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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30 04:11

건축의 외형 - ‘도넛’ (doughnut or donut)

 축과 도넛? 언뜻 무슨 관계가 있느냐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ring' 이라고 표현해 볼까요?

여기에 현재는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와 그가 창업한 애플 을 함께 생각해 보면, 아! 하고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 의 '진정한 유작' 이라고도 불리는 '애플 파크', 애플의 신사옥이 2017년 4월 완공되었습니다 - 아직 자잘한 공사들과 조경 등은 현재 계속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Apple Park (2017,  Cupertino, California, USA)

출처 - www.hindustantimes.com/ 

출처 - apple.insidercdn.com


직경 461m의 이 거대한 '도넛' 은  12,000명 에 달하는 애플 본사 직원 전체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며,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 (Norman Foster) 남작(1990년 기사 작위 서임, 1999년에 남작 으로 승작 에 의해 디자인되었습니다.

 산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던 스티브 잡스의 의도가 크게 반영되어, 도로와 주차공간을 모두 지하로 숨기면서 지상에는 '국립공원' 같은 조경만 남겨놓았습니다.

 2017년 9월에 '스티브 잡스 극장' 이 언론에 공개되었으며, 최근에는 '방문자 센터' 가 일반에게 개방되었습니다. 2017년 9월 드론을 이용한 4K 영상이 https://www.macworld.co.uk/ 에서 공개되었네요(영상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여담으로 현재까지 건설된 건물 중에 건설비용이 가장 비싼 건물 5위 (대략 50억 달러) 에 등극하였습니다. (1위부터 25위까지 리스트는 여기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Tietgen Dormitory (2005, Copenhagen, Denmark) (현지명 : Tietgenkollegiet)

 

출처 - www.archdaily.com


 애플 파크와는 조금 다른 규모의 건물을 소개합니다. 덴마크 Lundgaard & Tranberg Architects 에 의해 설계된, 2006년 개관한 티에트겐 기숙사 입니다.

 

'미래의 기숙사' 를 실현시키자 라는 명확한 목적하에 The Nordea Denmark Fund 의 기증으로 가능해진 프로젝트 입니다. 고화질의 사진과 도면 등의 자료를 Lundgaard & Tranberg arkitekter 에서 공개하고 있습니다 - http://www.ltarkitekter.dk/tietgenkollegiet/


 - Shaeraton Huzhou Hot Spring Resort (2012, Huzhou, China)

출처 - www.dezeen.com

 

 이전 두 건물은 평면적으로 도넛 혹은 링 형태라서, 항공뷰 혹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봐야만 도넛의 형태를 알 수 있었다면, 쉐라톤 호조우 핫 스프링 리조트 는 누가 보아도 바로 그 형태를 알 수가 있습니다. 

 중국을 기반으로 하는 건축회사 Studio MAD (http://www.i-mad.com/) 에서 설계하였고, 쉐라톤 이라는 브랜드와 독특한 외관, 중국 최대 규모의 온천 리조트라는 점이 합쳐져 금새 유명해졌습니다. 

 '12개의 독특하고 이상한 호텔' 이라는 제목으로 CNN 기사에서도 소개되었네요 - 참고로 소개된 호텔 중에 쉐라톤 호텔 이 가장 정상적인 호텔입니다. (http://edition.cnn.com/travel/article/most-unbelievable-hotels/index.html) Studio MAD의 당 프로젝트 소개 페이지를 함께 링크합니다 - http://www.i-mad.com/work/sheraton-huzhou-hot-spring-resort/?cid=4


 - Ring of Life (2012, Fushun, China)

출처 - www.collective-evolution.com/

출처 - www.pinterest.com


 사실 이것을 건축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지 약간 헷갈리긴 합니다만, 말 그대로 'ring' 을 구현한, 중국이 아니면 대체 어디에서 이런 것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구조물이라서 소개해 봅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개발 회사인 The Goddard Group 이 Fushun 시 개발의 일부분에 참여하게 되면서, 도시의 아이콘으로서 그리고 전망대 로서 디자인하였습니다. (초창기에는 번지점프 장소로 쓰려 하였으나 안전상의 문제로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16,000개의 LED 조명이 설치되어 있으며, 높이는 157미터 (50층 아파트 높이에 필적합니다), 전체 무게는 3,000톤에 달합니다. 프로젝트 소개 페이지를 링크해 봅니다 - 건축 스튜디오 와는 조금 다른 방식의 프로젝트 소개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thegoddardgroup.com/ring-of-life/


<이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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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00:00

기억을 찾아가다 -7

7. 한국전쟁기의 학교생활 - 떠돌이 수업

 

피난 갔다 와서 학교에 나가보니, 들은 대로 학교는 이미 군용병원이 되어 있었다. 이웃 마산상업중학교(용마고의 전신인 마산상고와 마산동중이 분리되기 전의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이때부터 우리들의 떠돌이 학교생활은 2년 남짓 계속되었다. 처음엔 용마산 남쪽 비탈 중하단 정도 되는 곳으로 등교했다.

