 마산은 어떻게 되는고?”
“통합이 어쩌고 저쩌고”
답은 없었다. 지나가는 말들만 있었다.

사회를 맡은 정규식 씨의 첫 인사에서도,
발간취지를 설명한 유장근 교수의 말에서도,
마산에 대한 진한 애정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흘러나왔다.

책을 펴낸 「리아미디어」김리아 대표의 발행인 인사는 특별했다.
수줍은듯하면서도 자신 만만,
낮고 고운 목소리로 지나온 일과 다가올 일들을 설명하는 중년 여인의 차분한 인사가 시선을 집중시켰다.

서 교수와 인연이 깊은 세 분이 차례로 나와 축사를 한 후,
마산MBC 사장을 지낸 박진해 경남람사르환경재단 대표가 저자를 소개했다.
학력 경력 저서 등 빤한 소개가 아니라,
소개하는 사람과 소개 받는 사람 사이에 있었던 사건과 사연을 이야기로 엮으면서 저자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특별하고 인상 깊었던 소개였다.
오래 전 작고하신 서 교수 아버님의 운명에 얽힌 이야기에서는 울컥거리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순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청중들은 숙연했고 즐거워야할 출판기념회가 순간 무거워졌다.

소개를 받은 서 교수가 친구로 부터 출판축하 선물로 받은 개량한복을 입고 나와 인사를 했다.
고마움에 대한 감사인사에 이어 책을 쓴 의도와 과정에 대한 감회를 피력했다.

부족하지만 내가 서평을 겸한 강연을 했고,
가수 하동임 씨(서 교수 처제)의 노래로 출판기념회는 끝났다.

뒷자리는 막걸리로 유명한 ‘심소정’에서 열렸다.
후배 정성기 교수는 감회를 밝혔고,
친구 최갑순은 서익진을 자랑했고,
아내 하효선은 남편 서익진이 고맙다고 했다.
후배 윤치원은 선배들이 자랑스럽다고, 서 교수의 얼굴이 자신의 아버지와 닮았다고도 했다.

막걸리에 술기가 약간 오른 서 교수는 마지막 인사에서 ‘세계와 국가와 지역의 연관성’에 대해 진지하게(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았음) 이야기 한 후 오래된 노래 한상일의 '애모'를 불렀다.
남 앞에서
노래를 잘 부르지 않는 서 교수로서는 파격적인 감정표현이었다.

의미 있고 재미있었던 한 경제학자의 출판기념회는 여기까지다.
토론 없는 사회, 형식에 젖은 사회에서 오랜만에 즐긴 자유로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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