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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22대 국회의원 당선자께 드리는 당부

by 운무허정도 2024. 4. 12.

이 글은 4월 11일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분들께 축하드린다. 4년 임기 동안 국가 번영과 공동체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뜻을 이루지 못한 분들께는 위로를 드린다. 선거는 사회적 계약이다. 결과와 관계없이 당락자 모두 나라 발전을 위해 애써주기 바란다.

선거 과정에서 수많은 공약이 제시되었다. 고심해서 만든 것이겠지만 그중에는 폐기해야 할 공약도 많다. 전체 공약 중 85% 이상이 국회의원 권한을 넘거나 위상에 맞지 않다는 분석까지 있었다. 가장 많았던 것이 나랏일이 아니라 동네 일을 하겠다는 공약이다. 교량 통행료를 내리거나 체육관과 도서관을 짓는 일은 단체장인 시장·군수의 일이다. 공공시설 환경개선, 도로 개설, 재개발·재건축, 흙길 조성 등도 국회의원이 할 일은 아니다. 낭비성 공약도 많았다. 좁은 땅에 15개의 공항이 있음에도 또 공항을 짓겠다는 후보도 있었고, 미분양 산업단지가 전국에 152개나 있음에도 산업단지 건설 공약이 많았다. 이러니 혈세 낭비만 막아도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싶다. 공약은 지켜져야 하지만 잘못된 것이라면 늦게라도 폐기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선출된 공복의 바른 태도다.

국회의원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국민 앞에 선서한다. 거시적 관점에서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선자들께 당부드린다. 눈을 크게 뜨고 먼 곳을 바라보시라. 비정규직 노동자가 800만이다. 이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선진복지국가는 불가능하다. 비정규직의 왜곡된 고용구조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 그뿐 아니다. 국제문제, 남북관계, 교육문제, 불평등과 민생문제 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들이 산적해 있다. 물론 이 모든 문제를 의원 한 명이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은 이런 문제들 앞에서 진정으로 고뇌하는 의원이 보고 싶다.

기후변화는 전 인류 앞에 다가선 시대적 과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미룰 수도 없는 문제다. 유일한 해결책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를 세 배로 늘리고 에너지 소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이미 시작된 대응 중 하나가 RE100이다. 기후문제를 유보했던 미국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켜 재생에너지 생산기반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이 모든 준비를 끝내면, 화석연료와 원자력 에너지로 생산된 한국 제품의 수출 길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많다. 재생에너지 생산과 함께 에너지 소비도 줄여야 한다. 우리 국민 1인당 전기소비량은 유럽 선진국의 두 배 정도다. 대량소비의 주요 원인은 생산원가보다도 낮은 전기료 때문이다. 자원부족 국가인 우리의 전기료가 독일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 전기료를 생산원가 이상으로 높이고 그만큼 전기소비량을 줄여야 한다. 기후악당국가라는 부끄러운 별칭에서 벗어나야 한다.

1948년 출범한 이스라엘은 초대 대통령으로 아인슈타인을 선택했지만 아인슈타인은 대통령직을 거부했다. 인간문제를 생각할 능력이 모자란다는 것이 거부이유였다. 그것은 겸허한 기준이었고, 모든 정치가들이 새겨야 할 엄숙한 기준이었다. 당선자들께 당부드린다. 아인슈타인을 기억하며 인간의 문제를 우선 생각하시라. 유권자들은 그런 정치가를 원하며 당신을 선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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