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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각4

기억을 찾아가다 - 15 15. 정전 후의 체험들 Ⅵ - 공군 요양소 우리 동네 대여섯 채의 적산가옥(일본인들이 살던 집)들은 다 불하되어, 동네 사람들이 들어갔지만, '봉선각'은 그 얼안이 커서(500평은 되었을 듯) 동네 사람들은 엄두를 못 내었던 듯 한동안 비어 있었다. 그러다 시내의 누군가가 임대하여 영업을 했던지 한때 장구소리를 듣기도 했었는데, 시국이 시끄러워지고 팔룡산 꼭대기에 봉홧불이 오르고, 곧이어 전쟁이 나고 하면서 봉선각은 폐가로 되어갔고, 우리들도 거기 가길 꺼려했었다. 그래선지 내 어렸을 때 거기에 얼킨 이상한 얘기들 – 밤 되면 말 달리는 소리도 들리고, 여자 울음소리도 들린다는 투의 괴담들 –을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그곳이 부활한 건 공군 병원이 들어오면서다. 정전 직후부터 오륙년 동안 주둔했었는데,.. 2018. 1. 29.
기억을 찾아가다 - 1 오늘부터 연재하는 포스팅은 마산 봉암동(현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에서 태어나 청년기까지 살았던 박호철 선생님의 기억 속에 있는 도시 이야깁니다. 한 개인의 삶에 투영된 도시의 흔적을 통해 이미 사라져 버린 우리의 과거를 찾아가보는 것이 목적입니다. 가치 판단은 후대의 몫이고 기록은 당대의 몫이라 생각하며 소박하게 쓴 글입니다. 어르신 한 분이 떠나시면 도서관 한 개가 사라진다는 말을 믿고 시작합니다. 1941년생이라 일제강점기의 기억은 없을 테지만 60년대 중반까지의 마산 도시를 직접 보았던 분입니다. 갇혀져 있던 기억들을 얼마만큼 끄집어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창원미래연구소 이사장이신 박호철 선생님은 1941년에 태어나 초중고(합포초, 마산중, 마산상고)를 마산에서 마친 후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 2017. 10. 16.
김형윤의 <마산야화> - 34. 음료수, 35. 사기점의 약수 34. 음료수 음료수라고 하면 물론 인류가 상용하는 식수를 제외할 수 없지만, 여기에 특히 음료수라 칭함은 화학적으로 감미료를 가미해서 인체에 해가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설탕에 주석산(酒石酸)과 소다 등을 배합해서 만드는 사이다를 제일 먼저 손꼽을 수 있다. 사이다가 일본에서 처음 나왔을 때는 히라노스이(平野水)라 했고, 이것과 전후해서 나온 것이 미깡스이(蜜柑水)와 라무네가 각광을 뽐냈다. 미깡스이는 밀감의 즙을 낸 것이며 지금은 믹서를 가진 가정에서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라무네라는 것은 레이몬 혹은 레몬(梠檬)이라는 것을 일인들의 발음이 오전(誤傳)된 것인데 근자에는 그 종적이 없어졌다. 그런데 과거에는 일본서 박재(舶載)하거나 부산서 가져오다가 신마산 헌병분견대 이웃에 살던 일본인.. 2015. 8. 3.
그림으로 보는 마산도시변천사 (183) - 강점제3시기 '관광 마산'에 소개된 사진 중 마지막 석장입니다. 53. 자안지장(子安地藏) 자안지장에 대해서는 처음 접하는 분이 많을 것 같아서 우선 관련 글 한편 소개합니다. 『약진 마산의 전모』에 실린 글입니다. "구강(마산 팔용산 수원지 내지 산호리 일대) 광천 쪽으로 가는 왼쪽으로 상당한 급경사의 산길을 약 1시간 가량 올라가면 자안지장을 안치해놓은 곳에 다다르는데, 거암 아래의 안쪽에 안치된 지장불 근처에는 송송 맑고 정결한 물이 샘솟는다. 전설에는 이 거암을 '상사암'이라 부르는데, 남녀가 서로 연모하였으나 결국은 부부가 되지 못했다면 뱀으로 변하여 연인을 마음대로 희롱하기 때문에 이 바위 위에 앉혀서 주문을 외우게 했고, 그렇게 해보아도 효과가 없을 때에는 두 사람 모두를 공물로 바친다고 전한다. 이곳을.. 2013.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