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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도시이야기

마산해양신도시 조성 공약한 안상수 후보께

by 허정도 2014. 5. 29.

새누리당 창원시장 안상수 후보를 두고 세간에 말들이 많습니다.

그 중 가장 지적을 많이 받는 부분은 “중앙정치권에서 평생을 보낸 분이 중앙에서 자리를 잃자 수십 년 전에 떠난 고향으로 내려와 시장하겠다”는데 대한 것입니다.

안 후보는 자신을 '힘있는 정치인이라 지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선뜻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이 사실보다 안상수 후보가 내건 공약이 더 큰 문제로 보입니다.

안 후보께서 내건 공약은 대부분 그간 창원시가 쭉 해오던 사업들이어서 신선감이 없었습니다만, 특히 실망스런 공약은 <마산해양신도시 조성> 부분입니다.

지역 사정을 제대로 몰라서 이런 공약을 걸었는지, 그냥 직전 시장들이 진행해 오던 사업이라 별 생각도 안 해보고 내건 것인지, 주변 분들의 훈수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10년 넘게 끌어온 마산해양신도시 사업에는 엄청난 문제가 잠복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가포신항만 때문에 생긴 사생아입니다. 가포신항만에 3만톤급 선박을 입항시키기 위해 준설을 해야 했고, 그 준설토 버릴 곳으로 마산 앞바다가 선택되어 ‘마산해양신도시’가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가포신항만 사업은 시작될 때부터 이미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단체가 경제성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마산시와 국토해양부는

“지금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절대 적자는 나지 않는다”

“국책사업을 그렇게 허술하게 하지 않는다” 라고 사업의 적합성을 강변했습니다.

"2조 이상의 경제유발 효과가 있다"고 하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은 마산발전을 원하지 않느냐"고도 했습니다.

당시 정부가 마산시민들에게 가포신항만 건설이 타당하다고 제시했던 자료, 즉 가포신항 사업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1999년 국토해양부가 예측한 마산항 물동량은 2012년 기준 연 330,000TEU였습니다.

이 자료를 근거로, 이 정도의 물동량이면 가포항만은 수익성이 있다면서 항만 공사를 시작한 겁니다.

하지만 2012년 마산항의 컨테이너 실적은 8,470 TEU에 불과했습니다.

정부가 내놓았던 예측은 모두 엉터리였습니다. 현재 가포신항은 들어 올 물동량이 없어 준공을 해놓고도 개장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가 한 사업인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 답을 창원KBS가 해주었습니다.

지난 22일 밤 10시 20분 창원KBS는 <뉴스 인사이드>라는 보도프로그램에서, 가포신항을 위해 설립한 (주)마산아이포트의 초대, 2대, 3대 사장이 해양수산부 고위공직자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들은 항만건설의 계획을 수립하고 항만운영을 위한 민자유치 추진업무를 보는 부서의 책임자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말하자면 자신들이 공직에 있을 때 수익성도 없는 대형사업을 터뜨려 놓고, 퇴직 후 그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회사의 사장으로 취임했다는 뜻입니다.

보도만을 놓고 보면, 가포신항만 사업은 세월호 침몰사건 후 회자되는 소위 <해피아>들의 패악이었습니다.

가포신항은 이처럼 엉터리로 시작된, 아니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될 전형적인 관경유착의 나쁜 토목사업입니다.

그래서 말씀 드립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런 사업을, 아무리 지역사정에 어둡다지만 시장이 되겠다는 분이 대표공약으로 제시해서야 되겠습니까?

혹시 가포신항과 해양신도시가 사실상 하나의 사업이라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진정으로 안상수 후보께서 창원시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그리고 본인의 말처럼 중앙정치권에 인맥이 많은 힘 있는 정치인이라면, 해양신도시에 대한 공약은 이렇게 되어야 합니다.

1. 정부에게 가포신항만 조성의 책임을 묻고, 기왕 매립된 부지는 항만보다 생산적인 용도로 전환하도록 정부에 요구하겠다.

2. 가포신항이 용도가 바뀌면 대형선박을 위한 준설이 필요 없게 되고, 준설공사가 없어지면 해양신도시는 성립될 수 없으니, 지금 당장 해양신도시 매립공사를 중지하고 원상을 복구하여 가고파의 마산만을 지키겠다. 완전히 없애기 어려우면 규모라도 대폭 줄이겠다.

3. 이렇게 된 모든 책임은 중앙정부에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사용된 금액 일체를 정부에 부담시키도록 하겠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 되어야 '힘 있는 정치인이라 지역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납득하지 않겠습니까?

안상수 후보의 선거를 돕는 분들이 혹 이 글을 보시면 꼭 안 후보께 이 글 내용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제 의견에 답을 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바로 잡을 것 바로 잡지도 않으면서 창원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말, 바다를 메우고 환경을 파괴하면서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말, 들으면 들을수록 공허합니다.

김인규 황철곤 박완수 시장으로 이어진 개발위주 행정의 고리가 이번 선거로 끊어지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21세기입니다. 매립과 개발만으로는 바른 길을 찾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