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강언(都江堰)에 올라 이빙(李冰)을 생각하다
저명한 중국의 역사학자 위치우위
(余秋雨)는, 중국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건축물은 만리장성이 아니라 도강언이라고 했다.도강언의 외관상 규모가 만리장성처럼 거대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천년의 복락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성이 드넓은 공간을 차지했다고 말한다면 이곳은 아득한 시간을 차지했다고 말할 수 있다.
만리장성은 이미 그 사회적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되었지만 이곳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민중을 위해 맑은 물을 보내주고 있다.
이곳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뭄과 장마가 끊일 새 없던 사천 평원은 천혜의 조건을 가진 땅이 될 수 있었다.
중국민족에게 극심한 재난이 닥쳐올 때마다 이곳은 안온하게 민족을 보호하고 포근하게 적셔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과장됨이 없이 이곳은 영원히 중국 민족에게 생명의 물을 대어 주는 원천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곳이 존재했기 때문에 제갈량과 유비의 지략이 꽃필 수 있었고 이백과 두보의 시문이 존재할 수 있었다.
가깝게는 이곳으로 인해 중국이 항일전쟁의 와중에서도 안정된 후방을 지닐 수 있었다.
<옥루산 사면에서 본 도강언 전경 / 사진의 오른 쪽이 상류 방향이며 아래쪽이 내강, 위쪽이 외강이다. 중앙의 긴 섬이 금강제인데 오른쪽 시작 부분의 어취와 왼쪽 말단부의 비사언이 뚜렷이 보인다>
이곳의 물줄기는 만리장성같이 화려하지 않지만 촉촉이 대지를 적시고 살며시 땅 속으로 스며들어 끝없이 이어진다. 따라서 그 길이로 보면 결코 만리장성보다 짧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이어진다.
만리장성의 문명이 딱딱하기 이를 데 없는 조소(彫塑)라고 한다면, 이곳 도강언의 문명은 살아 숨쉬는 생활 그 자체이다.
만리장성은 마치 오래된 자격증을 내걸고 사람들의 수리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데, 도강언은 구석 한 모퉁이에 자리 잡아 마치 전혀 빛나지 않고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는 고향의 어머니처럼 그저 무엇인가를 베풀뿐이다.
자연의 법칙에 대한 해박한 지식, 물리적 원리를 응용하여 완벽한 수리시설을 만든 공학적 능력, 자연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강인한 도전정신, 목민관으로서의 신념.
도강언을 떠난 뒤 한참까지 이빙은 내 주위를 서성거렸다.
새벽녘, 불모의 땅을 바라보며 한숨 토하는 이빙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렸다. 어느덧 그는 내게 큰 스승이 되어 있었다.
내 딴에는 눈 넓힌다고 이곳저곳을 다녀 보았지만 어떤 건축물 어떤 구조물에서도 이처럼 가슴 뛰는 경이로움을 맛보지는 못했다.
얼굴도 모르는 한 인간에게 이만한 찬사를 보낸 적은 더더욱 없었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짧았지만 긴 여행이었다.
누가 내게 ‘한 인간의 열정이 역사에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답할 것이다.
‘도강언에 올라 이빙을 바라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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