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위치 및 지세
진해는 조선의 최남부인 경상남도 중부 남변(南邊)에 있으며 북위 35도 10분, 동경 128도 50분 위치에 있고, 동서 약 3리 13정(3리는 약 1.2km, 13정은 약 1.4km), 남북 약 1리(0.4km) 남짓, 총면적 약 4방리 8에 이르는 권내를 말한다.
땅은 비옥하고 산자수명(山紫水明)의 땅이며 해륙에서 나오는 물산도 많다.
지세는 동북서 쪽이 뾰쪽한 산맥이 이어져 있고, 웅천(熊川), 웅동(熊東), 상남(上南), 웅남(熊南) 등 여러 면에 접하며 오로지 남쪽만이 세계에 유명한 진해만이다.
산맥 중에는 산성산(山城山, 야마시로산)이란 성벽(임진왜란 때 왜성 터)이 있고, 장벽산(長壁山, 현 장복산)에는 불로불사의 선인이 있으며, 장복산맥에는 천자봉이란 유명한 마천암(磨天磨)이 있다(속칭 애태우는 바위로 전해지며 근해항로자의 나침으로 되어 있음).
이렇게 삼면으로 겹쳐진 산과 험한 봉우리가 연달아 흰 구름이 언제나 왕래하는 위관(偉觀, 훌륭하고 장엄한 광경)을 보이고 있다. 진해만의 해안선도 꼬불꼬불한 모양이 심해 그 해변 수를 셀 수가 없을 정도이다.
행암(行巖), 재등(斎藤), 현동(縣洞)이란 세 개 만은 제각기 양항을 이루고 있고 어느 곳이든 수심이 깊고 대함거박(거대한 군함이나 거대한 선박)이 정박하기에 세계 으뜸이라는 칭찬이 따른다.
행암만(진해항에 있음)에는 소죽도(小竹島), 대죽도(大竹島), 화도(花島) 등이 있고 재등, 현동의 양만에도 송도(松島), 목도(木島), 그리고 부도(釜島), 소율도(小栗島) 등이 있다.
3. 기온
진해의 기온은 혹서(섭씨 28도), 엄한(섭씨 0.6도)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음이 보통이며 거기에다 조선에 독특한 삼한사온이란 것이 있어서 일주일 동안 비교적 따뜻한 날이 많은 편이다.
그 이유에는 지형의 영향도 있겠거니와 온 계절 살기에는 실로 좋은 곳이다.
내지의 도쿄에 비해도 그다지 차이는 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다만 바람이 세어서 물건의 건조가 빠르고, 그 때문인지 한기가 강한 것 같지만 귀를 찌를 정도까지는 되지 않는다.
혹서라 해도 쇠를 녹일 정도는 물론 아니다.
조선 전도(全道) 가운데서 경상남도는 일대가 따뜻한 곳으로 되어 있는 터에 진해는 그 중에서도 가장 따뜻한 곳으로 되어 있다.
다만 여름이 길어 봄이 짧은 것 같아 솜이 들어간 두터운 옷에서 바로 여름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봄날 4월, 새가 노래하고 꽃이 웃을 계절이면 진해 천지는 벚꽃이 만개되어 들도 산도 벚꽃 구경으로 난리이다.<<<
이 글은 2022년 창원시정연구원이 1910년대와 20년대 진해의 모습을 담은 세 권의 책을 번역하여 하나로 묶어 낸 지역사발굴연구 교양총서 3권 『근대 문헌 속 진해』 중 『진해요람』 부분이다. 1926년 출간되었으며 저자는 오카 만키치(岡萬吉)이다. 본 포스팅은 비영리를 전제로 창원시정연구원의 양해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