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목) 오후 마산21포럼 주관으로 '마산항 수변공간 개발방안모색을 위한 전문가 초청 세미나'가 열렸다.
영국에서 도시계획가로 활동하고 있는
 양도식 박사가 발제를 하고 경남대 이찬원 교수와 창원대 조형규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참여하였다.

양도식 박사는 발제에서, 수변을 기준으로 가장 선호해야할 건축물과 그 반대인 건축물을 정리하면서 선호도 1등급에 박물관 등 문화예술시설을 꼽았고 가장 선호도가 낮은 건물, 즉 수변에서 가장 멀리 배치되어야할 건물로 주거시설을 꼽았다.

세미나가 끝난 후, 마산바닷가 머리맡에 지어 놓은 현대아이파크와 양덕동 북향 땅에 지어 놓은 3·15아트센터에 얽힌 우울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두 건물은 양도식 박사의 주장과 정반대로 지어졌다.
이미 '현대아이파크'에 대한 글은 올렸기 때문에 3.15아트센터에 대한 글만 올린다.

2009/09/18 - [오늘의 도시이야기] - ‘현대아이파크’의 추억.

                                     <3·15아트센터 야경>


<도시의 섬, 3·15아트센터>

양덕동에 3․15아트센터가 들어선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다.
주차공간이 부족한 게 흠이지만 시설의 수준은 꽤 높은 편이다. 오랫동안 대형문화공간이 없었던 탓에 시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건축물이다.
격 높은 예술 공연은 물론, 집회 및 토론회 등 그 소용가치가 한두 가지 아니다.
하지만 갈 때마다 아쉬운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쓴다.
두 번 다시 이런 실수는 없어야 한다는 안타까움으로 이 글을 쓴다.
지금 와서 이런 말이 무슨 필요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차분히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자성하고 싶어 쓰는 글이다.

건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입지조건이다.
공공성과 기념성이 강한 건물일수록 그 비중은 높아진다. 그것이 건축물의 품위와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3․15아트센터는 부지 위치가 부적절하다고 착공 전부터 말이 많았다.

지역의 건축도시전문가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하고 언론을 통해 주장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비를 털어 신문에 광고까지 내면서 말렸다. 이 터는 3․15아트센터를 짓기에 적절한 땅이 아니라고.
그 이유로 북향배치, 교통, 주변여건, 대지규모, 지형적 상징성 등을 들었다.
특히 공연 후 여운을 즐기거나 동행자들과 뒷이야기 한 마디 나눌 수 없는, 마치 '도시 속의 섬'과 같이 될거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대안 제시도 했다.
마산의 특성을 살려 아트센터의 적지는 마산만 수변 어딘가가 좋을 것이라 했다.
신포동 매립지 현대아이파크 주변이 좋겠다고 구체적인 제시도 했다. 그렇게 되면 마산만의 정취와 여유로움이 아트센터의 품격을 높여줄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만 어시장 상권과 3․15아트센터의 유기적 연결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남강 없는 촉석루를 생각할 수 없고 포트잭슨만(灣)이 있어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더욱 빛난다고도 했다.
훗날 돌이켜 보면 지금 몇 년 빠르거나 늦은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면서 쫓기듯 허겁지겁 판단할 일이 아니라고도 했다.

하지만 마산시는 이런 주장에 대해 비용 문제, 법적인 문제, 시일문제 등을 이유로 현재의 위치에 공사를 강행, 지금의 건물이 들어서게 되었다.
지어달라고 하다가 지어준다니 발목을 잡는다면서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3·15아트센터가 선지도 그새 몇 년이 지났다.
이제 와서 혀를 차는 시민들이 많다.
공연관람 후 차 한잔하려해도, 간단히 맥주 한잔 나누려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건물이용해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이미 예견한대로 그것은 섬이었다.
걸어 나올 수 없는 외로운 섬이었다.

현 위치가 부적절하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비난한 시민들 중에서도 그 때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한번 결정해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 건축과 도시의 특징 아닌가.
설령 좋은 곳에 다시 짓는다 해도 지금의 아트센터 건립에 투입된 그 천문학적인 비용은 어쩔 것인가.

제발 신중하기 바란다.
제발 멀리보기 바란다.
제발 진심어린 충고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기회는 두 번 오지 않는다.

                                     <3·15아트센터 전경>

Posted by 허정도

댓글을 달아주세요:: 네티켓은 기본, 스팸은 사절

  1. 2010/03/09 14:12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315아트센터가 섬이라면... 지금이라도 육지와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하지 않을까요?

    도시 전문가로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시면... 제안도 좀 해주시지요?
    • 허정도
      2010/03/10 08:08
      댓글 주소 수정/삭제
      글쎄요.
      답이 없는 계획은 없으니, 깊이 고민하면 문제를 해소하거나 부분적이이라도 도움될만한 길을 찾을 수 있겠죠.
      1-2년 전에 아트센터에서 운동장을 지나는 그린웨이가 제안한 적이 있는데, 복합적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싶네요.
      하지만 아무리해도 바닷가의 낭만은 얻을 수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2. 2010/03/09 16:55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말이 되는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마산YMCA 부근의 주택과 점포들을 뒷풀이 공간으로 활용하면 어떨까요?
    적당히 골목도 있고 산비탈 아래라서 나름 운치도 있을듯 합니다.

    상업용지가 아니라면 시에서 용도를 변경해서라도 막걸리집, 호프집, 음식점, 노래방 등등...
    헐어내지 않고 리모델링만으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길건너 메트로시티 앞의 점포들도 타운을 형성하면 좋을듯 합니다.
    • 허정도
      2010/03/09 17:27
      댓글 주소 수정/삭제
      그럴 수도 있겠네요. ㅎㅎ

도시의 섬, 3·15아트센터

지난 4일(목) 오후 마산21포럼 주관으로 '마산항 수변공간 개발방안모색을 위한 전문가 초청 세미나'가 열렸다. 영국에서 도시계획가로 활동하고 있는 양도식 박사가 발제를 하고 경남대 이찬원 교수와 창원대 조형규 교수를 비롯한..