거기엔 전쟁에 대비하여 파놓은 자형의 참호가 많이 있었고, 거기서 우리 반뿐만 아니라 여러 반이 이웃하여 학습생활을 했다.

 

<교실이 없어 마당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1953년 6월 서울에서 촬영>

 

가운데에 작대기를 세워 칠판을 걸고 우리들은 호 안에 기대거나 서고, 바깥 풀 위에도 앉고 하여 진행하는 수업형태였다.

그때 우리들 각자가 선생님 지시에 따라 마련한 책상 대용 필수품이 화판이라 불린 물건이었다. 판자들을 덧대어 만든 넓적한 판 양쪽에 끈을 달아 목에 걸고, 판 위에 책과 노트를 올려 책상 대용으로 썼던 것이다.

노천에서 여러 반이 얼마 거리 없이 그렇게 수업하니, 두세 분 선생님의 목소리가 섞여 들리기도 했고 어떤 목소리 큰 선생님의 말씀은 다른 반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던 기억도 남아 있다.

가을이 되자 우리가 옮겨간 곳은 용마산 동편 자락에 있던 서당과 그 옆의 어떤 창고였다.

당은 낡아 바람 막기도 어려워 판자나 비료포대 같은 것으로 얼기설기 벽을 만들어 사용했고, 창고는 판자벽이 그래도 양호하여 서당을 배정받은 우리 반 친구들은 창고 반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바깥생활 내내 그랬지만 여기서도 학습생활이 옳게 될 리는 없었다. 그러나 우리들이 그곳에서 취한 놀이 행태는 지금까지도 뇌리에 남아있을 만큼 재미를 만끽시킬 정도였다고 생각된다.

창고 뒤쪽, 그러니까 용마산의 동쪽 끝자락이며 산호동의 뒷동산이 되는 곳에 열 그루도 넘었음직한 푸조나무가 있어, 나무에도 오르고 나무 뒤에도 숨고 동산 여기저기로 뛰어 다니며 쏘고 잡고 하는 푸조나무 열매 총놀이가 너무나 재미있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용마산 동쪽자락에 푸조나무가 있다. 전문가들은 수령 2~300년으로 추정한다>

 

댓가지를 10티미터 남짓 길이로 잘라, 가운데 홈에 푸조나무 열매을 넣어 앞 구멍을 막고, 다음 알을 뒤에 넣고는 구멍에 알맞은 크기의 나무공이로 힘껏 밀면, 압축된 가운데 공기의 힘으로 앞의 알이 튀어나가는데, 그 힘이 꽤 되어 맞으면 따끔한 정도라 우리가 편을 갈라 쏘고 잡으면서 용마산 자락 일원을 누비고 다녔던 것이다.

4학년이 되자 우리 반만 따로 회원동으로 갔기 때문에 다른 반은 어땠는지 잘 모른다.

봉화산 자락에 위치한 회원초등학교(당시 회원국민학교) 바로 아래에 있는 판자 창고에 우리 반이 들어갔다. 물론 책걸상은 없으니 화판은 필수품이었다.

일제 때 마구간이었기에 퀴퀴한 냄새가 났고, 낡고 파손된 판자벽은 매섭기로 이름났던 봉오재바람을 그대로 통과시킬 정도였다.

그러나 때가 때인지라 별 불평들 없이 생활했던 것 같은데 정작 견디기 어려워했던 것은 회원초등학교 학생들의 집단 괴롭힘이었다.

반별로 전 시내에 뿔뿔이 흩어져 있었기에 선생님들이 여러 가지 업무 차 교실을 비울 때가 잦았었는데 그때를 틈타 수십 명(어떤 때는 백 명도 넘어 보였다)씩 몰려와 이유 없이 때리고 물건을 뺏곤 했고, 하교 시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또 그렇게 괴롭히곤 했다.

선생님(실력이 뛰어 나기로 소문났던 배종호 선생님이셨다)께 일러 학교에 항의하고 나서 좀 덜한 듯했으나 하교 길에 해코지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걸 피하기 위해 우리는 인연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웃인 마산상업중학교가 회원초등학교 운동장에 군용텐트를 치고 학습생활을 했었는데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방과 후 좀 시간을 보내다가 그 형들이 하교할 때 같이 하는 것이었다.

형들은 우리들의 사정을 듣고서 잘 보호해 주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봉암동, 양덕동에서 다니던 우리들은 바냇들 가운데 길로 오면 가깝고 편했는데도 근처에서 지키는 아이들한테 한두 번 당한 뒤로는 그 형들을 따라 구마산 역으로 둘러오곤 했다.

런데 이런 유형의 패거리 행패문화는 그때 거기서만 체험한 게 아니었고, 그 후에도 오랫동안 여러 곳에서 여러 유형으로 아주 아프고 부끄러운 체험으로 남아 있어 뒤에서 한 번 더 거론하고자 한다.<<<

박호철 / 창원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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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3 00:00

건축의 외형 - ‘육각형’ (hexagon)

 늘의 주제는 '육각형' (hexagon) 입니다. 수많은 정다면체 중에 동일한 점을 둘러싼 공간을 빈틈없이 채울 수 있는 도형은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 단 3가지만 존재하는데, 자연에서 우리가 그나마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정육면체(regular hexagon) 겠지요. 아래의 이미지는 건축 과 육각형 하면 당장에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 벌집 (Apis florea or red dwarf honey bee house)

출처 - wikimedia.org

 

 정육각형 구조는 최소의 건축자재로 최대의 공간을 얻으면서, 외력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구조입니다. 벌집들은 자중의 30배에 달하는 꿀을 보관할 수 있다고 하죠. 

