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상상력의 부족 뿐이다’ 며 기염을 토했던 셰이크 모하메드 총리의 두바이가 휘청거린다.
‘세계 최대 인공 섬’ ‘사막 위의 기적’ ‘세계 8대 불가사의’ 라는 수식어로 세계인들의 발길을 모았던 도시였다.
이 21세기 최고의 도시에 세 얻을 사람이 없어서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임대 중(Now Leasing)’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는 보도가 나오자 세계가 경악했다.
그 뿐 아니다.
도심의 밤 풍경이 황량하다고, 다섯 채 중 세 채는 불이 꺼졌다고 전했다.
우리 돈으로 75억 짜리 호화 아파트가 45억에도 팔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급기야 채무상환을 6개월 간 유예해 달라고 채권단에 요청했다면서, 제2의 금융위기가 두바이에서 시작되는 것 아닌가 걱정하는 보도까지 나왔다.
돌이켜 보자.
두바이는 이미 작년 세계금융위기 때 가장 크게 가장 먼저 휘청거렸다.
부동산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졌고 각종 개발 프로젝트들이 그 때부터 멈칫멈칫 동력을 잃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있는 게 돈 뿐인 것처럼 보였던 두바이는 과연 무사할까?
굴삭기와 불도저로 사막에서 뉴욕을 건설하려했던 셰이크 모하메드 총리의 꿈은 결국 꿈으로 끝나는 것일까?
그는 선왕의 승계자였고 엘리트였고 국제자본에 영향력을 가진 세계적인 갑부였다. 거대개발회사 소유주이기도 하다.
의회도 없고 선출직 공직자도 없는 UAE에서 셰이크 총리는 오직 자본의 힘만으로 자신의 야망을 세상에 드러내려 두바이를 그렸다.
셰이크 총리가 꿈꾸는 두바이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자본과 노동력이 끊임없이 유입되어야 한다.
공급이 끊어지면 도시는 정지되고, 정지되면 내려앉는 태생적인 구조를 안고 있다.
지금까지 일구어낸 두바이의 성공은, 초대형 부동산 프로젝트에 외부 자본을 투자시켜 개발이익을 뽑아내고 이를 다시 새 프로젝트에 쏟아 붓는 식으로 덩치를 키워가며 이루어낸 것이다.
규모는 작지만 IMF사태 이전 한국의 아파트건설업자가 기업을 키워나가던 시스템과 닮은 게 많다.
투자가 중지되니 곧 종말이 찾아 온 것이다.
<꿈에서나 볼 수 있는 대박도시 두바이>
‘꿈의 도시, 상상력이 만든 도시, 21세기 오아시스’ 라는 찬사를 받았던 두바이였지만 이미 이 도시의 몰락을 예견한 이도 있었다.
대표적인 이가 도시전문가 김진애 씨다.
도시적 관점이라 경제문제와는 출발이 다르지만 이 도시를 바라보는 그의 주장에는 귀를 기우릴만 하다.
그는 두바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야자수 뿌리에서 찾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가로수인 야자수 뿌리가 박힌 모래 속에 거미줄 같이 설치된 수도관작업을 하는 한 인부를 보면서 이 도시가 과연 먼 미래까지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두바이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와 자원이 소비되는 현실을 직시하며 던졌던 질문이었다.
이 질문 속에 '사막의 뉴욕' 두바이문제의 핵심이 들어 있다.
눈에 보이는 화려한 건물들이 많다.
‘7성급호텔, 162층 세계최고의 마천루, 인공 섬 팜 아일랜드’
두바이가 자랑하는 기적 같은 성과들이 많지만 그것은 껍데기거나 포장지에 불과했다.
이 도시의 본질은 야자수뿌리가 박힌 모래 속에 있었다.
언론의 두바이사태 보도를 접하며 생각했다.
왜 우리는 두바이를 그토록 찬양했을까?
그 많은 정치가와 행정가, 기업가, 설교자들이 앞다투어 두바이를 찬양했다.
꿈을 가진 인간이 성공한다고, 두바이를 보라고, 두바이를 닮자고, 셰이크에게 배우자고. . . . .
왜 우리는 두바이를 그토록 찬양했을까?
개발, 성장, 건설, 지난 세월 이 나라를 끌어온 이 단어들에 대한 신앙 때문 아니었을까.
마치 주술과 같은 이 단어들에 대한 긍정과 확신이 우리 의식 속에 고착된 결과 아니었을까?
