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봉산악회 대만 가오슝(高雄)·아리산 여행 - 2

기간 ; 2023. 4. 27.(목) ~ 4. 30(일)

참가자 ; 서익진, 정규식, 김용운, 신삼호(회장), 신성기(총무), 손상락, 임상후, 허정도, 권영찬(초대 손님), 김재현(글쓴 이)

 

4.28(금. 둘째 날) 맑음

 

아침 6시반 기상, 7시부터 식사, 8시 반 까오슝 북쪽에 있는 도시인 타이난(台南)으로 출발. 40여분 걸려 타이난시 남쪽에 있는 ‘치메이(奇美) 박물관’에 도착한다.

이 박물관은 타이난에서 태어난 치메이그룹 창업주이자 회장인 쉬원룽(許文龍:1928- )이 어릴 때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80여년에 걸쳐 꿈을 실현한 결과물로, 평생 모은 수집품을 전시하기 위해 2015년에 개관했다.

 

 

쉬원룽 회장은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탁월한 사업가이자 바이올린을 켜는 예술인이며 장자의 사상을 실천하는 철학인이라고 한다. “내 박물관의 유일한 목적은 대중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말에 나타나듯이 그의 대중에 대한 사랑은 이익의 사회 환원이란 차원에서 종업원지주제도와 문화기금을 통한 예술가 지원 등을 통해 잘 나타난다. 훌륭하고도 멋진 분이다.

차에서 내려 입구로 가는 도중 인공호수 위에 설치된 ‘올림푸스 다리’ 좌우로 그리스의 올림푸스 산에 거주하는 제우스와 헤라를 비롯한 주요 12신의 동상이 있다. 가이드가 표를 사러 간 사이 그리스(로마) 신화 강의를 한 적이 있는 내가 썰을 풀면서 가이드 역할을 한다. 서양의 수많은 화가와 조각가들이 여러 신들과 아프로디테(비너스)의 아름다운 모습을 얼마나 많이 표현했는지!

 

 

우리는 9시 50분경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기념 단체사진을 한컷 찍고 자유롭게 구경한다.

유럽의 궁전 건물 같은 치메이 박물관은 13세기~20세기에 걸쳐 다양한 서양미술품을 전시한 예술관, 로댕과 그의 스승 및 동료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로댕 전시관, 한 가운데에 유명한 ‘생각하는 사람’(여러 개의 복제 작품이 있음)이 놓여있다. 전 세계 5개 대륙의 동물 표본과 화석을 전시한 동물관, 전 세계 다양한 악기들을 전시한 악기관, 세계 각지의 고대 중세, 근대 병기들이 있는 병기관, 그리고 중앙의 조각전시홀 등 다양한 예술품들과 조각품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서양문화를 보고 배우기에 아주 좋은 곳이라 견학온 학생들 몇 팀이 보인다.

 

 

특히 한 개인의 의지와 노력, 능력으로 이처럼 대규모 종합 박물관을 건립한 것은 세계적으로 드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시품들의 종류도 많았고 규모도 대단했다. 나는 동물관과 병기관이 특히 재미있었다. 또한 아름다운 박물관 외관과 멋있는 야경으로 많은 관람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대강 11시 정도까지 각자의 취향대로 자유 관람을 한 후 기념품점에서 그림도 사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도 마시며 즐겼다.

박물관에서 나와 주차장까지 땡볕을 걷다가 버스를 타니 시원하고 편하다. 박물관 관람은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 ‘미주알님’은 힘들어서 그런지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 미리 와서 버스 뒷자리에서 편하게 누워있다. 일행들은 그래도 ‘미주알 고주알’하며 농담을 하고 ‘미주알님’도 잘 받아치는 모습이 재미있다. 여행은 동행하는 사람들이 서로 잘 맞아야 좋은 법, 우리는 그런 점에서 최고의 팀이 아닐까.

 

우리 차는 타이난(台南) 시내로 20여분 들어가 ‘블루프린트(Blueprint)’ 문화창의(創意)공원에 도착한다. 이곳은 일치시대 때 사법부의 기숙사로 쓰이던 낡은 목조건물의 내부만 리모델링하여 복합문화예술단지로 재구성한 곳이다, 맞은 편 일본의 미츠코시(三越) 백화점 자리에는 교도소가 있었다고 한다. 준비한 플랭카드를 들고 기념사진 한 컷.

 

 

디자이너의 작업실, 소품 전문점, 디저트 전문점, 카페 등이 골목길 따라 아담하게 있고 중심부에 새파란 건물이 공연무대처럼 자리잡고 있다. 조그만 곳이라 20여분 자유롭게 구경하고 다시 차를 탄다. 도중에 식당에 들러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고 네덜란드 유적이 있는 안평구로 향한다.

타이난은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도시로 1624년 네덜란드 상인단과 군대가 오늘날의 안핑을 점령해 행정수도로 삼아 상업지구와 성을 건립한 이후, 1894년 타이뻬이로 수도를 이전하기 전까지 정씨 왕조와 청나라의 수도였다.

