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 몽골연수
기간: 2023년 6월 16일부터 21일까지 4박 6일
장소: 몽골YMCA, 울란바트르, 미니 사막, 테를지 국립공원 등
참가자: 고효빈, 김민정, 김재현(글쓴 이), 김정하, 김태석, 박수연, 박유경, 백은석, 신삼호, 이경수, 이서희, 이승준, 이영호, 이윤기, 이인안, 이종호, 이지순, 이지원, 정규식, 정민교, 정은희, 조정림, 조정순, 차윤재, 한지선, 허정도,황옥자 (이상, 27명)
셋째 날(6.18. 일요일)
전날 축제의 2차를 4인용 우리 게르에서 하는 바람에 비몽사몽 정신없게 일어났다. 조식 후 숙소에서 버스로 이동한 다음 모래언덕까지 걸어가 썰매를 탔다. 경사가 30-40도, 길이가 100미터 정도 되는 모래언덕이다. 플라스틱 썰매에 등을 붙여 누운 자세로 내려가면 가속도가 붙어 끝까지 내려가기도 하고, 중간에 균형을 잃어 엎어지기도 하며 스릴을 즐긴다. 입으로 모래가 들어와도 어린애들처럼 소리지르며 마냥 신나는 모습이다. TV에서만 보던 사막의 모래썰매를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 우리는 바람이 불어오는 모래언덕에서 맨발로 걷고, 팔짝 뛰면서 사진도 찍으며 사막을 즐겼다.
이제 테를지 국립공원(이하 테를지)으로 이동한다. 테를지는 울란바타르 북동쪽 70킬로 정도 떨어진 곳으로, 맑은 공기와 밤하늘의 별, 기암괴석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유네스코 자연유산이다. 미니사막에서 바로 동북쪽으로 2시간 반 정도 가야 한다.
테를지로 가는 길은 미니사막 올 때의 길과 비슷하다. 양, 말, 소, 야크떼가 보이는 몽골 초원에 이미 익숙해진 느낌이다. 가끔 조그만 동네가 나타나고 공동묘지들도 보인다. 중간에 식사를 하고 1시간 정도 지나니 바위산이 나타난다. 테를지로 들어가 먼저 티벳불교 사원 아리야발(Ariyaval)사원으로 간다. 사원이 있는 열트산은 바위산으로 정기(精氣)가 넘쳐 ‘신산(神山)’으로 부르기도 한다. 도중에 테를지의 명물인 거북바위가 나타난다. 자연이 만들어낸 거북 모양의 거대한 바위 조각품이다. 잠시 내려 감상하며 사진찍고 사원으로 향한다.
아라야발 사원은 부처님이 타고 다녔다고 전해지는 코끼리를 형상화한 사원이다. 입구를 지나 올라가는 길에 불교 경전의 말씀을 소개한 경판이 줄지어 있다. 조금 걸어오르면 마니차가 있는 정자가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사원으로 오르는 계단이 코끼리의 코로 보이고 사원이 머 리로 보인다. 정자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가면 출렁다리인 피안의 다리 즉 속세(此岸)에서 부처님의 세계(彼岸)로 넘어가는 다리다. 다리를 건너면 사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불교에서 모든 번뇌를 상징하는 108개(백팔번뇌)의 가파른 계단은 번뇌에서 벗어나 해탈로 나가는 상승과 정화의 길이다. 사원에 올라 뒤돌아보니 테를지의 멋진 경관이 눈 앞에 펼쳐진다. 마니차를 돌리고 부처님께 경배하고, 조용히 앉아 명상도 한다.
더운 날씨에 사원 관람을 마치고 나와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으니 맛도 있고 재미도 있다. 이제 20분 정도 차로 가, 몽골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말타기 체험을 한다. 승마장은 산 밑에 있고 맞은 편으로 톨강의 작은 천과 숲이 보인다. 승마용 헬멧을 쓰고, 간단한 교육을 받은 후 말에 오르는데 살짝 긴장된다. 일행 모두가 말을 타고 천천히 도로를 건너, 숲길을 지나고, 첨벙첨벙 물을 튀기며 천을 건넌다. 말타고 줄지어 지나는 모습이 장관이다. 가이드와 이승준 위원이 말 위에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조금 속도를 낼 때 말 등에서 온몸으로 전해지는 촉감과 리듬감이 짜릿한 쾌감을 준다.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지만 아쉽게 금방 출발지로 돌아온다. 1시간 탔는데 너무 짧은 것 같다.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는 럭셔리 게르(2인용)에 도착하니 앞에 펼쳐진 초원과 바위산이 절경이다. 룸메이트인 신삼호 부이사장과 함께 풍경을 감상하며 잠시 쉬다 산책하러 나갔다. 유목민의 필수품인 소똥 줍는 아이들을 보고 손을 흔드니 아이들도 우리를 보고 웃는다. 우리가 머무는 숙소의 경계인 철선을 넘어오다 사장을 만나 게르 운영과 주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저녁은 몽골 전통음식인 양고기 바베큐 ‘허르헉’이 나왔다.
