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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3. 2. 07:00

어린이집 생활기록부에 사는집의 방갯수를 왜 적을까?


올 해 네살이 된 딸아이가 집 근처의 시립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다.

새학기라 이것저것 제출할것이 있었는데 그 중에 '생활기록부'라는것이 눈에 띄었다.

아이의 간단한 인적사항이나 신체발달상황 등이 기재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적어야 하는 내용이 많았다.
무심코 적다가 부모학력을 적는 란이 나왔다.
아직도 이런것을 적어내나 조금 의아해 하며 나머지 문항들을 보니 눈을 의심할 질문들이 연이어 나왔다.

생활정도를 상,중,하,영세 중에 선택하고,
보육료 감면여부를 면제,경감,유료로 구분하고,
주거상태를 월세,전세,친척집,자택으로 구분하고,
자택은 다시 단독주택인지 아파트인지를 적도록 되어있었다.
여기에 방갯수까지 적으라니......

 

▲어린이집에 제출해야 하는 생활기록부


긴 한숨이 나왔다.

대체 이런것들이 아이를 잘 돌보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나 싶은 생각과 함께 나처럼 언짢아 할 부모와 혹시라도 이로인해 상처받는 아이가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마음이 무거웠다.
요즘은 네댓살이면 글을 깨치는 아이들이 태반이라 직접 읽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별 의미없지만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수있는 문항들로 채워놓은 어린이집의 무심함이 마음을 아프게했다.

이런 마음이 드는것은 아이들의 인권이나 인격이 별로 중시되지 않던 시절에 유년기를 보낸 나의 경험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5공화국 출범과 함께 마산의 한'국민학교'를 다닌 나는 학년이 바뀔 때 마다 이뤄지는 가정환경 조사가 늘 달갑지 않았다.
교실에 학생들을 모아놓고 선생님이 부모의 학력을 '무학(無學)'부터 '대졸'까지 호명하며 손을 들게 했는데 어머니가 '국민학교' 밖에 안나와서 '국졸'에 손을 들어야 했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이 너무 부끄러워 눈치만 보다가 '중졸'에 슬며시 손을 들곤 했다. 거짓말을 했다는 자책감에 얼굴이 붉어졌고, 부모 마저 부끄럽게 여기게 만드는 그 순간이 너무나 괴로웠다. 


그때의 상처가 아직까지 남아있을 정도이니 예민한 아동에 대한 인권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생활기록부의 출처가 어딘지 궁금해 관련 법규을 찾아보았다.
어린이집은 아니지만 '유치원의 생활기록부 관리지침'이 유아교육법에 고시로 지정되어 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어디에도 부모의 직업이나 학력, 생활수준을 묻는 란이 없었다.

▲2009년 개정된 유치원생활기록부


2009년에 개정된 법이라 혹시 큰 변화가 있었는지 1996년 제정당시의 지침을 찾아보았다.
부모의 직업을 적는 란이 있을 뿐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생활기록부에서 부모의 직업란을 없애는데 13년이 걸린셈이다.

▲1996년 제정된 유치원생활기록부


결국 지침도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내용이 아무 고민없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었던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고 아이들을 올바르게 자라도록 돕는것은 교육자의 몫이자 권리이다.
하물며 아이들이 태어나서 최초로 만나는 보육 및 교육자인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역할은 부모에 버금 갈 정도로 중요하다. 
사소한 일이라 여기지말고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Trackback 2 Comment 3
  1. 삼식 2010.03.02 10:34 address edit & del reply

    그 참?
    방 갯수로 집규모를 가늠하겠다는 의도겠지요.
    얘들은 선입견 없이 똑 같이 가르쳐야 하는데----
    네살부터,
    부모님의 이력이 따라 다니는 사회라 생각하니
    씁쓸하군요
    ㅊㅊㅊ

  2. 백은석 2010.03.03 00:00 address edit & del reply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나로인해 우리식구 모두 마산와서 남의집 전세살면서 고생하는데 왜 그리 부모님을 미워했는지부끄럽네요

  3. 2016.01.03 12:56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009. 12. 6. 07:00

인간이 고양이보다 나을까?