 우리 일상에서도 골판지의 단면 같은 곳에서 볼 수 있으며, 산업적으로는 KTX 앞부분 충격흡수장치에도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 충격흡수장치는 '허니콤 (honeycomb) 라고도 불립니다)


 - ALPHA APARTMENTS, LEWISHAM (2015)

출처 - www.ytn.co.kr/_ln/0128_201705161015123625

출처 - www.archdaily.com/

 

 TONY OWEN PARTNERS (http://tonyowen.com.au/)에 의해 호주 시드니 루이셤 지역에 지어진 주상복합 건물로서, 육각형 형태의 파사드를 적용하였습니다. 

 눈에 띄는 형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중국 공장과여 작업 연계 + 창문 중간선대(mullion) 을 제작할 때 사용하는 압출 방식 적용으로, 일반적 입면 제작보다 오히려 비용을 절감하였다고 합니다.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대지 조건을 디자인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좋은 시도로 보여집니다. 

 국내 디자인 칼럼에 소개된 글 첨부합니다. http://www.ytn.co.kr/_ln/0128_201705161015123625


botanical garden of medellín 내의 ORQUIDEORAMA 2008, renovated

출처 - www.archello.com/ 

출처 - www.archdaily.com


 콜롬비아 안티오키아 (Antioquia) 주의 주도 메데인 (medellín) 에 있는 식물원입니다. 2006년 식물원의 의뢰로 2008년 Plan B Architects(http://www.planbarq.com/) + JPRCR ARQUITECTOS 에 의해 새롭게 디자인 되면서 등장한  ORQUIDEORAMA 입니다. 

 위의 ALPHA APARTMENTS 가 육각형을 수직적으로 사용한 것과 대비되는, 수평적으로 육각형을 쌓아올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지어지는 인공물이 최대한 도드라지지 않도록 해 달라는 건축주의 요구에 따라 디자인 되었다고 합니다. 

 건축가의 의도와 해결방안, 디자인 의도에 대한 글은 https://www.archdaily.com/832/orquideorama-plan-b-architects-jprcr-architects 에서 보실 수 있으며, 도면을 포함한 더 많은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블로그를 함께 소개합니다. http://blog.naver.com/jewelrypie/80165358923


 - Contemporary Arts Center Córdoba (2013)

출처 - www.arch2o.com

출처 - www.archdaily.com/


 1984 년 Enrique Sobejano (Madrid, Spain, 1957) 와 Fuensanta Nieto (Madrid, Spain, 1957) 에 의해 설립된 Nieto Sobejano Arquitectos (http://www.nietosobejano.com/)에 의해 설계된 현대 예술 센터 입니다. 

 스페인 꼬르도바 지역에 지어진 이 건축물은 평면과 입면, 공간 형성에 걸쳐 광범위하게 육각형을 사용하고 있으며, 주변 환경과 함께 보면 대단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벽면에만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육각형 개구부들이 만들어내는 내부공간의 다채로움을 포함한 프로젝트 소개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archdaily.com/354500/contemporary-arts-center-cordoba-nieto-sobejano-arquitectos


<이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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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0 00:00

기억을 찾아가다 - 6

6. 한국전쟁기의 봉암동 - 징병, 피난 귀향

 

전쟁 나고 열흘 쯤 되었다. 낯선 얼굴을 보기 어려운 시골마을에 낯선 복장에 낯선 체형의 사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린 아직 어려 잘 인지하지 못했으나, 어른들이나 형들의 말을 들으면서 우리의 눈에도 그들의 양태가 박히게 되었다.

허름한 바지저고리에 짚신이나 낡은 검정고무신 차림과는 완연히 대조되는, 색깔 있는 셔츠에 빳빳한 바지, 그리고 단단하고 날렵해 보이는 운동화 차림이었다.

가을이 되어서는 당시로선 구경조차 하기 어려웠던 점퍼들도 입고 있었다. 체격도 구부정한 농민들과는 달리 몸이 곧고 날렵해 보였다. 형사들이었다.

그들이 나타나면 우리들도 알아보게 되었고, 형들이나 아저씨들에게 전해주기도 했었다.

그들은 징집대상자들을 차출하러 그렇게 다니면서 나이 웬만한 남자들을 보면 꼬치꼬치 추달했었다.

골목 어귀에서 맞닥뜨린 동네 형이 산 쪽으로 도망치다 잡혀오는 것도 보았고, 미리 귀띔을 받고 산골로 들어가는 동네 형이나 아저씨들도 더러 보았다.

