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7월 25일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세상이 혼돈스러워 길을 물었다. 친일을 대놓고 두둔하고, 전직 대통령을 간첩이라 하고, 아이 잃은 부모에게 ‘자식 팔아 장사한다’고 막말 뱉은 이들이 국민세금으로 급료 받는 공직자이다. 평균학력 세계제일이고 선진국도 되었다는데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뿐 아니다. 빈부격차와 불평등, 최고자살률과 최저출산율, 집단과 집단 간의 갈등과 반목, 대안 없는 기후위기, 좋아지는 것보다 나빠지는 것들이 더 많다. 어이없는 일까지 생겼다. 핵 오염수를 바다에 쏟아 붓겠다는 나라, 그 오염수가 국민건강에 아무 해가 안 된다는 나라, 해될 것 없다며 횟집 수조 물까지 떠먹는 국회의원까지.
잘못된 확신은 무지보다 무섭다. 이성이 무너진 사회는 가치와 규범이 설자리를 잃고, 희망의 크기도 작아진다. 그래서 물었다, 도대체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은 어디냐고. 24년 만에 도달한 마산YMCA아침논단100회를 기념해 열린 3연속강연 이야기다. 제목은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질문에 답한 이는 사회학자, 역사학자, 정치학자였다. 나름 내로라하는 세 사람은 자신의 지식과 혜안으로 한국사회를 진단한 후 우리가 가야할 길을 제시했다.
사회학자 차성수 깨어있는 시민문화체험관장은, 국민소득과 경제수준은 다른 선진국들과 어깨를 겨루지만 자살률과 출산율을 보면 희망을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내기도 한 그는 세 번 집권한 민주당 정부도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눈앞에 닥쳤지만 현재 제도로는 막을 수 없는 변화의 징표로 기후변화, 저출생, 인공지능을 꼽았다. 거스를 수 없는 이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론을 통한 새로운 시대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역사학자 박노자 오슬로국립대학 교수는,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서열화를 지적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만 보더라도 실제 국민은 임금 노동자가 가장 많지만 고소득 직업군 일부가 국민을 과대표하고 있는 구조는 공정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서열화 사회에서 위쪽은 과도하게 편안히 살고 아래쪽은 너무 힘들게 살아간다면서 수많은 노동자가 질환에 시달리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과로로 인한 산재사고도 모두 서열이 낮아 생긴 사고라고 지적했다. 서열화는 급기야 개인이 기업에 식민화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고도 했다. 서열화를 타파하기 위해 부의 재분배 강화, 비정규직 축소, 학벌타파, 국민복지 강화 등을 제안하였고 그래야만 강대국 경쟁에도 제대로 끼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학자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를 지정학적 측면에서 진단하였다. 얼핏 보면 이념이 서로 다른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 간 갈등의 본질은 지정학적 이유 때문이라면서, 같은 이념의 국가들끼리 지정학적 주도권 때문에 충돌한 사례를 들며 설득력 있게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역시 지정학적 충돌이라고 설명하며 최근 국제사회에서 ‘이념외교’를 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 때문에, 일본은 경제적 실리를 챙기기 위해 모두 중국정책을 바꾸었는데 한국만 이념외교에 매달리는 것을 크게 우려하였다. 그는 한미동맹을 군사동맹으로 명확히 하고, 주변 모든 강국들과 우호관계를 넓히면서 남북한 평화공존, 즉 ‘평화로운 분단’을 통해 영세중립국으로 나아갈 것을 제안하였다.
어떤가? 세 사람의 생각, 지금 우리에게 딱 필요한 답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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