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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24. 13:42

아름다운 곰탕


식당 한 군데 소개합니다.

맛 소개가 아닙니다.
맛은 이미 정평이 나 있어서 특별히 소개할 필요도 없는 식당입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는 훈훈한 이야깁니다.
너무 착해서, 마음 씀씀이가 너무 아름다워서 소개합니다.

마산시 회원동 마여중 앞에 있는 식당 「마산할매곰탕」이야깁니다.

                                      <아름다운 식당 - 마산할매곰탕>

개업할 때부터 이 식당에 가끔씩 드나들었습니다.
저의 집과 직장이 이곳에서 멀지 않거든요.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곰탕 한 그릇하려고 들렀습니다.
주차를 해놓고 식당 쪽으로 가는데, 식당건물 뒤쪽 입구에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줄을 쭈욱 서있더라고요.
이상해서 물어보았습니다.

“할머니, 이 집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점심 얻어먹으려 왔지”
“그냥 줍니까?”
“그럼, 얼마나 고마운 사람들인데, 토요일마다 곰탕을 공짜로 먹여줘”

식당에 들어가 주인을 찾으니 종업원이 ‘어르신들 음식차려 준다고 아래층에 내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곰탕을 한 그릇 시켜 먹고 있으니, 주인아주머니가 땀을 닦으며 식당으로 들어왔습니다.
평소에 낯이 익었던 분이었는데, 그 날은 힘든 일을 해서 그런지 얼굴이 발갛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점심식사’의 전후 사정은 그렇게 알게 되었습니다.

「마산할매곰탕」이 어르신들께 무료식사를 시작한 것은 작년, 그러니까 2008년 5월 부터였습니다.
우연한 일로 시작되었답니다.

어느 날,
할머니 한 분과 딸인 듯 보이는 젊은 아주머니 한 분을 손님을 받았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곰탕을 먹으면서 딸의 손을 잡고,

“야아 야, 이리 마싯는 고움탕, 니 가삐고 나모 운제 또 무우 보것노”
(경상도표준말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서울표준말로 사족 답니다)
“얘야, 이렇게 맛있는 곰탕, 너 가고나면 언제 또 먹어 보겠니”
라는 말을 들었답니다.

먼 곳으로 딸을 시집보낸 가난한 친정어머니와 가난한 딸이었답니다.
그 짧은 말이 이 식당 이용원사장의 가슴을 내려 앉혔답니다.

이용원 사장은 친정어머니와 함께 이 식당을 운영합니다.
「마산할매곰탕」의 할매는 바로 이용원 시장의 친정어머니입니다.
자신의 친정어머니는 건강하게 곁에 계시고 가난하지도 않지만, 그 가난한 모녀의 대화에 이용원 사장의 가슴이 그만 내려앉았답니다.
‘시집간 딸이 친정에 오지 않으면 곰탕 한 그릇도 못 먹는 어머니가 계시다니······’

이 ‘아름다운 점심식사’는 그 때 시작되었답니다.

처음에는 격주로 하다가 지금은 매주 준비한답니다.
한 번에 적게는 400명, 많게는 500명까지도 오신답니다.
소문이 나서 내서나 신마산에서도 오신답니다.

힘들지만 보람 있다고, 재미있다고 했습니다.
식당에서 함께 일하는 친정어머니 김옥남 할머니도 좋아하신다고, 많이 도와주신다고 수줍은 듯 말했습니다.

여태 몰랐습니다.
내가 가끔 다닌 식당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는지.
여태 몰랐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분들이 제 가까이 계셨다는 것을.
저는 여태 몰랐습니다.
희망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는 것을. <<<
                                          

                                       <줄지은 어르신들>

                               <맛있게 곰탕 드시는 어르신들>

                         <곰탕 한 그릇씩 드시고 땀을 식히시는 할머니들>

                  <일하다 막 올라온 '아름다운 식당' 이용원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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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창원 2009.12.24 14:53 address edit & del reply

    여러분 대신해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번창하시길 기원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

    • 허정도 2009.12.24 15:16 address edit & del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2. 김주완 2009.12.24 15:26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훈훈한 이야기네요. 고맙습니다.

    • 허정도 2009.12.24 15:28 address edit & del

      그러게 말입니다.
      언제 시간내어 현금주고 한그릇씩 합시다.

  3. 정대수 2009.12.24 15:27 address edit & del reply

    “야아 야, 이리 마싯는 고움탕, 니 가삐고 나모 운제 또 무우 보것노”

    할매의 짧은 이야기가 모든 것을 이야기해 주네요..
    코끝이 찡한 한 마디입니다.

    아름다운 곰탕집의 아름다운 사장님도
    찾아오시는 할매 할배들도
    귀하고 소중한 집 소개해 주신 달팽이님도...
    사랑하고 감사하는 날 기원합니다.

    • 허정도 2009.12.24 15:29 address edit & del

      선생님 반갑습니다.
      따뜻한 이야기를 알려주는 기분도 참 좋네요.
      메리 크리스마스!!

