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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간 도시이야기

제주에서 철거위기에 처한 거장의 건축을 만나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2. 12.

↑더 갤러리 전경(사진. 김중만 작)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들과 함께 나흘간의 짧은 제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의 주제는 '나를 보듬는 休'

주제에 표현된것 처럼 자신의 일상과 불편한 세상사에서 잠시 비켜나 나에게 휴식을 주는 여행이었습니다.

제주 4.3의 흔적을 더듬고 한라산 등반, 오름, 곶자왈 탐방등 알찬 일정에 짬을 내어 혼자서라도 꼭 가고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일행들이 한라산 등반에 나선 둘째날.

 

산행을 좋아하지만 십여차례 제주도여행 중 한번도 인연이 없었던 한라산 산행의 기회를 마다하고 일탈중에 일탈한 이유는 바로 '까사 델 아구아'와 다시는 못 볼지 모르는 '더 갤러리'라는 건축물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까사 델 아구아'는 제주컨벤션 센터를 지원하는 호텔 겸 리조트 기능의 숙박시설이고 '더 갤러리'는 숙박시설의 홍보관 겸 갤러리로 사용되던 가설건축물입니다.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본 아파트건설이 끝나면 철거되는것 처럼 '더 갤러리'는 수년내 사라질 시한부의 운명을 타고난 가설건물이지만 그냥 뜯어버리기엔 아까운 사연이있습니다.

 

이 건축물을 설계한 멕시코출신의 '리카르도 레고레타'는 빛과 색, 물을 매개로 자신만의 건축세계를 구축한 건축계의 세계적인 거장입니다.

안타깝게도 호텔 건설 와중에 운명을 달리하면서 이 건물들은 그의 유작이 되고 맙니다.

잦은 설계변경으로 인해 호텔이 완전한 그만의 작품이라 부르기 애매해지면서 철거위기에 처한 '더 갤러리'가 오히려 조명을 받게되고 그 운명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지난해 철거를 집행하려던 행정에 맞서 건축, 문화계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관심으로 철거는 일단 보류되었지만, 호텔사업자측과 규정을 준수하려는 제주시청의 철거 의지가 확고해 언제 뜯길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꼭 가봐야겠다는 신념으로 일행과 떨어져 혼자서 찾아갔지만 안타깝게도 내부는 폐쇄되어 들어가보지 못하고 외관만 둘러보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절제된 형태와 강렬한 색감, 제주의 자연을 이해하고 담으려했던 건축가의 마음은 충분히 느낄수 있었습니다. 누가보더라도 그냥 철거하기에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것 같았습니다.

 

훌륭한 건축물 하나가 도시의 운명을 바꾸는데 일조한 사례는 얼마든지 많이 있습니다.

더구나 제주에는 마리오 보타, 안도 다다오, 이타미 준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이 계속 세워지고 있고 건축이 자연경관과 더불어 제주의 중요한 자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눈 앞의 이익과 도시를 위해 만든 규정의 덫에 얽매여 좋은 자산을 잃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길 바랍니다.

'더 갤러리'의 운명은 우리가 지향하는 문화의 정책과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것입니다.

 

↑더 갤러리 전경(사진. 김중만 작)

 

 

 

 

 

↑멕시코출신의 건축계의 거장 '리카르도 레고레타'

 

↑더갤러리 보존의 염원을 담은 리본들

↑더갤러리 출입문

 ↑이타미 준의 방주교회

 

 

 

↑안도 다다오의 본태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