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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28. 00:00

김형윤의 <마산야화> - 82. 총각회 사건

82. 총각회 사건

 

시내 중성동에 자리 잡은 목조는 1921년 경에 진동읍내 김상범이란 청년지주가 장만한 주택건물이다.

50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수리 한 번 한 일이 없이 그대로의 모습이다. 오직 변한 것이 있다면 집 주인 뿐이다. 주택으로 병원으로 여관으로 변하였다가 현재에 이르렀다.

외면으로는 평탄하게 지낸 듯 하지마는 처음 주인 김 씨 때 벌써 큰 문제가 생겼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전국에서 처음으로 생긴 소위 총각회 사건이다.

내용인 즉 예나 지금이나 한국의 중산계급이면 으레 소실을 두는 것이 공공연한 통례이니 여기에 김 씨가 빠질 수 없다.

시내 모 사립여학교를 중퇴한 묘령에다 미모인 조()섭이란 처녀가 있었다. 여학교를 중퇴하였다 하면 그 가정 형편은 짐작할 수 있는 일이나 18,9세의 묘령이라면 보통 못난 처녀라도 장미꽃같이 활짝 피는 때이니 조섭이와 같이 보통 이상의 미모에 남성의 마수가 침범 않을 리 없다.

가난과 여자의 미모에는 불행한 신의 악희(惡戱)를 면할 수 없는 것이 여성의 숙명이랄까?

문제의 주인공 김상범은 황금의 위력으로 기어코 처녀 조섭이를 간단히 함락시키고 말았으면 그런 다행이 없었을 것이나, 한창 발육기의 청년들은

총각회를 결성해서 혼기를 놓치고도 총각으로 지내는데 김상범은 정실과 자녀까지 있으면서 하등의 정신적 사랑도 없이 오직 돈의 힘으로 순진한 처녀를 약탈하느냐? 이 동물보다도 못한 자야!”

라고 외치면서 내정(內庭)으로 돌입하여 형세 자못 험한 절정에 다다랐을 때, 급보를 들은 경찰당국은 이 사건이 청년들의 이색적인 행동이라 하여 함소(含笑) 석방한 일인데 이것이 그 당시 둘밖에 없는 동아·조선 양지(兩紙)에 보도됨으로써 전국적인 화재가 되었다.

마산 사람을 만나는 객지에서는 총각회 소식을 묻기도 하였는데 당시 총각회장은 팽삼진(彭三辰)이었다.

이 때문에 사회적으로 크게 창피를 당한 김상범은 옳은 사랑의 보금자리도 꾸며보지 못하고, 금일봉으로 남의 집 귀한 자녀의 신세만 망쳐놓고 바람과 더불어 사라지고,

조섭이는 그 후 송 모라는 청년과 가정을 이루어 11녀를 낳고 살다가 미인박명 그대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팽삼진(彭三辰 : 1902 1944) -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 옮긴 이

경상남도 마산(馬山) 사람이다. 1919년부터 1935년까지 사이에 마산의 독립만세운동을 주동하였다. 그는 19193월 마산에서의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하였다가, 이해 515일 부산(釜山)지방법원 마산지청에서 징역 6월형을 받고 옥고를 치렀다. 출옥 후 192395일에는 학생층을 대상으로 독립정신을 고취하다가 소위 소요혐의로 다시 투옥되었으며, 출옥 후에도 또다시 독립만세운동을 계획하다가 193576일 마산경찰서에 체포되는 등 계속적으로 항일운동을 전개하였다. 정부에서는 고인의 공훈을 기리어 1990년에 건국훈장 애족장(1977년 대통령표창)을 추서하였다.

 

<동아일보 1923년 9월 11일자 3면에 실린 총각회 사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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