  4. 김천령 2009.12.24 16:24 address edit & del reply

    참 아름다운 식당, 아름다운 곰탕입니다.

    • 허정도 2009.12.24 16:36 신고 address edit & del

      언제 한번 이 식당에서 곰탕 한그릇하시죠.
      진주가 멀긴하지만.

  5. 마산사랑 2009.12.25 11:22 address edit & del reply

    재물을 자기금고에 쌓기 바쁜 세상인데 곰탕집 사장님은 하늘에 쌓고 계시네요
    이사장님이 늘 건강하셔서 오랫동안 어르신들에게 기쁨을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가게에도 큰 축복이 내릴것으로 믿습니다
    허선생님도 건강하시고 마산발전을 위하여 수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허정도 2009.12.25 12:12 address edit & del

      감사합니다.
      이용원 사장님 참 대단하시죠.
      함께 이 식당에서 곰탕이나 한그릇 합시다.

  6. 유림 2009.12.25 17:01 address edit & del reply

    우리집 근처인데도 한번도 안가봤는데...
    늘 지나치던 곳에서도 그런 마음이 있었네요..

    우리집도 그리하고 싶네요
    멀지 않은 미래에...

    • 허정도 2009.12.25 17:08 address edit & del

      가까운 미래에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그럴려면 우선 호주머니가 좀 넉넉해야....
      사업 잘되기를 빕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7. rudnfrha 2009.12.25 19:54 address edit & del reply

    우동 한 그릇을 연상시키는,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고마운 이야기네요.

    • 허정도 2009.12.26 01:34 address edit & del

      일본 작가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그릇' 말씀이군요.
      아, 저도 그 생각은 못했습니다.
      오래 전에 아이들과 함게 읽은 책인데,
      님의 글을 보니 '그래!' 싶네요.
      감사합니다, 생각을 넓혀주셔서.

  8. 이인안 2009.12.29 16:51 address edit & del reply

    가슴이 찡..하네요. 귓볼까지 따뜻해지는 이야기, 고맙습니다.

2009. 10. 8. 07:00

고혜정의 <친정 엄마>

고혜정의 <친정 엄마>

안녕하십니까? 허정도입니다.

오늘은 방송작가 고혜정의『친정엄마』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모녀간의 이야기입니다.

시골에서 서울로 난생 처음 집 떠난 후 새삼 느낀 어머니의 사랑, 세월이 흘러 자신이 어머니가 되어 어머니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딸의 심정이 고스란히 녹아난 책입니다.

모녀이기 때문에 느끼는 갈등과 불만, 모녀이기 때문에 생기는 조건 없는 사랑, 모녀이기 때문에 담아둔 비밀스러운 감정.
이 모든 것들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가슴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을 파헤치는 책입니다.

보따리 보따리 온갖 것들을 싸가지고 서울 딸네에 어머니가 올라왔을 때 딸은 별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왜 이렇게 많이 가져왔느냐고 짜증을 냅니다.

그 소리에 어머니는 서운했던지 한마디 합니다.

“너는 모를 것이다. 엄마 맘을. 너도 나중에 새끼 나서 키워봐. 그때 엄마 생각 날 것인 께. 나, 너 서울로 올라간 후로는 한 번도 니가 좋아허는 반찬은 안 히먹었어야. 내 새끼 좋아허는 거, 차마 내 새끼 빼놓고 못 먹겄데. 나, 너 서울 올라간 후로는 내 손으로 한 번도 과일 안 사먹었어야. 너랑 같이 먹을라고. 새끼는 다 그런 것이다.”


딸이 서울로 떠나갈 때 엄마는 그 동안 콩나물 값 두부 값 깎아서 모은 50원 100원짜리 심지어 5원짜리 동전까지 가득 든 불룩한 라면봉지를 내어 놓았습니다.
울면서 그 봉지를 집어넣은 고혜정이 기차역에서 엄마와 헤어지는 장면입니다.

‘엄마와 나는 그날, 서로 눈길을 피해 먼 곳을 보며 울고 또 울었다. 나중에 서울행 기차가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이 나올 때는 그 때까지 서로를 위로하지도, 자신들의 감정을 추스르지도 못한 어머니와 나는 참았던 울음들이 북받쳐 엉엉 울었다. 그렇게 엄마를 역에 남기고 엄마가 꽁꽁 싸준 동전들을 들고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던 나.
결혼 해 살면서, 더 엄마가 그리워진다. 남편과 생활하며, 아이를 낳아 기르며, 나는 더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엄마 때문에 눈물이 난다.’

예,
이 책을 읽고 난 뒤, 뉴스메이커 편집장인 유인경 씨는,


“친정엄마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그 무슨 말로 친정엄마의 노고를 치하할까? 흐르는 눈물만이 그 해답을 안다.”
고 했습니다.

아낌없이 준다, 가슴이 먹먹하다, 억장이 무너진다……….

왜 우리의 어머니들은 이런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요.



* 책 읽어주는 남자  10월6일 방송입니다.


친정 엄마 - 10점
고혜정 지음/나남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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