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봉산악회 저도 용두산 탐방기
일자 : 2023년 1월 7일
참석자 : 서익진, 정규식, 김용운, 신삼호(회장, 글쓴 이), 손상락(산행대장), 신성기(총무), 허정도
오늘 소개할 <저도 용두산>은 마산합포구 구산면 저도에 있는 비치로드로 잘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해안을 따라 설치된 데크길을 따라가다 보면 진해만을 볼 수 있는 산책코스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계묘년 새해를 맞아 첫 산행을 저도 비치로드로 정한 것은, 푸른 바다를 거닐며 느낄 수 있는 시원함 때문에 해마다 연초에 찾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먹거리 때문입니다. 이맘때면 겨울별미 ‘굴 구이’나 ‘물메기탕’를 비치로드 주변에서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물메기를 먹을 것을 사전에 작정을 하였습니다.
준비 과정에 물메기 식당이 사전 예약이 안 된다는 총무님의 업무연락을 받고, 늦으면 못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이른 9시에 집결하여 출발하기로 정하였습니다.
1호차는 산복도로 방향으로 일주하면서 원로님들을 픽업하기로 하였으며, 2호차는 김청장님을 비롯한 젊은 대원들이 3.15아트센터에서 출발하여 구산면 비치로드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모처럼 바다 콧바람을 쐴 것을 생각하며 상쾌한 마음으로 출발하였습니다. 허원로님, 서원로님, 그리고 정원로님까지 모시고 구산면으로 달렸습니다.
중간에 허 원로님에게 온 전화인 즉은, 보급대장 임대원이 연락이 닿지 않아서 출발이 늦었다는 전화였습니다. 요즘 임 보급대장은 용강포레 조경공사에 푹 빠져 아예 산행과는 담을 쌓은 것 같았습니다.
암튼 9시 반에 비치로드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포구 이름은 아래 포구라는 의미인 ‘하포’였습니다.
산 쪽으로 못 보던 토목시설이 되어 있었습니다. 보강토 블록으로 단을 쌓은 곳에 <Camp 숨 Forest>이라 적혀있었습니다. 캠핑장인지 글램핑장인지 들어서는가 봅니다. 우리 세대들은 잘 이용하지 않는 시설이라 “저래가 장사가 되겠나!”라고 궁시렁 거리면서 2호차를 기다렸습니다. 포구에는 관광버스로 온 단체객들이 있었습니다. 여행객들 중에서도 중년여성들의 잡담인 듯 자지러지는 소리를 따갑게 들으면서 ‘객지에 오니 어지간히 좋은 갑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시가 되어서야 2호차가 도착하였습니다. 오늘은 산행코스를 비치로드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산으로 출발해서 비치로드로 돌아 나오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맛있는 것을 나중에 먹겠다는 계산이었습니다. 초반은 조금 고생 스럽긴 해도 후반을 평안하게 걷고자 하는 의도였습니다.
초반부터 경사면을 ‘영차 영차!’ 올랐습니다. 얼마지 않아 삼거리가 나타났습니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오늘 비치로드 산행을 100산의 하나로 간주하자고 제안하고 소수의 불만을 잠재우고 회장 직권으로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습니다. 어차피 고령화로 인해 정상적인 100산 산행은 불가하다고 판단하고, 갈 수 있는 근교의 산은 모두 100산 범주에 넣자는 의견에 모두가 동의하는 상황이라~~, 졸지에 비치로드가 100산 탐방의 한 몫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재빨리 현수막을 꺼내어 이정표 앞에서 출발기념 단체사진을 촬영하였습니다.
이정표 앞에서 김청장님은 허리가 안 좋은 관계로 왼쪽으로 가로질러 비치로드로 바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가슴 아프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머지 6명은 오른쪽으로 산길을 가로질러 올라갔습니다. 열심히 산 능선을 타고 올랐습니다.
비치로드를 일주하는 코스는 6.6킬로미터 정도이며, 절반거리에 해당하는 곳에 반환점이 있습니다. 거기는 비치로드로 내려가는 길과 ‘용두산’이라는 정상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입니다.
갈등이 생겼습니다. 300미터를 앞에 두고 원로회원들은 “공격조만 가면 되지 다 갈 필요 없다”라며 한 발작도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나이순 젊은 3명이 정상 공격조라는 임무를 맡아 정상을 향하였습니다. 제주산 귤 하나로 수분을 보충한 정상 공격조는 저와 손대장 그리고 신총무 세 명이었습니다. 300미터는 정확히 400보 정도 걸음하니 도착되는 거리였습니다.