가이드가 준 입장권을 내고 안평수옥(安平樹屋) 입구로 들어가 먼저 1867년에 건설된 영국 무역회사 건물인 덕기양행(德記洋行) 1층에 잠깐 들러 역사자료 사진들을 보고, 건물 뒤쪽에 있는 안평수옥으로 간다. 안평수옥은 말 그대로 안평나무집이다.

영국이 1867년에 상가와 창고로 지은 건물이고, 1895년 일본이 점령한 후로 대일본염업주식회사(大日本鹽業株式會社:소금회사)의 사무실과 창고로 사용되다가 1945년 일본이 떠나고 소금산업이 몰락하자 방치되었다. 그 후 용수(榕樹)나무(뱅골보리수 또는 반얀나무라고도 한다: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유적지에서도 잘 볼 수 있다)가 건물 안팎에 자라나고 뿌리내리는 특이한 상황이 생겨난다. 나무가지와 뿌리가 건물 전체를 온통 감싸서 집과 뒤엉켜 만들어진 기이한 풍경이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우리들은 신기해하고 감탄하면서 연신 사진을 찍었다.

 

 

안평수옥에서 잠시 쉬다가 큰길을 건너 안평고보(安平古堡)로 간다. 안평고보는 1625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에서 건립한 성이자 요새로 네덜란드는 이곳을 명나라, 일본, 동남아시아와의 무역거점으로 삼았다. 붉은 지붕의 전망대에 오르니 안평지역 전체가 잘 보이고 바람도 시원하다. 전망대 오른쪽으로 ‘민족영웅 정성공’이라고 쓰인 동상이 있고. 성(대만성)의 일부도 잘 남아있다.

 

 

1661년 명나라(1368-1644)의 장군 정성공(鄭成功,1624-1662)이 약 2만 5천여명의 병력을 이끌고 공격하여 9개월간의 치열한 전투 끝에 네덜란드군이 항복했다. 이 전투로 38년간의 네덜란드 시대(1624-1662)에서 벗어나 정성공이 지배하는 정씨 왕조(1662-1683)가 등장한다. 정씨 왕조는 청나라가 지배함으로써 끝난다.(보다 상세한 대만 역사에 대해서는 [도해 타이완사] 글항아리.2021 참조)

 

안평고보를 나오니 바로 안평천후궁(安平天后宮)이 나온다. 성모안윤(聖母安潤)이라는 현판(?)이 붙어있는 본당은 천후(성모)인 마조(媽祖)를 모시는 도교 사당이다. 마조는 중국 ‘남해의 관세음보살’ 혹은 ‘동양의 산타루치아 성녀’로 불리며 푸젠성(복건성)에서 10세기 경 태어난 실존 인물이다. 어릴 때의 설화도 있고 16세부터 조난당한 뱃사람을 구하는 등 신통력을 발휘하다 28세에 승천하여 여신(女神)이 되었다고 한다. 대만에서 마조사당은 1661년 정성공이 네덜란드인을 몰아낸 후 1668년에 안평 바닷가에 사원을 지어 마조 신상을 모시게 되면서 유래했다고 한다.

 

 

대만에는 크고 작은 마조사당이 전국에 500여개가 있으며 타이난 지역에만 110여개의 사당이 있다. 아마도 태풍과 지진이 잦은 지리적 조건 때문에(일본도 마찬가지) ‘관우’ 숭배와 같은 이러한 민간신앙이 번성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2시 반 경 타이난시 북동쪽, 자이(嘉義)시 동남쪽에 있는 관쯔링(關子領) 온천으로 출발. 시내를 거쳐 3번 고속도로로 달리다가 바이허(白河)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산속으로 들어간다. 아열대 산의 풍성한 삼림이 멋지다. 관쯔링(關子領)온천은 대만의 4대 온천 중 하나로 머드온천으로 유명하다. 차로 산을 한참 올라가 경대산장(景大渡假莊園)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은 수영복이 없어 아쉽게도 남녀공용노천수영장(山泉露天遊泳池)으로 못가고 남성전용나체욕탕으로 들어간다. 산 속에 있는 아담한 크기의 온천에 몸도 담그고, 욕탕에 딸린 야외 휴식공간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멋진 경관을 감상하며 기분좋은 시간을 보냈다.

 

 

여유로운 휴식 후 자이시로 이동하여 저녁을 맛있게 먹고 호텔로 간다. 숙소인 동방명주호텔은 아리산과 가까워 아리산 관광객들이 많이 머무는 곳이다. 금문고량주, 대만맥주, 간단한 안주를 준비해서 허정도, 서익진씨 방에서 잠시 담소를 나누다가 내일 일정(얼람 5시 반, 6시 식사, 6시50분 출발)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대만은 면적이 36,197평방킬로미터로 남한(100,210)의 약 3분의 1 정도 크기이고 인구는 2357만(2020)이다. 우리의 전체 여정을 지도에 표시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