<오래 꿈꾸어 왔던 이상도시 쿠리티바>
쿠리티바 역시 두바이처럼 ‘꿈의 도시’란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꿈에서나 볼 수 있는 도시’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꿈꾸어 왔던 이상적인 도시’라는 의미에서 얻은 애칭이 ‘꿈의 도시’였다.
그들은 도시개발의 중심에 ‘사람’을 두었다.
물적 존재인 도시구조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줌으로써 시민들이 ‘존경받으며 살고 있다’는 마음이 들도록 노력했고 실제로 이루어 냈다.
쿠리티바 도시개발의 대표적 골격은 세 가지였다.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 시스템 강화 / 검소함과 저비용 세 가지에 힘을 모았다.
시민참여 프로그램은 저소득층의 소득증대와 환경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 유명한 사례다.
대중교통 시스템 강화는 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쿠리티바에서 배워 도입한 ‘시내버스 중앙차선제’가 유명하다. 맥주 캔을 연상시키는 원통형 버스정류장과 굴절버스도 쿠리티바의 대표적 브랜드이다.
검소함과 저비용은 재활용한 건물과 저비용으로 처리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각로를 짓기 전에 쓰레기를 줄였고, 토목사업과 조경공사에 투자하는 대신 도시 곳곳에 습지호수와 자연도랑을 만들어 홍수를 방지함과 동시에 시민들이 즐겨 찾는 녹지도 얻었다.
이런 노력을 인정, 세계는 이 도시를 ‘가장 현명한 도시’ ‘가장 존경받는 시민’ 이라고 이름 붙여주었다.
<셰이크 모하메드 총리> <자이메 레르네르 시장>
<대박인가, 지속인가>
역사 속에 두바이와 비슷한 꿈을 꾼 곳은 이미 있었다.
바벨탑을 쌓았던 바벨로니아와 지금은 고비와 타클라마칸의 모래에 덮혀 버린 5세기 고대국가 누란(楼蘭, Loulan)이 그렇다.
어떤 도시를 택할까?
두바이도 모델이 되고 쿠리티바도 모델이 된다.
모든 도시가 그렇듯 두 도시도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것.
하지만 물어야 할 것이 있다, 당신들의 개발이 지속 가능한지.
우리가 지구의 마지막 손님이 아니기 때문에 묻는 질문이다.
쿠리티바의 레르네르 시장은 ‘시민의 도시’를 꿈꾸었고, 두바이의 셰이크 총리는 ‘달러의 도시’를 꿈꾸었다.
쿠리티바 사람들은 ‘존경받는 시민’이란 존칭을 얻었고, 두바이 사람들은 ‘소외받는 시민’인 듯 아무도 관심 받지 못한다. 그 곳에는 오직 셰이크 총리만 있을 뿐이다.
쿠리티바의 지속가능성인가?
두바이의 대박가능성인가?
우리의 도시는 무슨 가능성을 꿈꾸는가?
'배우는 도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유후인’ - 상상력이 만든 유토피아 (2) | 2010/01/28 |
|---|---|
| '밀턴 케인스' - 내일의 도시 (0) | 2009/12/10 |
| 대박가능성인가? 지속가능성인가? (10) | 2009/12/02 |
| 모지를 바라보며 마산을 생각하다 (11) | 2009/11/20 |
| 특별시 서울의 특별한 녹지사업 (4) | 2009/10/28 |
| 행정통합의 역발상 슬로시티를 아시나요? (8) | 2009/10/17 |
-
-
삼식 2009/12/02 07:06
동감합니다.
최근 국회에서 날리는(?) 김진애씨가
그렇게 예견했다는 것도 놀랍고요,
두 도시의 미래상을 비교해볼때
많은 사람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겠죠! -
파비 2009/12/02 08:38
생각이 많은, 많이 하게 하는 좋은 글입니다. 그러고 보니 삼성이 두바이에 짓고 있다던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이 말하자면, 바벨탑이 될 수도 있겠군요.
-
이윤기 2009/12/02 09:09
전국에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운동을 함께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이는 모임이 있습니다.
작년, 재작년 무렵에 활동가들이 모여서...외국 사례 견학 의논을 하면서 우리도 두바이 한 번 가봐야하는거 아니야? 하는 농담을 주고 받은 적이 있습니다.
온통 두바이를 배우자고 외치던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박가능성이 쪽박 가능성으로 바뀌었나 봅니다.
혹시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지금이 두바이에 가서 부동산에 투자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좋은 글 읽었습니다. -
수원사람 2009/12/03 00:47
생각이 깊어지는 글이군요....
항상 개발의 입장에 있는 나에게 지속의 입장으로 시각을 넓혀준 글었습니다.
마산이 좁아 떠났는데 ... 가끔 그곳이 그리워 집니다.