단독주택에 살다보면 아파트 사는 분들이 경험치 못하는 일들을 간혹 겪습니다.
내가 사는 집은 산 밑이라 대문 앞 길건너가 바로 무학산 자락입니다.
차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조용해서 좋습니다.

하지만 조용한 게 늘 좋은 건 아닙니다.
사람 눈이 적다보니 문제도 생깁니다.

쓰레기 슬쩍하는 사람들 이야깁니다.
아무도 안 본다 싶어, 차타고 지나가다 버리는 모양입니다.
사용한 휴지, 먹다 남은 빵, 빈 깡통과 봉지 등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아예 가구를 버리는 간 큰 사람도 간혹 있습니다.
소파, 나무걸상, 심지어 못 쓰는 냉장고가 나뒹군 적도 있습니다.



못쓰게된 자동차도 왕왕 나타납니다.
지난 초가을에는 대구번호가 찍힌 자동차 한 대가 버려져 있었는데 동사무소에서 법적 절차를 밟아 겨우 치웠습니다.

지금도 한 대 있습니다.

앞 뒤 번호판이 없어서 어느 지역 차인지도 모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제법 멀쩡합니다.
지난달 말쯤부터 자릴 잡았는데 이 글 포스팅한 후 동사무소에 신고할 계획입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집 앞 도로가 자기네 강아지 화장실로 착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작은 것은 보아 넘길만하지만 큰 것일 때는 정말 황당합니다.
큰 개의 큰 것은 정말 크거든요.
사진은 생략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줄어들어야 될텐데 줄기는 커녕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작은 쓰레기들은 우리가 직접 치우고 큰 것들은 쓰레기차가 와서 치웁니다만, 이런 짓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좀 상합니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이런 짓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CCTV설치되어 있음」이라는 헛간판을 붙여 놓으면 덜 할 거라는 친구의 조언도 있었지만 아직 헛간판을 붙이지는 못했습니다.

쓰레기 뿐 아닙니다.
언제부터인가 고양이가 나타났습니다.
갈 곳이 없는 도독고양이야 이곳저곳에 많습니다만 이 놈들은 아예 우리집에 자리를 틀고 앉았습니다.
한 동안 집 정원에 들락날락 하더니 날씨가 쌀쌀해지자 아침마다 내 자동차 보닛(bonnet) 위에 올라앉는 겁니다.

아침햇살이 자동차에 떨어지면 검은색 보닛이라 다른 곳보다 따뜻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매끌매끌해서 아침운동하며 놀기 좋아 올라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올라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위에서 실례를 합니다. 작은 걸로요.
아침에 나가보면 엉망입니다. 게네들 오줌으로요.
고양이 오줌이 독하다네요. 그래서 부지런히 몇 번 닦았습니다.

한 번 두 번도 아니고 매일 아침 고양이 오줌청소하고 있을 수도 없어서 얼마전에 쫓아냈습니다.
쫓으면서도 ‘내가 절더러 보닛에 앉지 말라는 걸 알기나 할까?’하며 반신반의했는데 다행히 다음 날부터 고양이가 차 위에 올라가지 않더군요.
'영리한 고양이!'

하지만 갈 곳 없는 고양이라 지금도 우리 집 정원 이곳저곳을 서성거리거나 모아진 낙엽 위에 누워있거나 합니다.
그 정도는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냥 보아 넘깁니다.

제 놈도 살아야 하니까요.




근데,,,,,

고양이는 나의 큰 소리 한 번에 잘못을 뉘우치고 못된 짓을 멈추었는데,
사람 안보면 아무데서나 쓰레기 버리는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만날 수 없으니 말로는 안 되고, 크게 글로 써서 붙여볼까요?

「인간아, 인간아, 여긴 쓰레기장이 아니야!」 라거나 아니면,

「CCTV작동 중, 발각즉시 고발!!」

이렇게 써붙이면 고양이 처럼 못된 짓을 멈출까요?



Trackback 0 Comment 2
  1. 유림 2009.12.06 15:25 address edit & del reply

    선배님 ^^
    일욜 남들 노는 날 일하러 나와서
    한가한 틈에 왔다 웃고 갑니다.
    ...우리집 담벼락과 차고앞도 마찬가지입니다

    • 허정도 2009.12.07 08:18 address edit & del

      고철 값 나올지 모르니 버린 차 끌고 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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