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2022. 1. 24. 00:00

우리의 도시는 정의로운가

이 글은 2022년 1월 19일자 경남도민일보 '아침을 열며'에 실린 칼럼입니다.

 

정의로운 도시. 생소할지 모르나 어려운 말은 아니다.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가 정의니만큼 그런 도시가 정의로운 도시다. 성장의 시대 동안 우리의 도시는 키우고 짓느라고 앞만 바라보고 왔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다함께 행복한 도시, 도시의 모든 것들이 시민 누구에게나 차이 없이 공유되는 도시, 그런 도시를 꿈꿀 때가 되었다. 선진국이라지 않는가.

 

 

21세기 벽두에 열린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의 표제는 「덜 미학적인, 더 윤리적인(Less Aesthetics, More Ethics)」이었다. 완결된 형태를 미학의 완성으로 보았던 서양건축이 윤리를 주제로 삼았다. 회고와 성찰의 결과였고 시대정신의 표현이었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따르거나 지켜야 할 도리가 인간의 윤리이듯 건축이 마땅히 따르거나 지켜야할 도리, 즉 자신에게 필요한 공간과 형태를 취하면서도 전체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건축의 윤리다.

건축은 공공재이다. 한 사람만을 위한 건축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한 개인이 소유한 건물이라 하더라도 건축은 그 속성상 공공재일 수밖에 없다. 어느 땅에 누구 돈으로 짓더라도 그렇다. 재산으로서의 건축은 사유화할 수 있지만 건축이라는 존재 자체를 사유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유지에 세워지는 건축도 크게 보면 지구 위에 서있다는 점에서 건축은 태생적으로 공공적이다. 물, 에너지, 통신 등 공공에서 만들어진 자원이 없으면 건축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건축의 윤리성을 말하는 까닭도 그것이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안전문제를 생각해보면 더 실감할 수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때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건물주는 ‘내 건물’임을 강조하며 무리한 설계변경을 강행했지만 정작 붕괴된 잔해 속에서 사상 당한 이는 천오백 명의 시민이었다.

건축이 이럴진대 도시는 말할 것도 없다. 도시는 인간이 만들어낸 어떤 것보다 강력한 공공재이다. 그만큼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로와 광장, 하천과 공원, 건축물의 경관과 밀도, 물과 공기, 일조와 조망과 소음까지, 도시환경 어느 것 하나 공공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런 만큼 공공성이 낮은 도시는 결국 시민 삶의 질을 떨어지게 한다. 경제성장도 될 만큼 되었고, 국민 9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이제는 공공재로서의 윤리적 도시를 고민해야한다.

반윤리적인 대표적 사례는 해안에 높게 지은 아파트이다. 자신들이야 전망 좋고 바닷바람도 시원하겠지만, 그 뒤에 붙은 수많은 낮은 집 사람들에게서 바다의 풍광과 선선한 바람을 탈취해버렸다. 더운 날 선풍기 앞에 딱 붙어 자신만 바람을 쐬는 꼴이며, 공연장 맨 앞자리에서 뒷사람 생각 않고 일어서서 구경하는 꼴이다. 가장 피해야할 해악이지만 우리의 도시는 무덤덤하다. 그 뿐 아니다. 권위적인 관공서, 나홀로 아파트, 부조화된 빌딩과 뻔뻔한 간판 등 도시건축의 윤리성을 생각해봐야할 것들이 도처에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공동선을 지향하는 사회에 필요한 것 중 하나로 시민의 연대의식을 들면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 모두 아이를 보내고 싶어 하는 공립학교가 있는 도시,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공립헬스클럽이 있는 도시, 상류층 통근자들도 타고 싶어 하는 대중교통이 있는 도시, 사람들을 집에서 끌어내 운동장, 공원, 도서관, 박물관 등 시민들이 공유하는 장소로 모이게 하는 도시’를 말했다. 그런 도시가 정의롭다는 의미다. 그래서 묻는다. 우리의 도시는 정의로운가?<<<

 

 

 

Trackback 0 Comment 0
우리의 도시는 정의로운가

이 글은 2022년 1월 19일자 경남도민일보 '아침을 열며'에 실린 칼럼입니다. 정의로운 도시. 생소할지 모르나 어려운 말은 아니다.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가 정의니만큼 그런 도시가 정의로운 도시다. 성장의 시..

마산번창기(1908) - 21

제9장 경제 사정 - 4 ■ 마산의 상황(商況) 한 측면은 대개 다음과 같다. □ 잠건(蚕巾, 실크) - 영국령 홍콩제로 수요기는 매년 8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의 8개월 동안이며 한 달 평균 25,000필의 거래가 있는 모양..