내 큰형은 고1(당시 학제로는 중4)이라 징집 적령이 멀었는데도 키가 컸던 탓으로 그들의 추달에 곤욕을 치른 일이 여러 번 있었다.

그랬는데도 우리 동네에선 간 사람보다 안 간 사람이 더 많다고들 했다.

한편, 보국대(전시근로동원법에 의한 차출)라는 명칭으로 차출되었다오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주로 삼십대 후반이나 사십대 초반의 남자들이었던 것 같은데 그보다 훨씬 나이든 아저씨들도 끌려갔다 왔다는 이야기도 몇 번 들었다. 할당 받은 사람 수를 채우지 못할 땐 그렇게 된다고들 했다.

 

<산악전 지원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보국대>

 

피난 직전, 그러니까 7월 중순쯤에는 사태의 심각성도 모른 채 내 큰형도 나갔다가 온 식구가 조바심을 쳤던 기억도 가지고 있다.

진동에 가서 길 고르는 일 두어 시간만 하고 점심 전으로 데려다 준다고 집집마다 한 사람씩 나오라고 해서 큰형이 자원했고, 그래도 행여나 해서 아버지는 같이 가는 이웃집 아저씨들한테 신신당부해두었는데 그날 자정이 넘어서야 사색이 되어 걸어서 돌아왔던 것이다.

가니까 참호를 파라고 했고, 거기에 모래자루 쌓는 일까지 다 마치니 멀리서 대포소리 같은 것이 들려 더 공포스러웠다고 했다.

거기다 감독하는 사람이 형의 나이를 묻고, 회유도 하고 협박도 하는 통에 이웃집 아저씨까지 합세해서 회피하느라 더 힘들었다고 했다. 형사들 들락거림은 아마 전쟁기 내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마산이 인민군들이 들어오지 못한 얼마 안 되는 지역이었던 터라 피난 갔다 온 얼마 후부터 다른 피난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외지에 나가 있던 동민 가족들이나 친척들도 상당수 보였다.

어느 날, 이웃에 살던 물집(염색업하는 집) 어머니와 딸들이 울면서 아리랑고개(1차 매립 때 동네 서쪽 들머리에 생긴 조그만 고개) 쪽으로 뛰어가는 것을 보았다.

부모님들과 우리 형제들도 한길로 나가 그쪽으로 보고 있는데 얼마 안 있어 고갯마루로 그 집 가족들이 나타났다. 우리 부모님들도 울먹거리며 마중을 나가다가 통곡하며 오는 그 가족들과 마주 했다.

부모님들끼리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었는데, 어린 내 눈에도 그 아저씨와 두 딸의 모습은 너무나 남루했다. 딸 일곱으로 해서 딸부자 소리를 들었던 그 아저씨는 전쟁 일 년 전 쯤 딸 둘을 데리고 서울로 가서 고무신 공장을 했었다.

자세한 얘기는 못 들었지만, 전쟁나자 바로 딸들 데리고 귀중품만 챙겨 군인들을 피해서 걸어왔다고 했다.

인민군도 피하고, 미군도 피하고, 국군이나 경찰도 되도록 피하며, 길도 묻고 물으며 빈집이나 산야에서 숙식하며 사십 일 이상이나 걸어왔다고 했다. 준비한 고무신 다섯 켤레씩이 모두 걸레처럼 됐다고 했다.

 

 

그로부터 여러 달 후에 서울 살던 넷째 고모 네가 우리 집에 왔다. 고모부는 서울에서 무슨 장사를 했었다고 들었다.

그들은 산호동에 큰댁이 있어 거기에 거처를 마련했는데 그날 우리 집에 다니러 왔던 것 같다. 나보다 대여섯 살 아래인 딸과 아직 업혀 다니는 딸을 데리고 왔었는데, 그날 큰딸이 보인 행태가 아직도 내 눈에 삼삼하다.

마당에서 나와 내 여동생과 무슨 놀이를 하고 있을 때 공중에서 제트기 소리가 났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신기한 소리였으나, 전쟁 후부터는 하루에도 십여 차례씩 들었던 소리라 예사로 느꼈는데, 갑자기 그 동생이 내 바짓가랭이를 붙들고 부들부들 떠는 것이었다.

의아해하는 우리 가족들은 고모의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서울 수복 때 제트기의 공습이 수없이 있었고, 그때마다 군데군데 불바다가 일어 질겁했는데, 그때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얼굴도 예쁘고 눈매도 초롱초롱했던 그 여동생은 그 후 오랜 세월 동안에도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정신 이상 상태로 고생하다 갔다.<<<

박호철 / 창원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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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6 00:54

건축의 외형 - ‘각뿔’ (Pyramid)

 늘의 주제는, 어쩌면 '각뿔' 이라는 우리말 보다 피라미드 (pyramid) 라는 영어 단어가 더 익숙한, 옆면의 형태가 삼각형인 입체도형을 소개합니다.


 - 기자 의 대피라미드 (Great Pyramid of Giza, 이집트)

출처 - wikipedia


 밑면이 다각형이며, 옆면이 삼각형인 모든 도형은 '각뿔' 이라고 부르며, 너무나 유명한 이집트의 피라미드 들은 정사각뿔 (Square pyramid) 형태라 부릅니다. 

