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

학봉산악회 대만 가오슝(高雄)·아리산 여행 - 3

by 운무허정도 2023. 5. 11.

기간 ; 2023. 4. 27 (목) ~  4. 30 (일)

참가자 ; 서익진, 정규식, 김용운, 신삼호(회장), 신성기(총무), 손상락, 임상후, 허정도, 권영찬(초대 손님), 김재현(글쓴 이)

 

4.29(토. 셋째 날) 맑음 – 드디어 아리산(阿里山)으로

 

새벽부터 서둘러 이번 여행의 목적지이자 클라이맥스인 아리산으로 출발한다(6시 50분). 아리산은 하나의 산이 아니라 대만 최고봉인 위산(玉山, 3592m)의 서쪽 산악지대에 있는 18개의 산봉우리를 포함한 지역을 의미한다. 공식 명칭으로는 ‘아리산 국가풍경구’(阿里山國家風景區)’로 산 전체가 거대한 관광지이다. 아리산 운해, 일몰, 삼림과 삼림열차, 쭈샨(祝山)의 일출 등이 유명하다.

 

 

일제는 아리산 지역의 벌목을 위해 자이(嘉義)역에서 펀치후(分起湖) 등을 거쳐 아리산역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 71.4km의 삼림열차를 1912년에 완공했다. 이후 관광열차로 재탄생했으나 1999년 9.21 대지진 때 파괴되어 지금은 자이역에서 펀치후를 거쳐 스쯔루(十字路)역 까지만 운행한다.

자이(嘉義)의 동방명주 호텔에서 출발한 차는 18번 도로를 따라 경쾌하게 달린다. ‘아리산관리사무소를 지나자 구불구불한 산길이 계속 이어진다. 굽이굽이 돌면서 해발고도가 높아지자 몇 회원들은 멀미가 나는 듯 눈을 감고 몸을 의자에 기댄다. 산길을 따라 좌우로 바뀌며 보이는 계곡에는 산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있다. 고도표시판이 한번씩 나온다. 도로 옆으로 군데군데 큰 마을이 나오고, 넓은 차밭과 산 밑 저 멀리 마을도 눈에 들어온다.

1시간 반 가량 버스에서 좌우로 흔들리며 구경하다 보니 해발 2000m를 넘어 목적지에 가까워진다. 드디어 아리산 입구에서 내린다. 차갑고도 맑은 공기가 상쾌하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바위산은 탑산(塔山)으로 중턱에 점점이 터널같이 보이는 곳이 있는데 차도를 만들다가 중간에 그만두어 지금은 통행이 금지된 길이라 한다.

 

 

9시 정각 아리산역(2190m)에서 아담한 크기와 길이의 빨간색 협궤기차를 타고 오른쪽 자오핑(沼平,2274m)역까지 간다. 쟈오핑역은 1914년에 완공된 역으로 개통 당시에는 아리산 본선의 종착역이었다. 7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숲속을 달리는 삼림 열차의 맛을 느낀다. 아리산각 호텔 앞으로 난 철로를 따라 조금 걷다가 아래쪽 하이킹 코스(쟈오핑역에서 션무역까지)로 접어든다.

 

 

일제가 벌목한 흔적인 사목(死木) 밑둥과 뿌리, 고목들을 감상하며 조금 내려가니 오른쪽으로탑산(2663m) 가는 길을 따라 등산복 차림의 그룹이 줄을 지어 올라간다. 평탄한 길로 걸어가니 아름다운 연못이 2개 나온다. 메이탄(동생연못)과 즈탄(언니연못) 합쳐서 즈메이탄(姊妹潭,자매연못)이라 불리는 곳이다. 일치시대 때 일본 군인을 동시에 사랑한 두 자매가 사랑 때문에 자매의 인연을 끊을 수 없어 각각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가이드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고 하니까 정말이냐며 따지는 회원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미주알 고주알따지는 회원들이 많은 곳이 바로 학봉산학회다.

 

 

물이 아주 투명하고 햇볕이 강해서 수면 위로 비치는 나무들과 푸른 하늘이 멋지다.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사진찍기에 바쁘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나무 잔도(棧道)가 잘 되어있어 숲의 공기와 분위기를 즐기며 여유롭게 삼림욕을 한다.

 

 

다양한 모양의 나무들이 보인다. 돼지를 꼭 닮은 나무, 두 그루의 나뭇가지가 하트 모양을 이루는데, 이름이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 진다는 영결동심(永結同心), 한 그루터기에서 4나무가 자란다는 4자매 나무 등.

 

 

목련 정원인 목란원(木蘭園)이 있고 조금 더 지나니 왼쪽으로 공사 중인 도교사원 수진궁과 오른쪽으로 상점이 있는 넓은 광장이 나온다. 자유시간 동안 각자 구경하며 기념품도 사고, 커피점에서 ‘아리산 스페셜 커피’를 몇 잔 시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계산하고 마지막에 휴대용 종이컵을 받은 나는 커피도 마시랴 일행을 따라가랴 바쁘다.

이 곳의 큰 나무들은 최소 800년에서 1900년된 나무라 신목(神木)’이라 불리는데 도처에 있다. 코끼리 코 모양의 나무(象鼻木,상비목)3대목(三代木)을 지나 자운사 부근 자운경관대에서 앞에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고 아리산 박물관을 급하게 보고 나오니 경쾌한 연주소리가 들린다.

 

 

거대한 신목 주위에 설치된 무대에서 멋진 오케스트라(?)공연을 하고 있고 토요일이라 객석에 관람객도 많다. ‘첨밀밀’로 유명한 타이완 여가수 덩뤼진(鄧麗君, 1953-1995)의 익숙한 노래 ‘야래향(夜來香)’도 나온다(나는 잠시 다른 곡으로 착각했다) 즐겁게 감상하며 기록자로서 책임감과 궁금증으로 알아보니 국립자이대학 학생과 자이현 삼림관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두견화(진달래꽃)음악회’였다. 멋진 장소에서 뜻밖의 행운이었다.

 

 

시간이 없어 공연을 다 못보고 갔던 길을 돌아나온다. 신목들과 수령탑(樹靈塔)을 보고, 삼대목을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오랜 세월에 걸쳐 3대에 걸쳐 자라는 신목의 모습이 놀랍고 신기하다.

 

600

 

션무역(神木火車站,2138m)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남아, 주변 거목군잔도(巨木群棧道)를 따라 산책을 하고 숲속 의자에 앉아 사진도 찍는다. 12시에 아리산역으로 출발하는 삼림열차를 타고 10분 정도 가서 아리산역에 도착한다. 아리산의 멋진 풍경을 뒤로 하며 버스는 ‘아리산추족문화부락’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