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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도시이야기

London and Quadrant / L & Q

by 운무허정도 2019. 4. 29.

"No one should be denied the opportunity to achieve their potential because of where they live."

“어느 누구도 그들이 사는 곳 때문에 그들의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거절당해서는 안된다.”

 

런던에 소재한 주거복지재단 L&Q(London and Quadrant)의 슬로건이다. 

이 슬로건을 알게 된 뒤 L&Q에 관심을 가졌다.  ‘임대주택 거주자와 같은 초등학교에 보낼 수 없다’는 천박함이 여과 없이 표출되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했다.

생각 때문이었을까, 마침 가볼 기회가 생겨 직접 그곳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짧은 경험이었지만 울림은 적지 않았다.

이 포스팅은 그때 L&Q에서 얻은 정보와 느낌을 간단히 정리한 글이다.

 

□ L&Q(London and Quadrant) 소개

ㅇ 1963년 10명의 전문가 그룹이 참여한 주택조합 결성에서 시작되었으며, 이후 1974년 주택법(Housing Act)에 따라 주택공급 보조금을 지원받고 유사한 성격을 가진 단체들과의 통합을 통해 현재에 이르렀다.

영국 최고의 주택조합이며 가장 성공한 소셜 비즈니스 단체 중 하나다. 직원 수는 2천 수백 명에 이른다.

ㅇ 재단은 2011년 주택건축과 단지 조성을 넘어서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재단에서는 주민들을 위한 각종 사회・경제적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ㅇ 재단의 목표는 주민들이 자랑스러워할 집과 이웃을 만드는 것이다.

 

□ L&Q 주요 사업

ㅇ 런던과 영국 남동부 전역에 걸쳐 약 95,000채 25만 명의 주거를 지원하고 있다.

ㅇ 핵심사업은 사회임대주택 건설이다. 시세의 50% 미만 정도되는 낮은 임대료로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한다.

ㅇ 앞으로 10년간 10만채의 신규주택을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며 단순한 주택서비스의 제공을 넘어 지역사회의 사회적 파트너로서 활동할 계획이다. 주요 업무는 공공주택 건설, 부동산 관리, 지역사회 투자 등이다.

ㅇ 2016년, 재단은 L&Q 가구에 대한 대규모 사회・경제 조사를 완료했다. 이 조사를 통해 그들의 어려움을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조사 결과는 이후 L&Q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전략수립에 통계적 근거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임대주택을 공급하였고 유사한 문제를 우리보다 앞서 경험한 그들의 성공과 실패사례를 듣고 싶어 L&Q 재단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두 분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임대주택의 사회적 지원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런던 동부의 웨스트햄 지역에 위치한 L&Q에 도착하자 Matt Bayliss(Head of Independent Lives)와 그의 동료가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L&Q 사무실 전경

 

쉽게 가질 수 없는 기회여서 마음이 바빴다.

나는 먼저 그에게서 그들이 하고 있는 사회임대주택 거주자를 위한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이야기도 나왔다.

특히 영국사회가 선진국가 중 계층 간 이동성이 가장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이 점을 자각하고, L&Q 입주민들에 대한 대규모 사회・경제적 조사와 통계분석을 통해 실효성 있는 전략 수립과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한다고 했다. 이 대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L&Q 재단의 임대주택 거주자들은 평균에 비해 불우하거나 취약한 환경에 처해 있었다.  다른 사회주택의 평균소득 보다 10% 이상 소득이 낮은 저임금 상태라고 했다. 평균 연령이 50세 이상이라고도 했다.

런던도 우리처럼 판매 및 임대를 위한 주택개발 유형에 따라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Q는 유형적인 유산뿐 아니라 사회적인 유산까지도 창출하여 역사상 유래 없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가장 가슴에 와 닿은 이야기는 금융 쪽과 함께 만든 자활펀드였다. 우리도 적용해볼만한 프로그램이지만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언젠가 실제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었다.

 

재단 관계자들과 함께

 

앞서 말한 것처럼 영국은 선진국 중 사회적 이동성이 가장 낮기 대문에 사회임대주택 거주자들은 일반에 비해 나쁜 사회적 결과를 가진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L&Q 재단은 입주민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집과 이웃을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3가지 도전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 Independent Lives (독립적인 삶) ; 입주민들의 사회・경제적 회복을 위해 새로운 고용 방안 발굴, 기술훈련 투자, 재정 및 금융에 대한 컨설팅 등을 통한 지원 강화

・ Successful Places (성공적인 장소) ; 지역사회 편의시설 등에 대하여 초점을 맞추고 장소 형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극대화

・ Social Responsibility (사회적 책임) ; L&Q 사업전반에 걸쳐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요소들을 도입하고 아울러 L&Q-학교 파트너십 프로그램 등을 통해 거주 학생과 젊은이들의 삶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

 

재단의 3가지 도전 전략

 

이 외의 사업으로 창업, 사회적 기업, 사회단체를 위한 시설로 사무실, 회의공간, 교육 등 다양한 지원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했다.

2시간 정도 진행된 이야기 나눔에서 그들도 우리와 유사한 문제를 겪어 왔으며 입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동일한 현안과제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문제의식은 유사했지만 그들의 주거복지 네트웍이 우리보다 훨씬 촘촘하다는 사실도 확인하였다.

 

너무 짧은 시간이라 깊고 넓은 이야기는 나눌 수 없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문제를 우리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고 깊게 다룬다는 점은 명확했다. 시간은 짧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공급 확대라는 물량적 측면에서 벗어나 공공임대주택 입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연구와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도 절감했다. 이미 시작하였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시간을 넉넉히 내어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짧은 두 시간을 마무리했다. 

 

며칠 전 진주 가좌동 임대주택에서 대참사가 났다. 

방화살인범 안인득의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참사였지만,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주거복지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나? 를 두고 설왕설레하는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두 달전에 갔던 L&Q가 떠올랐다.

그들에게도 이런 사고가 있을텐데 그들은 어떻게 예방하고 있으며, 사고가 났을 때는 어떻게 조치할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