 현재까지도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고대 건축물입니다.



 - 루브르 박물관 정문 유리 피라미드 (The Louvre Pyramid, 프랑스)

출처 - Pixabay

출처 - trinitynews.ie


 피라미드의 형태를 건축에서 직,간접적으로 외형에 채용한 예 중에서 대표로 삼을 만한 것들을 꼽아보자면 루브르 박물관 정문의 유리 피라미드를 빼 놓기 어려울 것입니다. 

 1190년에 최초로 지어졌을 때에는 요새로 지어졌으나, 16세기 중반 왕궁으로 재건축 되며 규모가 커졌습니다. 1793년 그 일부가 중앙 미술관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박물관으로 변모해 왔으며, 1989년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 밍 페이 (Ieoh Ming Pei, 1917 - ) 가 설계한 유리 피라미드가 완성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루브르 유리 피라미드에 대한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있는 글이 있어 링크해 둡니다. (http://blog.naver.com/chanwoolee/221033985767)



 - 평화와 화해의 궁전 (Palace of Peace and Reconciliation, 2006, 카자흐스탄)

출처 - www.amusingplanet.com

출처 - www.lostateminor.com


 카자흐스탄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가 시작하고 주최하며 3년에 번씩 열리는 '세계와 전통 종교 지도자 대회' 개최지로서 건축된 평화와 화해의 궁전 입니다.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 (Norman Foster, 1935 - ) 가 설립한 회사인 Foster + Partners 가 설계하였으며, 윗쪽이 스테인드 글라스 로 처리되어서 어두워지면 더욱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하 40도에서 영상 40도를 오르내리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의 기후에 버텨낼 수 있도록 최신 기술들이 집약되어 있으며, 회의실, 기도실, 오페라하우스, 박물관 그리고 공중정원의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멋진 프로젝트를 실현해 낸 포스터 + 파트너스 사의 project 페이지를 링크합니다. (https://www.fosterandpartners.com/projects/palace-of-peace-and-reconciliation/)



 - 역 피라미드 단독 별장 계획안 (inverted pyramid house, 2017, 스페인)

출처 - www.solo-houses.com

출처 - www.solo-houses.com


 프랑스의 부동산 개발업자 Christian Bourdais 의 The solo house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계획된 단독 별장입니다. 

 Makoto Takei 와 Chie Nabeshima 두 사람이 이끌고 있는 일본 건축회사 TNA의 계획안으로서, 스페인 산악지대에 실제로 지어질 것을 상정하여 계획되었다고 합니다. 

 15개의 별장이 기획되었고, 15개사 가 초청받았으며, 예산 이외에는 모든 것을 건축회사에 일임하였다고 합니다. www.archdaily.com 에서는 2013년에 "건축가들이 까르뜨 블랑슈(Carte Blanche, 백지위임장)을 받았을 때" 라는 재미있는 제목으로 이 프로젝트를 언급하였네요. 


 이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좋은 소개글이 있어 같이 첨부하며 (http://blog.naver.com/imbc21c/221089322706) 좀 더 자세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해외 포스팅 또한 첨부합니다 (https://www.designboom.com/architecture/makoto-takei-chie-nabeshima-tna-architects-solo-houses-matarrana-spain-08-25-2017/)


<이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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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3 00:00

기억을 찾아가다 - 5

 

5. 한국전쟁기의 봉암동 - 미군들

 

우리들은 예사로 할로를 외치곤 했지만, 어른들이 인식은 많이 달랐었다. 특히 처녀들과 젊은 아녀자들에게 미군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어느 새댁은 야산에 끌려가 윤간당한 후 소나무에 목을 맸다느니, 어떤 처자는 사후에 아예 양색시(미군 상대 매음부)로 변신했다느니, 회원동 난민촌에선 미군의 횡포에 대들던 청년이 총 맞아 죽었다느니 하는 소문들이 참 한참 동안 끊임없이 들려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실제로 내 큰누님과 육촌형수가 집 앞 우물가에서 나물을 씻다가 둘 앞에 세우는 방구쟁이 차를 보고 혼비백산하여 집안으로 뛰어 들어온 일도 있었고, 언젠가는 그런 두 사람의 뒤로 두 미군병사가 따라 들어와 권총을 빼들고 아버지와 우리 형제들을 질리게 했던 일도 있었다.

 

<6.25전쟁 때 미군부대로 위문공연 온 마럴린 몬로>

 

그들로 인한 폐해는 산과 바다의 사냥질에서도 많이 보였다.

봉암동 양덕동 등의 산전(山田) 두락들은 고라니, 노루, 산돼지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많이 입어왔고,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짐승들 쫓고 울타리 강화하는데 많은 신경을 써 왔기에, 산짐승은 귀찮기는 해도 항상 같이하는 존재였었다.

그런데 미군들의 사냥질이 있고나서 어느 때인가부터 짐승 구경하기가 어려울 정도가 돼버렸다.