정상에는 작은 비석면에 ‘용두산 202.7M’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겨우 200미터 정상이라니!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이 마저도 못 오르겠다는 대원들이 있으니 앞으로 50산행 목표도 험난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산악회의 에너자이저 손박 산행대장은 “이런 높이의 산을 100산 등정이라고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라고 궁시렁거렸습니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꺾어진 50산도 채울 수 없는 지경이라, 그냥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암튼 가볍게 터치하고 인증샷은 거창하게 찍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반환점으로 내려오니 원로님들은 먼저 떠나고 없었습니다. 급경사길을 한참 내려오다 보니, 원로님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 지나니 4데크 휴게소에 도착하였습니다. 가져온 커피와 귤로 목을 축였습니다. 그리고 인증샷과 함께 바다를 조망하였습니다.
쪼맨한 수상보트가 맞바람 치는 파도에 넘어질 듯 위태한 모습으로 우리를 긴장케 하였습니다. 다른 여행객들이 밀려들어 데크 휴게소를 밀리듯 빠져 나왔습니다.
데크 하부 갯바위에는 낚시하는 노부부의 모습도 띄였습니다. 우리가 걷는 방향이 통상적인 탐방 방향과 역방향이라 많은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데크길을 걸어갔습니다. 주로 외지에서 관광 온 사람들의 많이 보였습니다. 나이 드신 아주머님들과 약간 젊은 아줌마들의 멋부림 차림을 보며 산책하는 기분도 좋았습니다.
데크로드는 해안의 암벽을 따라 다양한 높이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이 길을 조성하지 않았다면, 아마 이런 조망을 감상할 수 없었을텐데 라는 생각과 함께 비치로드의 매력은 역시 암벽에 걸쳐 이어진 바닷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쉽게도 오늘은 미세먼지가 많은 관계로 멀리 조망은 할 수 없었으나, 가슴은 뻥 뚤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암튼 데크로드를 걷고 걸어서 출발 후 2시간 경과한 12시에 공격조 3명은 출발지에 도착하였습니다.
물메기 식당이 예약이 되지 않는 관계로 2호차를 식당으로 먼저 보냈습니다. 1호차는 천천히 어슬렁거리며 여유를 부리는 원로님들을 모시고 10여분 후에 출발하였습니다.
우리가 가는 물메기 식당은 구산면 사무소 앞에 위치한 볼품없는 식당이지만 이맘때면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입니다. 예상대로 조그만 홀에 손님이 바글거리고 있었습니다.
겨울 한철만 볼 수 있는 물메기라는 메뉴 한가지로 손님을 모으는 식당입니다. 물메기라는 어종 하나가 손님을 모으는 겨울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것 같았습니다. 옛날에 물메기는 비늘도 없고 못 생긴 고기라고 버리던 어종으로, 생선 축에도 못 끼던 것이 세상이 좋아지니 이렇게 대접을 받게 되는군요.
식당 홀을 지나 고개를 숙이며 들어가야 할 정도로 천정이 낮은 방으로 들어서니, 테이블 2칸에 우리 일행 7명이 앉을 수 있었습니다. 앉자마자 대뜸 막걸리부터 달라는 원로님이 있었습니다. 서빙아줌마가 앞 손님 그릇 치우는 와중인데~ 엉가이 급했던 것 같습니다.
제법 뜸을 들이는 시간이 지나서 ‘물메기 회무침’ 2접시가 막걸리와 함께 들어왔습니다. 무채와 당근채가 많이 들어간 물메기는 워낙 고기가 물렁해서 식초와 비비지 않으면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육질이 연합니다. 암튼 채소가 8이면 고기는 2 정도의 비율로 비빈 회무침을 야무지게 먹어치웠습니다.
회무침에서 남은 초장 국물은 따뜻한 공기밥에 비벼서 싹싹 홅아먹는 진풍경이 벌여졌습니다. 산행대장 손박은 영천 출신으로 갯가 사람들의 이런 유난스런 모습이 의아하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이어 톳, 혹은 모재기가 듬뿍 들어가서 맑은 바다 내음이 나는 맑은 물메기탕이 들어왔습니다. 회무침으로 인해 맵고 얼얼한 입안을 행거주는 맛이었습니다. 조용해서 옆을 둘러보니 모두가 숟가락 움직이기 바쁜 것 같았습니다. 한잔의 막걸리에 취기도 살짝 올라오면서, 물메기탕의 감칠맛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겨울 진객, 물메기! 내년에도 다시 오마!!
주차를 위해 들린 구산면 사무소 마당에 자리 잡은 팽나무의 앙상한 수형이 유난히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막걸리에 취한 것인지, 물메기에 취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2023년 100산 원정은 이렇게 맛있고, 기분 좋게 시작하였습니다. <<<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봉산악회 대만 가오슝(高雄)·아리산 여행 - 1 (1) | 2023.05.05 |
---|---|
100산-40 ; 경남 거제도 대금산(大錦山) (0) | 2023.04.05 |
화폐민주주의연대 뉴스레터 - 10 / 서익진의 Q&A (2) | 2022.11.10 |
100산-38 ; 진해 장복산 (0) | 2022.11.05 |
100산-37 ; 창원 반룡산(팔용산) (0) | 2022.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