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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도시이야기

김형윤의 <마산야화> - 23. 203고지의 거포, 24. 돝섬의 위장 적기

by 허정도 2015. 6. 15.

23. 203고지의 거포(巨砲)

마산 신사(현 제일여중·고) 정문 앞 공지에 녹슨 대포 일문(一門)이 거치되어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해방된 몇해 안가서 포대와 동시에 흔적이 없다.

이 대포는 1904년에 발발한 일로(日露)전쟁시 일본 최고의 군벌인 대산(大山), 내목(乃木) 등 원수급에 의하여 일본 조병창에서 건조, 군함으로 여순항에 인양하여 격전장이던 203고지에서 공을 세운 것으로,

일본의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하여 마산만 입구이며 중포병 대대 입구 까치나루(鵲津) 산정에 두었다가 1935년 대대장이던 굴구중좌(掘口中佐)가 마산부에 기증하였던 바,

부 당국은 이것을 전기 장소에 이전 거치함으로써 마산만을 일모(一眸)에 보고 일본의 군국주의 사상을 환기했던 것인데,

그대로 보존해 두어서 하등 해될 것도 없고, 도리어 외국 침략의 유물로서 하나의 교재가 될 법도 하였는데 누구의 소행인지 분해 도취(盜取)되고 말았다.

또 진해도 그러하다.

마산은 육군이 쓰던 구포(臼砲)였지마는 진해는 일 해군이 울산만과 울릉도 연안에까지 러시아의 발틱 함대를 격침한 대포를 탑산 아래에 거치한 것이 고철상의 손에 도취(盜取)되었다는 것이다.

주 ; 203고지(일본어: 二〇三高地, 중국어: 二零三高地)는 중국 랴오닝 성 다롄 시, 뤼순커우 구에 있는 언덕이다. 러일 전쟁 당시, 1904년 ~ 1905년의 여순항 포위 때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해발 고도가 203 미터(=666 피트)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녹슨 대포가 있었다는 마산신사 정문. 지금일여중고 정문 위치이다>

 

24. 돝섬의 위장 적기(敵機)

1944년 태평양 전체가 나날이 패색이 짙어가는 7월 어느 날 밤,

마진(馬鎭) 양부읍(兩府邑)에 아무 사전 경보도 없이 산야가 진동하는 대 폭음이 일어 마산부 주위 40리 거리를 흔들어 놓았다.

일본군 당국이 발표하기로 B29기가 ‘돝섬(猪島)’을 일본 군함일줄 오인하고 맹폭한 것이라 했다.

이날 밤의 폭격으로 돝섬 남단의 암석파편이 등 넘어 20여 호 인가를 휩쓸었을 뿐 인축(人畜)에는 피해가 없었다.

이것은 귀축영미(鬼畜英美)에 대한 적개심을 앙양시키기 위한 일본군의 단말마적 광태(狂態)에 불과했던 것인데 일본인들은 적개심은 고사하고 백이면 백 모두가 공포에 떨기만 했을 뿐이다.

진해만에 산재해 있는 섬들이 몊 개가 있는지를 지리에 밝은 미군이 몰랐을 리 만무했고, 섬과 군함을 식별하지 못할 리 만무했건만 돝섬을 군함으로 알고 오폭했다는 선전은 소지천만(笑止千萬)으로 국민을 우롱한 처사도 그러하거니와 일본군 자체가 적군으로 가장한 자작 연출은 더욱 얄미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