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안내』(1915)-15, 제22장 명승구적(名勝舊蹟)
오카 요이치(岡庸一) 저(著) / 마산상업회의소(馬山商業會議所) 대정 4년(1915) 10월 10일 발행
22. 명승구적(名勝舊蹟)
마산포(馬山浦)의 사계(四季)
옛적 진구황후(神功皇后) 때 신라가 조공을 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 스스로 군을 이끌고 구주의 치쿠젠(筑前)에서 쓰시마에 건너가 와니항(鰐の津)을 거쳐 상륙한 곳이 마산포라고 전해진다.
또한 유명한 원나라의 쿠빌라이가 만몽 4만의 대군으로 일본을 쳐들어왔을 때 해군을 통제한 곳이 바로 합포(현재의 구마산 부근)이다.
기타 분로쿠전쟁을 비롯해 러일전쟁[日露戰役] 때까지 전사(戰史)에서 많은 관계를 지닌 곳이며 역사적인 재료가 풍부한 곳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마산은 월포(月浦)로도 불려 그 풍광명미함은 시인묵객들이 옛날부터 애찬해 마지않던 곳이다. 그 자연을 보시라. 뒤로는 초록색 짙은 울창한 준령을 이고 있고 앞에는 큰 호수와 같은 바다다.
작은 배를 저으며 낚시나 총을 메고 수렵이나 하려무나. 계절이 양기가 일어나는 봄 같으면 여러 꽃이 한때에 피어나 시가지와 집들이 꽃에 싸이는 듯, 이런 마산과 같은 곳은 조선에서 여기뿐이다.
일본 옛 시가에, “둘러보면 버드나무 벚나무 뒤섞여 서울은 봄의 꽃비단에 감싸이는구나”라는 노래가 있는데 마치 우리 마산을 노래한 것과 같다.
만약 이것을 의심한다면 따사로운 4월에 술이나 들고 한번 이곳에 놀러 오시라. 백화가 필 무렵 새들의 소리, 나비의 난무는 마치 백로가 나는 듯하며 섬 사이에서 보일락 말락 하는 작은 배들의 모습은 마치 별천지에 노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더구나 두견새가 슬피 울며 짙은 숲에서 날아든다. 시원한 여름에는 기러기가 달을 비켜 동그라미나 띠 모양으로 떼 지어 날아가다 갈대밭에 내려앉는다.
가을의 눈은 우모처럼 휘날려 사람들은 학 모양이 되어 이리저리 다닌다. 겨울도 사계절의 하나로 나쁘지 않겠다는 기분으로 만드는 것도 우리 마산에서야 되는 일이라 하겠다.
마산은 참으로 조선의 자연적인 일대(一大) 공원이라 불리는 까닭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가포(柯浦)의 진달래[躑躅]
당 지를 남쪽으로 약 1리쯤 가면 진해만의 대안(對岸)에 한 줄기 연봉이 있는데 이 지방 일대는 진달래가 무성해 일명 진달래산이라고도 부른다. 꽃 필 적에는 일대 산이 홍색으로 덮혀 그 그림자가 바다에 비추어서 수색 역시 홍색으로 변한다. 시나 그림으로 표현할 수 없는 광경이다.
몽고정(蒙古井)의 정수(淨水)
몽고정은 도오리마치 6정목, 구마산의 입구에 있다. 직경은 4자 여가 되는데 항상 맑은 물이 솟아 나와 부근 주민의 음료수로 사용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우물은 원나라 시조인 쿠빌라이가 일본을 치려 했을 때 군진(軍陣)을 체류해 파게 되었다는 것인데 우물을 둘러싼 돌들은 몽고군이 맷돌로 쓰던 것을 가져다 쌓은 것이라 한다.
마산성지(馬山城趾)의 송풍(松風)
마산성지는 구관(舊館)의 북쪽 언덕에 있다. 분로쿠전쟁[文祿の役] 때 시마즈 요시히사(島津義久)가 농성한 곳이라 전해지는데 도처에 주석(柱石)이 있을 뿐이며 큰 소나무가 홀로 옛적 얘기를 말해 주는 듯하다.
작진두(鵲津頭)의 명월(明月)
이곳은 이제는 요새영지(要塞營地)에 편입되어 함부로 출입 못하게 되었지만, 술에 취해 바람을 쐬며 금슬(琴瑟)이나 만지려는 가을밤에 이곳에 서서 저 멀리 천천히 올라가는 명월을 마주 보면 속세의 먼지를 털고 몸이 신선이 되어 등천하는 것만 같다. 이곳을 일명 고노에오카(近衛丘)라고도 부른다. 이유인즉 고(故) 고노에(近衛) 공작이 놀러 왔을 때 이 풍경에 끌려 별장지로 선정한 일에 유래한다.
창원성지(昌原城趾)의 추우(秋雨)
마산에서 약 1리 거리의 창원 읍내에 있다. 게이초전쟁[慶長の役] 당시 군이 다시 정한 길에 오르자 나베시마 나오시게(鍋島直茂)와 그 아들 가쓰시게(勝茂)와 함께 조선군과 싸워 지킨 성이 바로 여기다. 가을이 깊어져 귀뚜라미 소리 들려오는 속 나무들이 다 시들어 쓸쓸하게 가을비가 내릴 적에 이 성지 터에 서게 되면 감개무량할 것이다.