오륙 명씩 무리를 지어 와서 등성이마다 점거하고는 총소리에 놀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짐승들을 여러 마리 잡아 방구쟁이 차에 싣고 가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아직 핏기가 가시지 않은 노루 배를 목덜미에 걸치고 휘파람을 불며 가는 미군을 보면서는 아직 어린 나이에도 착잡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청수 들 둑에선 아주 특이한 사냥 행태도 경이의 눈으로 보았었다.

청수 들 둑에선 적현리나 귀산마을이 가깝게 건너다 보였다. 겨울이 되면 그 앞바다엔 오리 떼가 까맣게 보일만큼 많이 노는 풍경이 으레 연출되었었는데, 그 오리들을 무자비한 방법으로 잡는 광경이었다. 전술한 졸저 상식의 서식처일단이다.

 

그들은 모터보트 두어 척에 두세 명씩 타고서 귀산 쪽 모퉁이를 소리 없이 돌아 나와서는 적현리 쪽으로 방향을 잡는 순간 굉음을 발하며 최고 속도로 오리 떼를 향하여 돌진했다.

놀란 오리들이 비명을 지르며 새까맣게 떠오르는데 그때 미군들의 총구에선 콩 볶듯이 총성이 일었다. 느리게 물을 차고 떠오르는 오리 떼를 향하여 조준 없이 산탄총을 난사하는 것이다.

멀리서도 점점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바로 맞은 놈은 수직으로 빗맞은 놈은 날갯짓을 하며 비스듬히 떨어졌다.

보통 서너 명이 육칠 초 동안 그렇게 쏘아서 잡는 오리가 많을 때 십여 마리도, 적어도 대여섯 마리는 되는 것 같았다

 

어둑살이 짙어갈 무렵엔 바다 둑에 앉아, 팔룡산으로 자러 가는 오리들을 조준하여 떨어뜨렸다. 좀 멀리 떨어지는 놈은 그들이 데리고 온 개들이 물고 오는 광경도 보았다.

그들의 총의 위력은 어린 내 눈에도 참 놀라워 보였다.

전쟁 전에는 국방경비대 대원들이 간혹 들고 다니던 구구식 장총을 본 것이 고작이었는데, 전쟁 나고부터는 엠원이니 카빈이니 하는 현대식 총들을 무시로 보았다.

 

<카빈소총(위)과 엠원소총(아래)>

심지어 휴가 나온 동네 형도 총을 지니고 온 걸 보았고, 유엔군 따라 다니다 잠시 쉬러 온 당숙도 엠원 소총과 탄알 수십 발을 들고 와 집안에 우스꽝스러운 사고를 남기기도 했다.

아버지께 인사차 들렀을 때 가지고 온 총을 아랫방 구석에 세워두었는데 점심 먹던 머슴이 멋모르고 방아쇠를 건드려 격발시켜 버렸던 것이다.

우레 같은 소리에 큰방에 있던 아버지와 당숙과 우리들이 아랫방 문을 열어젖히니 방안은 먼지로 컴컴한 상태인데, 놀라서 뒤로 눕듯이 허리를 젖히고 있는 머슴 발끝에 놓여있는 총구 앞에 큰 구덩이가 보였다.

그리고 깨어진 구들장 조각도 늘려 있었다. 나는 그 후 종종 친구들한테 그 장면을 들려주며 엠원 총의 위력에 대하여 떠들었었다.

이러한 총 문화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가게에도 화약과 나무총이 많이 있었고,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총탄의 알을 분리해 추출한 화약과 탄피를 이용하여 목제 장난감 총을 만드는 것도 다반사였다.

그리고 그것을 좀 더 발전시켜 철파이프로 방총(철판의 일본어 てっぱん을 말한 것으로 추정)이란 것도 만들어 오리사냥을 시험해본 기억도 있다. 그런 놀이는 전후에는 더 빈번해졌었다.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들 대화의 중심엔 미군과 총 이야기가 항상 자리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박호철 / 창원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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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9 00:00

건축의 외형 - '나선' (Helix or Spiral)

 난주의 주제였던 '' (sphere) 이어 다른 3차원 형태 '나선' (Helix or Spiral) 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볼까 합니다.


 나선 형태는 자연 속에서 규모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며, ,간접적으로 인간의 삶과 건축에 영향을 주어왔습니다.



출처 - descrier.co.uk


출처 - wikipedia


출처 - wikipedia


 

 이전에 불가능했던 수많은 건축 형태들을 실현해 내는 것이 가능해진 현대 이전에도 나선 형태는 (외형 아닐지라 하더라도) 건축에 영향을 주어 왔습니다.


 

- 샹보르 내성의 이중 나선 계단


 출처 - http://www.chambord.org


 

 위 사진들은 프랑스 샹보르  (Château de Chambord, 1566) 내부의 이중나선형 계단입니다. 1981 세계문화유산 으로 지정된 샹보르 성의 내성 중앙에 위치한 계단은 레오나르도  빈치 (Leonardo da Vinci, 1452.4.15 ~ 1519.5.2, 이탈리아 설계했을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습니다




 - 구겐하임 미술관 (The Solomon R. Guggenheim Museum, 1959)


 출처 - www.nycgo.com


 출처 - flickr.com



 근대 건축 3대 거장 (master) 중 한명으로 꼽히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Frank Lloyd Wright, 1867~1959) 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여러 의미로 가장 유명한 미술관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학술적, 미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동시에 뉴욕시의 관광명소이기도 하죠.





