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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도시이야기

마산항지(1926년) - 92 - 곤권(坤卷) / 제19장 마산미곡상조합

by 운무허정도 2024. 3. 25.

제19장 마산미곡상조합

 

마산포 모토마치(元町) 매축지에 있다.

전항(全港)의 미곡상들이 다 모여 오사카, 시모노세키 및 부산 등의 당일의 가격으로 현물거래를 하는 곳이다.

정기 거래나 그달 안의 선물 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신용이 아주 두텁고 항내(港內)의 소매상은 조합의 시세를 표준으로 거의 공정 가격으로 입찰하고 있다.

마산부의 전 면적은 불과 1평방킬로미터 밖에 되지 않으며 거기서 시가와 택지, 산악의 급경사면 과수원, 채소밭을 빼면 부내의 산출미는 부민하루의 양도 채우지 못한다.

그러니 조합 미곡상이 거래하는 현물의 대부분은 창원, 함안, 창녕, 의령, 삼가, 진주, 고성의 각 군에 그 공급을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마산포는 전에 창원항이라 불리우고 조창을 두어 전운사(轉運使)가 부근 십여 군의 공미(貢米)를 집적해 경성에 금납을 위해 이것을 전매해 온 낡은 관습이 남아 있어 지금도 이곳에 운반되어 오니 조선의 미곡 거상이 적지 않았다.

조합은 이 때문에 내지인의 손에 의해 조직된 것이며 취급하는 쌀의 종류 중 주된 것은 미야코(都), 고쿠로미야코(穀良都), 진리키슈(神力種) 등 해마다 개량을 가해 온 종류다.

그 때문에 밥을 지을 때 그 감미로움은 비젠(備前, 일본의 옛 지명, 현재 오카야마(岡山) 현의 북동부 지역), 히고(肥後, 일본의 옛 지명으로 현재의 구마모토(熊本) 현 일대의 지역), 사쓰마(蕯摩, 일본의 옛 지명으로 현재의 가고시마(鹿兒島)현의 서부지역이다), 기타 주고쿠(中國) 지방이나 규슈(九州) 지방 것과 다를 바가 없고 수년 전까지는 오사카 시장에서는 마산미 혹은 창원미로 알아주기도 했던 것이다.

그 후 그 이름이 시장에서 사라진 이유는 마산, 부산에서 반출되는 쌀은 내지산 쌀로 둔갑해 조선이란 이름을 지우게 되고 난공미(蘭貢米, 미얀마의 도시 양곤의 옛 이름 랑군에서 따온 말로 미얀마산 쌀), 서공미(西貢米, 베트남 호치민 시의 옛 이름인 사이공에서 따온 말로 베트남산 쌀), 대만미(臺灣米) 등이 도리어 조선미로 둔갑되기도 하여 일반 가정에서 배척된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크게 사회적인 수모를 당했다고 분개한 조선총독부는 조선쌀이 얼마나 맛있는가를 내지에 선전하고 급기야는 귀중(貴衆) 양원(兩院)의 전 의원에게 시식시켜 겨우 조선쌀의 평가를 회복시키게 되었다.

일전에 저자의 한 친구가 도쿄에서 와 내 집에 3박을 했는데 그때의 한가히 나눈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도쿄에서 조선쌀을 먹으면 조금 바삭하고 맛이 없어서 도저히 못 먹겠는데 지금 조선에 와서 조선쌀을 먹으니 그 맛은 내지쌀에 비해 손색이 없으며 내지 동북(東北) 지방이나 북육(北陸) 지방의 쌀에 비하여도 훨씬 맛이 있다. 그래서 내지의 소위 조선쌀은 그 이름을 빌려 외래산 쌀에 대한 악선전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진상을 알 수가 있다"

 

선인의 상류층은 다 백반을 먹지만 중류 이하는 대개 순 쌀밥을 상시 먹는 것이 아니며 대개는 보리에다 외미(外米)를 섞어서 밥을 짓거나, 쌀 없이 순 보리에다가 대두(大豆), 소두(小豆) 혹은 고량(高梁)이나 조(栗) 등을 섞어 짓는 것이 보통이며 그 원료는 어느 것이나 다 마산포의 점포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상 산미(産米)가 현미 혹은 백미로 마산항에서 부산 경유 혹은 직접 오사카나 고베 지방에 반출되는 수량은 매년 약 15만 석 내외에 이른다.

대정 12년(1923) 오사카상선회사에서 기획한 마산, 오사카 사이의 직통선 항로 개시 이래 올 때는 기타의 상품 백화(百貨)를 적재해 오며, 갈 때는 쌀가마니를 만재해 가는 것을 보니, 일부 부산에서 반출되는 것 외로 마산선은 진영, 창원, 덕산 지방에서, 경남선은 진주 이남의 진주, 삼가, 함안 등 각 군의 산미도 마산 경유 직반출되는 것으로 기울어져 있으니 실제 마산에서의 반출량은 30만 석을 넘을 것이다.<<<

 

이 글은 창원시정연구원이 2021년에 번역한 『馬山港誌』(1926) 중 92번 째 것이다. 그림은 별도로 삽입하였다. 『馬山港誌』는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일본 문헌 중 가장 가치가 높은 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저자는 앞서 게재한 『馬山繁昌記』와 같은 스와 시로(諏方史郞)이다. 본 포스팅은 비영리를 전제로 창원시정연구원의 양해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