저도(猪島)의 양주(涼舟)
마산의 대안(對岸) 수상 약 3정(丁)여 거리에 홀연히 있는 섬이 저도다. 섬 끝에 초가 몇 채가 있을 뿐인데 소나무와 잡목에 우거져 파란 물에 그 모습을 비추고 있다. 그 옛날 한 천녀(天女)가 멧돼지 가마를 타고 이곳에 강림했다는 데서 이 이름이 지어진 것이다. 현재 마산의 관민은 해마다 벚꽃을 심어 장차 벚꽃섬으로 하려는가 보다. 한 창 더운 여름 저녁에 작은 배를 젓거나 소나무 사이에서 한잔하거나 바위 위에서 시를 음미하거나 낚시를 하면서 그 시원함을 만끽하면 땀도 가시고 돌아가는 것을 잊기도 한다.
천자봉(天子峰)의 기암(奇巖)
천자봉의 꼭대기에서 하늘에 높이 솟은 봉우리를 시루봉[증봉]이라 한다. 부산의 아미산(峨眉山), 가덕연대(加德煙臺) 등과 같이 옛적의 왜관(倭館)에 급보를 보내기 위한 봉화대다. 이 정상에서 구름 사이 저 멀리 대마도(對馬島)를 볼 수가 있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옛날 쓰시마 번의 족장인 소오(宗)가 신라와 외교를 트기 위해 그 아들을 신라의 서울에 보냈다고 한다. 신라의 조정은 대우를 잘 해주어 왕녀를 시중들게 했다. 머물기를 몇 개월, 그 아들이 돌아가게 되니 왕녀는 너무 슬퍼해서 죽고 말았다. 죽기 전에 왕에게 말하기를 제가 죽으면 대마도를 바라볼 수 있는 곳에 묻어달라고 해서 왕이 청을 받아들여 이곳에 묻었다고 한다.

성주사(聖住寺)의 만종(晩鐘)
상남면 불모산 서쪽 기슭에 있다. 깊은 숲과 절벽 밑에 맑은 물이 기암 사이를 격하게 흘러내린다. 이 일대는 오래된 소나무 등이 많아 참으로 진외속리(塵外俗離)의 경개(景槪)이다. 고색창연한 고탑 아래에서 만종 소리가 산간에 울려 퍼지는 것을 들으면 자신이 불문에 입문해 세상을 떠난 사람같이 느껴지게 마련이다. 진해시가에서 약 1리 반 거리다.
광산사(匡山寺)의 사슴 소리
광산사는 내서면 신감리(新甘里)에 있다. 마산에서 약 2리 남짓. 산속에는 소나무와 단풍나무가 우거져 낮에도 어두울 만큼이며 그 유수(幽邃)한 모습은 성주사(聖住寺)에 못지않다. 깊은 가을 서리치는 날에 스님과 대좌하고 있으면 암사슴을 찾는 사슴 소리가 계속 들려와 도를 깨달으려는 마음을 어지럽게 만든다고 한다.
마산공원(馬山公園)의 봄빛
마산공원은 아케보노마치에 있으며 타이신구(太神宮)도 여기에 세워져 있다. 위치가 가장 높은 곳에 있기에 사계절의 조망이 좋다. 그중에서도 봄철에 꽃이 만개할 때가 최고다. 공원은 물론 부근 일대에 매화꽃, 벚꽃, 복숭아, 살구꽃 등이 있어서 꽃 필 적에는 꽃에 취하는 감이 있다. 내려다보게 되면 집들이 즐비한 가운데 벚꽃이 보이는 것도 멋지다. 멀리 보면 진해만과 둘러싼 산들이 눈에 들어와 그 웅대한 경치에 그저 쾌재를 외치게 된다. 이 땅을 찾으신 분은 반드시 이 공원을 방문하기를.
진해만(鎭海灣)의 웅대(雄大)
진해만은 전쟁 역사상 세계에 유명한 항구다. 분로쿠전쟁 때 우리 수군의 대장 구키 요시타카(九鬼嘉隆), 도도 다카토라(藤堂高虎), 와키사카 야스하루(脇坂安春) 등 여러 호걸들이 적장 원균(元均)과 진해만에서 마주쳐 크게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가덕도에는 구키 등이 농성한 성터가 남아 옛적을 상기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러일전쟁 때 도고(東郷) 제독이 황국의 흥패가 이 싸움에 달려 있다고 선언해 충용한 부하들을 격려해 러시아 발틱함대를 전멸시켰음은 실로 만내의 송진포(松眞浦) 부근에서 입안된 명안(名案)에 의해서다. 이렇게 유서 깊은 진해만은 지금은 제국의 군항으로 운영되어 이미 방비대(防備隊), 진수부(鎭守府) 기타 여러 시설이 설치되어 가고 있다. 우리 함대는 때때로 나란히 진해만에 출입해 동양의 평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또한 육상에는 진해의 시가지가 건설되어 크고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에 수반해 행정관청도 거의 갖추어져 흘륭한 도시가 되었음은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 글은 2024년 창원시정연구원이 근대초기 마산에 대한 세 권의 책과 한 개의 자료를 번역하여 하나로 묶어 낸 지역사발굴연구 교양총서 5권 『개항 및 일제강점기 마산 기록』 중 <마산안내(馬山案內)> 부분이다. 1915년 출간되었으며 저자는 오카 요이치(岡庸一)이다. 본 포스팅은 비영리를 전제로 창원시정연구원의 양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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