- 상하이 타워 (Shanghai Tower, 2015)


출처 - wikipedia


 2008 착공하여 2015 완공된 상하이 타워 (혹은 상하이 센터 빌딩) 입니다독일 겐슬러 (https://www.gensler.com/projects) 에서 설계한 건물은 높이 632m, 128 규모로 부르즈 칼리파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건물입니다

 여담으로 현재 마천루 순위는 http://www.skyscrapercenter.com/buildings 에서 확인하실 있습니다.




Camp Adventure Park (혹은 The Treetop Experience, 2018 개관 예정)




출처 - www.lonelyplanet.com


 덴마크 건축그룹 EFFEKT (http://www.effekt.dk/camp-adventure-park) 가 디자인하고, 덴마크에 세워질 이 전망대는 50m 높이의 나선형 타워를 포함, 총 900m의 산책로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Lonely planet 에 간략한 소개기사가 있어서 링크해 봅니다 (https://www.lonelyplanet.com/news/2017/06/14/spiral-treetop-forest-walkway-denmark/)


<이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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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6 00:00

기억을 찾아가다 - 4

4. 한국전쟁기의 봉암동 - 미군들

 

미군들에 대한 이야기의 상당 부분은 필자의 졸저 상식의 서식처에서 빌어 오고자한다.

 

피난처에서 돌아온 날부터 나는 참 신기한 것들을 많이 보았다.

귀를 막아야 할 정도의 굉음을 내며 땅 흔들림을 발로 느낄 정도로 요란스레 굴러가는 탱크와, 탱크 위에 달린 대포보다 훨씬 큰 포를 끌고 가는 차, 엄청나게 크면서도 쇠뭉치로 만든 것 같이 견고해 보이고, 그러면서 간혹 꽝하고 큰 방귀를 뀌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달리는(그래서 우리들은 그것을 방귀쟁이 차라 불렀다) 큰 군용차 등이 모두 신기하게 보였다.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그 위에 앉은 모든 군인들이 희고 검은 괴상하게 생긴 사람들이란 사실이었다. 우리 집은 마진국도변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광경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진해항에 싣고 온 군인과 장비들을 수송하는 일이 내 기억엔 한 달 이상 지속되었던 것 같다. 낮엔 마루와 방을 덮은 흙먼지 때문에 지겨워했고, 밤엔 귀가 멍하고 어깨가 털썩거려 몇 번씩이나 깨다가 다시 잠들곤 했다.

 

<6.25때 미군이 탔던 GMC 군용트럭>

 

열 살 나이에도 전쟁의 심각함이나 우리들의 앞날에 대한 염려 같은 건 염두에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처음 보는 피부색들과 생김새들이 신기했고, 굉장하고 다양한 무기들과 장비들에 경이의 눈길을 주었던 기억들만 남아 있다.

이웃 양덕동에 제법 큰 규모의 미군부대가 들어섬으로써(양덕시장 일대) 우리들이 미군들을 보고 대하는 일이 잦아졌고, 그래서 동네사람들의 일상사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우리 또래들이나 서너 살 위아래까지도 미군차가 지나가면 손을 내미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간혹 던져주는 껌이나 비스켓 등에 맛을 들였기 때문이다.

좀 큰 형들은 세차를 하는와시와시꾼이나 구두를 닦는슈샨보이로 나서기도 했다.세차는 주로 어린천이나 양덕천에서 했고 구두닦이는 부대 근처에서 했다.

 

지금 사보이 호텔 조금 아래쪽이나 양덕오거리 정도가 되겠는데, 사오 명씩 조를 이루어 대기하고 있다가 미군 차가 오면 와시와시하면서 다가가고 운전수가 얕은 곳에 차를 세우면 물세차를 해주고 돈이나 물품을 받았다.

대체로는 나온 순서를 지켜 일거리를 받았는데 간혹 어거지를 쓰는 패들이 있어 미군 앞에서 볼썽사나운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부대 주둔 얼마 후부터 위안부들이 부대 근처로 접근하면서 다방이나 술집들이 많이 생겼는데, 구두닦이들은 이 업소들에 다니면서 일을 한다고들 했다.

또 큰 형들 중엔 미군 보급품 수송차들이 어두울 때 지나가면, 속도가 느려지는 길이 험한 곳에서 뛰어 올라 물품을 훔치는(‘도꾸다이라고 불렀다) 위험한 짓까지도 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그런 한편,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입는 일도 참 많이 일어났다.

 

길가에 서 있는 방구쟁이차 앞자리엔 흑백 병사 둘이 탔고, 뒤 칸엔 대여섯 명이 있었는데 조수석에 앉은 혹인 병사가 창턱에 걸친 군용화 옆구리에 뭘 대고는 찍 긋자 불이 붙었다.

