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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3. 19. 00:00

기억을 찾아가다 - 22

22.기합, 주먹자랑, 몸단련

 

중학교시절에도 조금은 의식되었지만 신경을 곤두세울 정도는 아니었었는데,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그 문제들은 신경의 상당부분을 자극하여 행동거지의 상당부분을 조종하고 지배할 정도로까지 작용했다.

소위 기합이라하여 상급생이 하급생들에게 거의 합법적으로 가하는 폭력, 그래서 항상 긴장해야하는 학내외 생활, 동급생끼리나 동네친구 나아가 또래급끼리의 쟁투를 위한 몸과 주먹 단련, 학교끼리의 패싸움으로 인한 모표, 교복 살피기 등등이 일상생활의 상당부분을 지배했던 것이다.

군사교육 강화로 인한 계급의식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고,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인한 정적 인간관계의 매마름이나 자유당정권의 깡패문화 등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며, 반자립적인 사대문화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어쨋든, 딱히 잡히는 원인은 모르는 채 이런 인습들의 소용돌이에서 온전한 정신을 못 차린 채 3년을 생활해 온 게 사실인 것 같다.

입학 두어 달 뒤에 받은 소위 단체기합이란 것은 큰 충격이었다.

1년생 전부를 운동장에 불러내어 엎드려뻗혀시켜놓고, 몽둥이로 치고 발로 밟고, 무릎 구부린 흔적(바지 무릎 부분에 묻은 흙)이 있다고 때리고, 선배 존경하는 자세가 안 되어 있다는 트집 내세워 그렇게 체형을 가하는 일을 처음 당해보니, 정말 상급생에 대한 공포감이 실감으로 왔다.

며칠 후엔 2년생들이 그렇게 당하는 걸 보았고, 얼마후엔 2년생들에게 우리가 당했다.

3년 될 때까지 5,6차례 그런 곤욕을 치른 기억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이런 만행들이 선생님들의 묵인하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에도 인습의 무서움을 느끼게 한다.

<2017년 11월 1일 충남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단체기합이 있었다 - 오마이뉴스 보도 사진>

 

점심시간에 선배가 교실에 들어와 누구를 끌고가서는 집단폭행하여 보내고, 길거리에서 경례 잘 안 부쳤다고 오소리 개뺨치듯 하고...... 심지어 난 거수경례를 하고도 얻어맞았다. ‘상급생을 왜 노려보았느냐는 것이었다.

모르는 선배를 노려볼 이유가 전혀 없었으나, 그런 변명은 매만 더 벌 것이기에 그냥 맞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저만치 같은 모표가 보이면, 목 칼라에 붙인 학년뱃지부터 살피고는, 상급생이면 경례붙이는 엄숙한 자세부터 짓는, 긴장은 항시 갖추고 다녀야했다. 시력이 나쁘다든지, 딴데를 보고 있었다든지 등의 말은 아예 안 하는 것이 나았다.

동급생끼리의 싸움질도 이틀이 멀다하고 일어났었다.

교실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비일비재했고, 주먹 자존을 위해 친구들 입회하에 용마산에서 붙는 일도 흔했다.

마산고의 누구누구, 마산상고의 아무아무개, 창신농고의 대표주먹, 마산공고의 펀치왕 들의 이름은 시내 모든 고등학생들에게 익히 알려져있었다.

학교간의 집단패싸움도 참 잦았다.

개인적 충돌이 친구들까지 동원된 집단 자존심까움으로 번지기도 했고, 어디 야외에서 있은 충돌로 하여 수십명이 동원된 집단난투극으로 번지기도했다. 운동경기 응원중에 튀어나온 말에 흥분하여 으르릉거리기도 했고, 축구경기땐 종종 나오는 거친 플레이로하여 집단난투극으로 간 사례도 많았다.

특히, 마산고, 마산상고와 진주고, 진주농고간의 정기 축구경기는 거의 빠짐없이 후유증을 낳았다.

진주고 진주농고 응원단들이 마산에 오면 갈 땐 북마산역에서 터지고 가고, 두 학교가 진주에 가서 지면 덜하지만, 이기기라도 할라치면 응원꾼들은 진주역에서 기차를 못 타고 근처에 숨어있다가 밤기차를 타고 오기도 했었다.

낯선 동네에 가서 왈짜들에게 시달리는 일도 많았고, 외지로 갈 땐 아예 교모를 쓰지 않았다.

이런 풍토 때문에 내 고등학교시절 두 가지는 보통학생들에게 거의 필수가 되어있었다. 클럽 가입과 주먹단련이었다.

폭력써클까진 아니더라도 위세를 위한 모음이 태평양, ‘파도’, ‘다이야등등의 이름으로 많이 조직되어있어, 농촌학생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가입했을 정도였다. 조직내 선후배간의 유대는 잘 되어 보호받기도 좋았을 것이다.

몸 과시엔 가슴 근육과 주먹 굳은살이 주로 화제가 되었는데, 그걸 위해 평행봉과 샌드백이 유행했다.

그래서 우리집에도 소나무를 베어 와서 땅에 박아 평행봉대를 세웠고, 집 뒤곁엔 군용백에 모래를 채운 샌드백을 달았다.

평행봉틀에 올라갔다 내려오면 가슴을 마져보았고, 샌드백을 친 후 주먹 굳은살(속칭 다마’) 만져보는 일이 습관적이 되었다.<<<

박호철 / 창원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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