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해본 일입니다.
2005년 경남도민일보 입사 후에도 간혹 이일 저일 만졌지만, 기획 단계부터 개입해 마무리한 일은 아주 오랜만이었습니다.
'마산YMCA회관 건축설계'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저는 1980년 건축사 시험에 붙어 다음 해 6월 마산 창동에서 건축사 사무소를 열었습니다.
개업 후 적지 않은 건축물을 설계하였습니다.
볼만한 건물도 간혹 있었지만 부끄러운 건물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직업으로서의 건축설계는 천직처럼 제 몸에 착 붙었습니다. 재미있게 만족하며 일했습니다.
2005년 봄 뜻하지 않게 언론사 대표가 된 후 손을 놓았다가 '마산YMCA회관 건축설계' 때문에 다시 펜과 종이를 들었습니다. 작년 늦여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하는 일이었지만 워낙 몸에 배였던 터라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1946년 창립한 마산YMCA는 뿌리가 깊은 시민사회단체입니다.
저는 1975년 입회했습니다. 20대 초에 시작해 올해로 42년째니 YMCA는 제 인생 한복판을 관통한 셈입니다.
자체회관이 없었던 마산YMCA가 지난 70여 년간 회관 때문에 겪은 부침은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91년부터 근무한 이윤기 사무총장이 지난 5월 20일 개관식 날 “이번 이사가 10번 째하는 이사”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건축비가 모자라 빚은 좀 남겠지만 70년 만에 가진 자체회관이라 마산YMCA 회원들은 요즘 많이 즐겁습니다.
토지를 구할 때부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YMCA는 시민사회단체이지만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도 주된 목적 중 하나입니다.
YMCA는 자연을 매개로한 인성교육을 중요하게 봅니다.
그래서 자연환경적 입지조건을 염두에 두고 땅을 찾았습니다.
1~2년 걸려 마침내 찾은 곳은 마산 회원동 앵지밭골에 있는 땅이었습니다.
뒤로 700m 거리에 편백 숲이 있고 옆으로 300m 쯤에는 수백 년 된 마을 숲과 회원천 상류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뒤편으로 무학산이 버티어 섰고, 왼옆으로는 시인 이선관이 마산 민주정신의 발현지로 꼽았던 봉화산이 눈 앞이었습니다.
…… 가부좌한 참 스님답게 턱 버티고 / 앉아있는 봉화산의 돌 틈새에 / 지금까지 꺼지지 않고 살아있는 불씨 / 식어질 줄 모르는 그 불씨 ……
터의 모양새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주변의 자연조건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반풍수 눈에도 좌청룡 우백호에 남주작 북현무까지 어느 정도 갖춘 길지다 싶었습니다.
200여 평이라 넓지는 않지만 인접한 낙락장송이 땅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어서 아이들과 엄마들이 좋아할 곳이었습니다.
이사장과 이사들도 터를 본 뒤 선뜻 동의해 거금(?)을 치르고 매입했습니다.
설계는 제 몫이었습니다.
어떤 건물을 앉힐지 구상이 시작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마산YMCA회관을 꼭 내 손으로 설계하고 싶었던 젊었던 시절도 떠올랐습니다.
좋은 건물을 짓고 싶은 마음과 넉넉하지 않은 자금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지기도 했습니다.
순리대로 공간을 자르되 치수를 아꼈습니다.
비용 때문이었습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랐습니다.
루이스 설리반을 추종했다기보다 기능에 충실하면 단순해지고 단순해야 오래가기 때문이었습니다.
평범함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사람 눈에 익숙하고 안정감을 주는 사각형 몇개를 엮어 정면을 완성시켰습니다.
집의 가치는 좌측의 낙락장송과 병풍처럼 뒤에 선 무학산에서 나오도록 했습니다.
건물은 그저 먹물로 찍은 한 점 손장난에 불과합니다.<<<
epilogue
공사는 태림건설 박현관 이사가, 감리는 마산Y 이사인 류창현 건축사가 맡아 고생했습니다.
그 덕에 집이 잘 지어져 지난 달 20일 개관식까지 가졌습니다.
본관은 진작 옮겨왔고 교방동 유치원도 이사를 마쳤습니다.
매일 아침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와 함께 마산YMCA의 하루하루가 활기차게 열리고 있습니다.
당분간 공간문제 때문에 어려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부턴 시민사회단체 역할을 다하는 데만 집중하면 될 일입니다.
앞으로 이 집에서 마산YMCA 사람들이 무슨 일들을 해낼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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