아무 것에나 마찰만 시키면 불이 나는 대가 굵은 성냥을 그때 처음 봤다. 그는 그걸로 담뱃불을 붙인 뒤 바로 옆 초가지붕 위로 휙 던졌다. 대가 굵어서 그런지 성냥불은 꺼지지 않고 지붕에 떨어져 초가을 날씨에 잘 말라있는 초가를 삽시간에 살라버렸다.

집주인 김 씨 아저씨네 식구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지 보이지 않았고 이웃사람 서너 명이 뛰어 나왔으나 손쓸 엄두도 못 내었다. 물 한두 통 끼얹다가 그만두고 집과 미군들을 번갈아보며 멍청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미군들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저희들끼리 손뼉까지 쳐가며 깔깔대고 웃더니 껌과 과자가 든 깡통 몇 개를 던져 놓고는 꽝하는 큰 방귀소리를 한번 낸 뒤 떠나가 버렸다. 가면서도 그들은 연방 호쾌한 웃음소리를 남겼다.

 

함지 이고 가는 부녀자 옆에 다가가 자동차로 폭발음을 내어, 놀란 부녀자들이 함지를 팽개친 채 논으로 빠지는 것을 보고 깔깔대는 광경 정도는 다반사였다.

수레 옆을 지나면서 굉음을 내어 놀란 소가 폭주하는 바람에 수레가 도랑에 빠지거나 농부와 소가 다치는 일도 종종 일어났다.

 

전쟁 전에 집에서 합포초등학교까지 2남짓 가는 동안 자동차 10대 이상 보는 일도 드물었는데 그즈음해서는 차 소리 그칠 새가 거의 없었다.

수레에 올라앉아 고삐를 느직하게 잡고 소 가는대로 맡겨놓던 풍경은 거의 사라졌다.

당시엔 진해나 상남에서 다니는 버스는 없었고 상남에서 오동동까지 정기적으로 다니던 열 서너 명까지 합승할 수 있는 포장마차가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안 다닌 것도 이런 도로 사정 때문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박호철 / 창원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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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2 06:00

건축의 외형 - '구' (sphere)

<오늘부터 매주 목요일은 재미있게 디자인된 건축물들을 포스팅해볼 계획입니다

 

축을 이루는 요소라고 말할 있는들은, 건축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도 쉽게 여러 가지를 떠올릴 있을 것입니다.

중에서도 '외형' 대해서는 누구나 가지 정도는 자신의 취향을 말할 있을법한 대표적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의 '외형' 이루는 요소들을 쪼개보면, 수많은 요소들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있을 것입니다. 중에서 여러 요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전체 '윤곽' 내지 외부 '형태' 들을 주제로 삼아볼까 합니다.

'' (sphere) 라고 하는 것은, 알다시피 단어 자체로 3차원의 형태를 의미하며 건축에서 흔하지 않은 형상입니다. 그러나 형태의 강력함 때문에 오래전부터 많은 영감과 도전의식을 심어준 형태였던 것은 분명한 합니다.


뉴튼 기념비 계획안 (Cénotaphe de Newton, 1784)

  프랑스 건축가이자 건축이론가인 에티엔느루이 불레 (étienne-louis boullée, 1728 - 1799)  뉴튼 기념비 계획안 (Cénotaphe de Newton, 1784)  계획안으로만 남았지만 ( 당시의 기술로는 짓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했다고 합니다건축의 외형으로서의 '라는 주제를 시작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되어 실어봅니다.



 - 나고야 과학 박물관의 돔 (The dome of Nagoya city science museum)

 나고야시 과학 박물관 (Nagoya City Science Museum) 의 일부분으로서, 지름이 35M 에 달하며, 조형이 아닌 내부공간이 전시공간으로 존재합니다. 외국인을 위한 영어 페이지입니다 (http://www.nic-nagoya.or.jp/en/e/archives/2997)



 - 투문정션 (2 Moon Junction, 2015) by 문훈 (http://www.moonhoon.com/)


경기도 일산에 지어진, 결코 '평범'하다고 하기는 힘든 건축가 문훈 의 작품입니다. 위의 두 예 와는 '구' 를 구현한 방식이 다르지만, 같이 묶어보아도 괜찮다고 생각되어 올립니다. 아래 주소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좋은 소개글입니다.

http://blog.naver.com/designwhoswho/221095182792


 -2017 아스타나 엑스포 카자흐스탄 관 "Nur Alem"(2017 Astana Expo 2017 Pavilion "Nur Alem", 2017)

2017년 6월 10일부터 9월 10일까지 "미래 에너지" 를 주제로 3개월간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 에서 개최되었던 아스타나 엑스포에서 상징적인 역할을 한 카자흐스탄 관 입니다. 미국 시카고 건축회사인 Adrian Smith + Gordon Gill Architecture 에서 디자인하였으며 지름 80미터, 높이 100미터 규모로 완공과 함께 현존하는 구 형태 건물 중에 가장 큰 규모의 건물이 되었다고 합니다.(http://smithgill.com/work/kazakhstan_pavilion_science_museum/)

<이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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