글이 나오면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광선반은 간단히 말해 앞서 설명되었던 측창채광으로 들어오는 빛을 실내 깊숙이 들이는 장치입니다. 햇빛이 선반의 반사면에 부딪혀 다시 천정으로 반사되어 유입되는 것으로 측창채광에 비해 실내에 빛이 고른 분포를 가지게 됩니다. 개..
'마우스랜드'라는 생쥐들이 모여사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들도 우리가 사는 사회처럼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이 뽑은 지도자는 생쥐가 아니라 매번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가 생쥐를 위해 일할리가 없..
<1920년대 교장들의 학교건물에 대한 생각> 직전 포스팅에서 설명드린 『朝鮮と建築(조선과 건축)』의 1928년 편을 보면 「學校建築號」라는 주제의 특집기사가 있습니다. 당시의 학교건축물 현황의 일편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
● 어는날 갑자기! 사는 곳이 해안도로 근처라 아침마다매 창문을 열면 마주하게 되는 거대한 시설물이 하나있다. 그것은 바로 시멘트를 담아두는 창고와도 같은 곳으로 '싸이로(Silo)'라는 놈이다. 그런데 몇일 전부터 이 싸..
<1920년대 마산의 건축물과 각종공사> 마산에 들어온 일본인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근대식 건축물을 많이 세웠습니다. 한일병합 이전까지는 주로 목조로 지은 공공기관이 주류였습니다만 1910년경부터는 벽돌조도 많이 지었습니다...
측창채광은 천창채광과는 달리, 말그대로 벽면에 위치한 개구부(창문 등)를 통해 자연채광을 실내로 들여오는 방법입니다. 창문외에도 유리블럭, 낮은 고창, 채광뜰(Sunken)이나 안뜰로난 수직 개구부 등을 통해 측창채광으로 얻는..
‘진해’ 지명에 대한 글입니다. ‘진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옛 마산시 진동면 일대’의 ‘진해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대한제국시대에는 ‘통합 이전 창원시(옛 의창군)와 옛 마산시 진동면·진전면·진북면 일원’을 ‘진해군’이라..
<마산사람들의 배일감정> 일본인에 의해 사회 모든 분야가 달라지면서 한국인의 생활 방식도 많이 변했습니다. 1918년경만 하더라도 마산포 장날에 머리카락을 짧게 단발한 한국인이 보이면 신기하게 쳐다보았지만 1년이 지난 1919..
자연채광 부분에서 잠시 거론되었지만, 파사드(전면) 개구부(측면 창문)를 통해 유입되는 자연채광이 닿지 않는 공간에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으로 천창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측면에 창을 두는 것이 아니라 머리위 천정에 창을..
1년동안 벽에 걸어두고, 또는 책상위에 놓게 되는 달력들은 1월에는 넘쳐납니다. 여기 저기서 받아둔 달력중에서 어떤 달력을 놓을까 잠시 고민하게 됩니다. 절에서 나온 달력이며, 근사한 미술작품을 곁들인 은행달력, 자사의 실적홍..
지난 연말, 재경마산향우회 송년회용으로 마산도시사에 대한 동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서툰 작품이지만 나쁜 평은 하지 않아 공개합니다. 곧 설입니다. 마산사람들, 가족들과 함께 보면서 마산에 얽힌 추억이라도 나누어보시죠. 분량은 1..
자연채광은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건물내 다양한 공간들에 햇볕이 잘 들도록 하는 통합적 설계방법입니다. 자연채광을 위한 설계에 있어서는 방(실)별로 유사한 목적과 유사한 빛 환경을 필요로 하는 방들을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
최근 창원호텔 맞은편에 현장이 생겼습니다. 두 달 남짓 사무실이 있는 정우상가쯤에서 중앙동 민원센터까지 하루에 두세번씩 걸어갔다 옵니다. 분명 보도가 설치되어 있는 길임에도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차도로 내려갔다 올라오길 몇차..
<마산상공회> 1914년에 조선인 상업회의소가 와해되고 1908년에 설립된 일본인 상업회의소도 그 뒤 흐지부지된 후 1920년대까지 지역의 상공인들 단체는 없었습니다. 이 공백기에 「마산간담회」「마산경제회」「마산번영회」라는 상..
앞서까지는 외피에 대한 내용을 다뤄왔으면, 이제 더욱 시스템적이면서도 메카니즘적인 조명분야에 대한 내용을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주광율(DF)는 실내와 실외 밝기간의 관계를 수치로 나타낸것입니다. 자연채광을 통한 건물의 그린빌딩..




Prev
Rss 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