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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24. 06:00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


안녕하십니까? 허정도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지상에 숟가락 하나』라는 책은,
제주도가 낳은 소설가 현기영 선생이 자신의 유년기 성장과정을 기억해가며 쓴 글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유년으로 돌아가,
작가 자신이 나고 자란 제주도를 배경으로 어린 시절을 생생하게 재현해냈습니다.

때로는 배꼽을 쥐고 웃다가,
때로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역사 속에 묻혀간 군상들의 삶을 처연히 엿볼 수도 있는 책입니다.

누구나 소설 한 권씩 쓰며 사는 게 인간 삶이라고는 하지만,
한 사람의 성장기가 이토록 아프고 아름답고 다채로울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낸 뒤,

글을 쓰는 내내 무척 설레었다고,
행복했다고,
잊었던 유년의 기억을 좇는 시간여행에서 인생을 다시 산 느낌이었다고 하면서,
자신을 키운 것은 부모님만이 아니라 제주도의 자연과 유년의 친구들과 중학시절 독서였다고 했습니다.

어릴 때 친구들 별명이 재미있습니다.

국수 가락처럼 입 밑까지 흘러내리는 누런 코를 단숨에 들이키는 누렁코,

옷이 없어진 줄도 모르고 물에서 놀다가 여자애들 부끄러워 불알만 잡고 뛰는 똥깅이,

키 큰 먹구슬나무를 원숭이처럼 타고 오르는 나무타기도사 웬깅이……….

별명만으로도 모습이 그려지는 이 개구쟁이들이 사춘기 소년이 되기까지 겪은 이야기.

혼자만 아는 비밀이야기일 수도 있는 어릴 때 우리들의 모습,
바로 그 이야깁니다.

「허기」라는 제목의 글 한 대목입니다.

‘배고픈 나는 게를 잡으면, 그 당장 산 채로 입에 넣어 아삭아삭 씹어 먹었다.
깅이는 게의 사투리이자 내 별명이니까, 말하자면 깅이가 깅이를 잡아먹은 셈이다.

고동이나 바위에 붙은 군부, 뱀고동은 돌로 쪼아 바닷물에 헹궈서 먹었다.

게, 고동은 밥이 아니어서 뱃속을 흐뭇하게 해주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라도 없었다면 그 모진 흉년을 어찌 견뎌냈을까.’


본능과 지혜가 만들어 낸 섬 아이의 생존방식아니겠습니까?

어렸을 때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비록 어리긴 했지만 지금보다 순수했고 진실했을 겁니다.

오늘 저녁에는 어린 시절로 달려가 옛 친구들을 만나볼 생각은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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