마산번창기(1908) - 20

제9장 경제 사정 - 3 ■ 토지매수상의 주의 토지매매에 있어서는 거류지에는 지계(地契)라는 것이 있어 일본과 같이 등기에 관한 법이 있는데 기타 지역에서는 한인에게서 토지를 사들일 때는 한 장의 문서만 그 증거가 된다. 이때..

마산번창기(1908) - 19

제9장 경제 사정 - 2 ■ 수입품 나가사키(長崎), 시모노세키, 오사카, 고베 또는 부산 등에서 수입하고 기타 외국에서 직접 수입하는 것은 적다. 주된 품목은 견면마포(絹綿麻布, 청국제 포함), 일용잡화, 관제담배, 박래잡화..

마산번창기(1908) - 18

제9장 경제사정 - 1 마산에서 금융기관으로 확립된 데는 두 군데밖에 없으며 제일은행 마산출장소(아래 사진)와 경상농공은행 마산출장소가 그것이다. 전자는 일본이 설립에 관여한 상업기관이며 후자는 한국이 세운 농공업기관이다. ..

마지막 선택 맞은 해양신도시

<이 글은 2021년 12월 15일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된 기고문입니다.> 자랑이 될 건가 수치가 될 건가 개발 줄이고 새 관리모델 찾아야 긴 시간이었다. 마산 해양신도시가 저 모습으로 드러나기까지 무려 20여 년이 흘렀다. 주..

마산번창기(1908) - 17

제8장 호구(戶口) 본 항구의 일본인은 개항 당시 모두가 한국인 집을 빌려서 살기 시작했으며 신시(新市)에 열 몇 명의 러시아인과 한두 명의 영국, 프랑스인이 거류할 뿐이었다. 다음 해 신시에 일본인 가옥이 두세 채 나오게 되..

마산번창기(1908) - 16

제7장 교통 □ 우편전신, 전화 이들 사무는 모두 마산우편국에서 취급하고 일본인, 청국인, 한국인은 물론 구미인의 서신, 전보도 다 다루고 있다. 집화와 배달은 매일 수차례 행해지며 아주 편리하다. 특히 마산포에도 히로시 세이..

마산번창기(1908) - 15

제5장 신도 및 종교 일본 고유의 신도(神道)에 관해서는 아직 아무런 시설도 없지만 멀리 고향을 떠나 한국에 머물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가 이세신궁(伊勢神宮)을 숭배하여 앞날의 안전을 기원하지 않는 자는 없을 것이다. 한국에 건..

마산번창기(1908) - 14

제5장 교육기관 일본인 아동의 교육기관으로는 마산거류민단이 공설(公設)한 마산심상고등소학교가 있다. 위치는 전에 신월동 지역 내에 있던 철도관리국의 소관지이며 신시와 마산포 사이에 있으면서 약간 신시 쪽에 가깝다. 그 소재지는..

마산번창기(1908) - 13

제4장 위생 및 의료 공중위생으로는 1906년(명치39년) 가을에 비로소 대청결법(大淸潔法)이 제정되어 매년 봄가을 두 계절에 집행을 보게 되었다. 또한 청결사(淸潔社)라는 회사가 있어 한인 인부들이 매일 일인 감독의 지휘 하..

마산번창기(1908) - 12

제3장 지질 및 기후 마산 부근 일대는 제3기층에 속하는 데가 많고 산이나 계곡에는 화강암 또는 결정편암(結晶片巖)을 노출하고 있는 데가 있다. 해변 및 평야는 주고 제4기층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지미(地味)는 기름지고 좋다. ..

마산번창기(1908) - 11

마산의 관공서 - 5 □ 민의소(民議所)-마산포 소재(전 마산보통학교 터) 이것은 한인(韓人) 측의 자치기관이며 마산포 읍내 6개 동의 하급 행정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 사무소에도 역시 민의소장과 부소장이 있고 의원도 있지만 ..

마산번창기(1908) - 10

마산의 관공서 - 4 □ 마산거류민단역소(馬山居留民團役所)-신시 사카에마치(榮町, 홍문동) 소재 1899년(명치 32년) 7월에 조직된 일본거류민회의 총대(總代) 사무소가 진화한 것이며 그 후 총대를 이사로 이름을 바꾸었으나 ..

마산번창기(1908) - 9

마산의 관공서-3 □ 마산경찰서-신시 토모에마치(巴町, 대외동) 소재 각국 거류지회 조직과 더불어 각국 경찰 사무를 보기 위해 설치된 것이며 새로 신축할 곳은 마산정차장 앞 철도관리국 소관지를 예정하고 있다. 아마 190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