보행권은 인간권이다

‘보리밭을 질주하는 멧돼지’ 메이지(明治)시대, 일본 도시에 처음으로 나타난 자동차를 두고 일컬었던 말이다. 상황이 조금 바뀌었지만 도시의 평화는 보리밭을 짓밟는 멧돼지처럼 자동차가 짓밟고 있다. 100여 년 전 우리나라에 처..

어린이집 생활기록부에 사는집의 방갯수를 왜 적을까?

올 해 네살이 된 딸아이가 집 근처의 시립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다. 새학기라 이것저것 제출할것이 있었는데 그 중에 '생활기록부'라는것이 눈에 띄었다. 아이의 간단한 인적사항이나 신체발달상황 등이 기재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적..

시간은 피라미드를 두려워한다

이야기 하나,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지금 그 곳에 없다. 이십여 년 전 봉암동 골짜기로 이전한 후 그곳에는 덩치 큰 판상형 아파트만 덩그러니 몇 채 있을 뿐이다. 교복을 입은 채 까까머리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운동장도 없어졌..

바람재에서 만난 사이클리스트

'하늘에 안창남, 땅에는 엄복동' 암울했던 일제기에 자전거 한 대로 민족의 울분을 삭히고 자존심까지 살려주었던 전설적인 자전거 레이서 엄복동(1892∼1951). 1913년 3월, 한·일 선수들이 함께 참가한 ‘전 조선자전차경..

인도위의 지뢰 '볼라드', 개선이 시급하다.

걷고 싶은 거리, 걷기 싫은 거리⑤ 볼라드는 인도 차도사이에 설치하는 차량진입 억제용 말뚝으로 차량으로 부터 상대적으로 약자인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설물이다. 하지만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되어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설..

도강언(都江堰)에 올라 이빙(李冰)을 흠모하다

중국 사천성 일대를 여행하였다. 십 수차례 드나든 중국이지만, 보면 볼수록 놀라운 것은 수천수만 겹 녹아있는 역사의 층위다. 대륙은 깊고 넓었으며 언제나 새로운 것을 보여 주었다. 지구상에 유수한 역사를 가진 나라와 민족이 많..

이런 식이면 통합의 미래는 어둡다

어이없는 주장이 마산시내 간선도로 한복판에 걸렸다. ‘통합시 명칭은 마산시, 청사는 (마산)종합운동장으로’ 마창진 통합이 눈앞에 왔고, 출범 전에 결정해야할 것도 많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이 통합시의 명칭과 청사의 위치..

통합 앞서 마산시민이 해야 할 일

도시의 통합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우리들만의 일도 아니다. 유익하고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합칠 수도 있고 나눌 수도 있는 것이 도시다. 마창진 통합은 당위성도 있다. 역사적인 면과 경제적인 면, 그리고 도시경쟁력의 측면에서..

나도향, 김지하 그리고 '산장의 여인'

'마산도시탐방대' 여덟 번째 길이다. 1월 30일 오후 1시 반, 걷기 좋을 정도로 포근한 날씨였다. 우리는 가포로 가기 위해 비움고개를 넘었다. 마산도시의 끝자락인 가포(자복포, 율구미 포함)는 한 많은 땅이다. 110년 전..

'지하도' 무슨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이 사진 어떻습니까? <지하도는 음울한 공간, 여성에게는 공포의 공간, CCTV는 필수가 되었습니다> 어릴적 지하도를 오르내릴적에 거의 대부분 마주쳐 왔던 모습입니다. 오로지 경제성장에 주력해오던 시절, 소외되어왔던 분들입니다..

‘유후인’ - 상상력이 만든 유토피아

모든 도시는 나름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 항만, 산악, 내륙 등 자연조건뿐 아니라 교육, 문화, 역사 등 사회적 조건도 도시마다 다르다. 도시의 고유한 특성은 그 도시의 성격을 규정짓고 발전방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최근..

‘구(舊) 마산형무소 터’ 의 추억

‘유장근 교수의 도시탐방대’ 일곱 번째 길에 나섰다. 1월 9일 토요일 오후 1시 반, 코아 양과점 앞, 30여명이었다. 바람은 없었지만 짙게 흐렸고 기온이 낮았다. 코스는 오동동 문화의 거리에 있는 ‘3.15의거 발원지’에서..

잊혀진 마산의 청주공장을 찾아서 (2)

잊혀진 마산의 청주공장을 찾아서 (2) 청주는 일제강점기때 지금의 양주못지 않은 고급술로서 주당들의 사랑을 받았던 술이다. 최근들어 젊은층에서 일본수입산 청주, 본토말로 사케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시기에..

새단장한 구름다리가 달갑지 않은 이유

옛 북마산역 자리의 구름다리가 새단장을 하고 있다. 계단과 육교상판에 합성목재를 덧대고, 기존 철재난간도 모두 잘라내어 합성목재로 난간을 설치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원래보다 한결 깔끔해졌다. 하지만 나는 새단장한 모습이..

◀ PREV : [1] : [2] : [3] : [4] : [5] : ... [111] : NEXT ▶

BLOG main image
by 허정도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1)
역사속 도시이야기 (6)
감춰진 도시이야기 (7)
오늘의 도시이야기 (31)
배우는 도시이야기 (23)
언론속 도시이야기 (2)
찾아간 도시이야기 (8)
사는 이야기 (16)
책 읽어주는 남편 (18)
Total : 30,874
Today : 10 Yesterday :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