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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2

시간은 피라미드를 두려워한다 이야기 하나,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지금 그 곳에 없다. 이십여 년 전 봉암동 골짜기로 이전한 후 그곳에는 덩치 큰 판상형 아파트만 덩그러니 몇 채 있을 뿐이다. 교복을 입은 채 까까머리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운동장도 없어졌고 여름에는 그늘, 가을에는 낙엽청소를 시켰던 그 큰 활엽수와 그 아래 나무벤치도 사라졌다. 봉암동에 새로 지은 학교에서 지금의 아이들이 40년 전 나보다 얼마나 좋은 교육을 받는지 모르지만 나의 추억이 녹아있는 공간이 없어졌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나의 고등학교는 생각 속에만 있고 찾아가볼 장소는 없다. 새로 지은 학교에 갈 일이 더러 있지만 행사만 있지 추억은 없어 여느 학교를 찾았을 때와 감흥이 다르지 않다. 이야기 둘, 어릴 때 살던 집을 떠난 지 30년이 되었다. 나는 좁은.. 2010. 2. 27.
노무현의 추억 최근에 용산 재개발문제로 참극이 빚어졌습니다만, 이런 사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조세희 선생의 ‘난쏘공’이 출간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 난장이들의 꿈은 이루어 지지 않았습니다. 18년 전, 1991년이었습니다. 건축가였던 나는, 세입자이기 때문에 재개발의 혜택은커녕 어디론가 빈손으로 쫓겨 나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 끝에, 기존의 재개발방식과 달리 세입자도 입주 가능한 방법을 연구해 보기로 했습니다. 정말 아무 방법이 없는지, 집을 지어주지는 못하지만 집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라도 제시해보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산에서 펴낸 이 책을 읽고 공부하시겠다고 직접 전화를 한 후 보좌관을 보내 받아간 그 책 입니다. 일 년간의 시간을 들인 뒤 ‘세입자.. 2009.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