9시부터 시민사업위원회 연수의 필수 코스가 된 윷놀이를 3조로 나누어 진행했다. 승자와 패자가 엄연히 갈리는 냉정한 게임. 낙(落)의 연속으로 내가 속한 조는 패자가 되어 씁쓸한 기분을 맛봐야 했지만 그래도 떠들썩하게 웃고 즐긴 게임이었다. 간단하게 뒤풀이를 하고 밤하늘의 별을 본다. 북두칠성과 북극성, 카시오페아 자리가 뚜렷하고 은하수(반짝이는 별들의 강)도 흐릿하게나마 보인다. 아직 문명의 때가 덜 묻은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밤이었다. 어제 밤 무리한 탓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넷째 날(6.19 월요일)
잠을 푹 자고 나니 상쾌하다. 눈 앞에 펼쳐지는 들판과 산이 멋지다. 공기도 맑고 하늘도 파랗다. 아침을 맛나게 먹고 트래킹에 나선다. 버스로 잠깐 이동하여 출발지에 이르니 올레길 안내표지가 보인다. 제주올레를 개발한 서명숙 씨가 이곳에 와서 여러군데의 길 중 3군데 코스(우리는 2코스)를 정했다고 한다. 초원길이라 햇볕이 있지만 오전이라 걸을 만하다. 1시간 가량 걸으니 오른 쪽으로 울란바타르시(해발 1350미터)를 지나는 톨강의 상류가 나타나고 강 주위로 나무들이 있다. 일행 중 몇 사람은 이 주변에서 놀다가 돌아가기로 하고 트래킹을 계속한다.
길게 늘어섰던 줄이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눠져 1시간 정도 더 걸으니 산이 가까와지고 기슭에는 톨강 지류인 조그만 천이 흐른다. 커다란 나무들이 만들어 주는 그늘 밑에서 잠시 쉰다. 가까이에 조그만 어워(Ovoo)가 있다. 어워는 돌(흙, 풀)로 쌓은 제단으로 ‘더미(무더기)’를 뜻한다. 몽골의 샤머니즘을 보여주는 돌무더기로 길안내 역할도 하는 우리의 성황당과 같은 곳이다. 돌을 올리고 왼쪽으로 세 바퀴 돌며 소원과 여행의 안녕을 비는 풍습이 있어 우리도 각자 돌을 얹고 세 바퀴 돌면서 각자의 소원과 안녕을 빌었다. 냇물에 발을 담그니 10초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물이 차가왔다. 설산에서 녹아내리는 물이라고 한다. 박수연 회원의 올바른 걷기에 대한 짧은 강의 후 다시 출발.
이제 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구릉 같은 완만한 경사라 힘들지는 않지만 땡볕이다. 산 정상의 멋진 바위들과 넓은 초원을 감상하고, 기암괴석들을 만나며 눈이 호강한다. 산 중턱으로 가는 길 왼쪽으로 커다란 어워가 보인다. 오방색 깃발들이 펼쳐져 있는 몽골서 가장 큰(?) ‘칭기즈칸 어워’라고 한다. 여기서 땀흘리며 걷다가 잠시 쉬는 여유와 즐거움을 맛본다. 어워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으며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린다.
다음에는 약간 난코스인 산 중턱을 넘어가는 길이다. 출발지부터 따라오며 친근해진 개가 양떼나 소떼를 몰아야할 시간이 됐는지 성큼 앞서가다가 사라진다. 우리도 힘을 내어 중턱 고개에 오르니 큰 정자가 있다. 이곳이 트래킹 중 제일 높은 장소로 해발 1600-1700미터 정도 될 것 같다. 정자에 앉아 멀리 아래로 보이는 올라온 길과 시원하게 펼쳐진 멋진 장면을 본다.
내려가는 길은 발길이 가볍다. 곳곳에 여러가지 들꽃들이 피어있고 탁 트인 풍경도 장쾌하다. 마침내 출발지로 복귀, 4시간 정도의 트래킹이 끝났다. 숙소인 게르로 돌아와 점심 식사 후 짐을 정리하고 출발. 테를지 안에 유목민이 사는 게르에 들러 그들의 삶의 공간을 보고, 몽골 전통차와 과자도 맛본다.
울란바타르로 돌아가는 길에 초원 위로 우뚝솟은 동상이 나타난다. 세계에서 가장 높고 거대한 ‘칭기즈칸 기마상’이다. 몽골제국 800주년 기념으로 조성된 박물관과 그 위에 높이 40미터 은색의 동상이 있다. 입구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1층과 지하에 있는 박물관 구경을 한다. 승강기와 계단을 이용해 말 머리에 올라 광활한 초원을 조망하고, 칭기즈칸의 거대한 얼굴을 마주했다. 몽골은 역시 칭기즈칸이다.
울란바타르로 돌아와 몽골인들이 신성시하는 복드칸산 기슭에 있는 자이산 언덕(Zaisan Hill) 꼭대기에 위치한 ‘자이산 승전탑’(Zaisan Memorial)을 찾아간다. 현대적인 복합문화상가 건물인 ‘자이산 힐 콤플렉스’ 안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서 내려 계단으로 한참 올라가니 승전탑이 나타난다. 눈 앞에 울란바타르 시내가 펼쳐지고, 둘째 날 들른 이태준 기념관도 바로 아래 보인다. 저멀리 시의 북쪽, 가난한 산동네의 다닥다닥 붙은 집들도 희미하게 보인다.
자이산 승전탑은 1939년 몽골과 소련 연합군이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고, 2차 대전 중 희생된 소련과 몽골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1971년 소련이 세웠다. 커다란 원환의 모자이크 형식의 벽화에는 독일 나치와 일본의 패전을 상징하는 형상, 붉은 군대의 승리를 기념하는 소련과 몽골 연합군, 소련과 몽골의 우애와 친선의 모습 등이 그려져 있다.
내려가는 길은 쉬웠지만 하루에 많은 일정을 소화하느라 모두 약간 지친 모습이다. 한국 식당에서 에너지를 보충하고, 첫날 머물렀던 이비스 호텔로 간다. 내일 밤 몽골을 떠나야 하므로 호텔 ‘루프트 바’에서 시원한 생맥주와 함께 평가회(?)를 했다. 시간 여유가 있어 좁은 호텔방에 다시 모여 2차를 즐겼다.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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