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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1. 00:00

새로움을 꿈꾸며 - 3 / 채용비리

미래를 좀먹는 범죄 ‘채용 비리’

 

차별은 세상을 병들게 한다. 차별하는 사회는 통합도 관용도 불가능하다.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편법 시비가 나라를 뒤흔들었다. 그 와중에 인사 책임을 진 간부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자기 아내를 전환자명단에 누락시켜 물의를 더 키웠다.

사정기관에서 진의를 밝히겠지만 힘없는 서민들과 배경 없는 취업준비생들이 입은 상처가 이미 크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금융권과 사립교원 문제는 이미 만성화되었고, 채용비리의 끝판왕 강원랜드 사건은 전 국민을 경악시켰다.

행태는 다르지만, 쌍둥이 두 딸의 내신관리 부정을 서슴지 않았던 교무부장 아버지의 사례도 본질은 마찬가지다. 지위를 이용해 다른 사람을 밀어내고 혈육을 힘으로 밀어 넣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불거지는 채용비리 때문에 너나없이 낯이 뜨겁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오래된 우리의 모습이라 탓하기에도 마음이 편치 않다.

비리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부정한 지시나 청탁, 평가 기준의 불법적 운용, 점수조작, 심사위원의 부적절한 구성, 채용요건 불법충족 등 백태를 보였다.

힘없는 사람들은 불법 탈법을 저지를 수 없다.

수단과 방법은 다르지만 채용비리에 관한한 모두 금수저라 불리는 특권층이거나 쥐꼬리만 하더라도 권력을 가진 이의 짓이다.

적지 않은 기관에서 블라인드 전형 등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을 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2018년 9월 기준 실업자 수는 102만여 명에 이르렀다. 100만 명을 넘긴 것이 9개월 연속되었다.

그중 청년 실업자가 37만 8000명이나 된다. 이런 상황이라 채용비리는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절망의 날벼락이다.

더구나 비리의 현장이 공공기관이어서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전 국민이 아연실색했다. '그것뿐이겠는가?'라는 의구심도 만연하다.

 

 

취업을 위한 청년들의 준비와 노력은 눈물겹다.

인턴을 하고 스펙을 쌓고 졸린 눈을 비비며 밤을 새운다. 도서관에도 빈자리가 없다. 이들은 나름의 공력을 쌓은 후 채용전형이라는 경기에 출전한다.

하지만 막상 청년들이 출전한 취업경기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내보일 수 없는 경기장이었다. 동일한 룰을 적용하지 않는 편파적인 심판들도 있었다.

불공정한 세상의 개천에서는 더 이상 용이 나오지 않는다.

취업에 실패한 한 청년의 "밤잠을 설쳐가며 공부했지만 결국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불신만 남았다"는 자조가 귀에 쟁쟁거린다.

부족한 것을 걱정하지 말고 고르지 못함을 걱정하라 했다.

세상에 억울한 일은 없어야 한다는 공자님 말씀이다. 채용비리는 단지 청년취업의 문제만이 아니다. 나라의 미래를 좀먹는 심각한 범죄행위이고 선량한 다수를 짓밟는 반사회적 행위다.

능력이 아니라 신분 때문에 채용되지 못하는 국민이 있는 한 선진국은 요원하다. 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결과는 공정해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 아닌가.

백년대계를 위한 일이다. 채용에 관한 부정과 비리는 엄중하게 처벌되어야 한다. 그래야 공정사회를 꿈꿀 수 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을 바꾸는 것은 생각과 행동이다. 이제 바꿀 때가 되었다.<<<

 

<경남도민일보(2018. 11. 13)에 게재되었던 글을 일부 첨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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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25. 00:00

새로움을 꿈꾸며 - 2 / 내부 고발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용기, 내부고발>

 

의인인가 배신자인가?

사회에서는 의인으로 칭송받지만, 동료에게는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내부고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그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며 왜 그런 결단을 하였을까.

내부고발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비리를 외부에 폭로하거나 신고하는 것이다.

미국의 역사를 바꾼 닉슨 대통령 워터게이트사건,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조작,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을 야기한 최순실 국정농단. 모두 내부고발로 시작되었다.

바깥에 알려지기 전까지는 은밀한 곳에 숨겨졌던 것, 내부자가 아니고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베일 속의 비밀이었다. 공익을 위한 한 사람의 위대한 용기가 이 비밀을 세상에 드러내었다.

그럼에도, 내부고발은 공익신고자라는 사회적 평가와 달리 조직에서는 배신자로 치부된다.

실제로 내부 고발자 상당수는 배신자로 낙인찍혀 각종 불이익을 당했다.

조직에서는 축출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쫓겨난 후에도 배신자라는 굴레를 씌워 재취업마저 힘들다. 사회적 매장 상태, 정 맞은 모난 돌 신세가 된다.

 

 

이런 현실은 군대에서 하는 소원수리에 그대로 드러난다.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하급자의 불만을 무기명으로 적어내라지만 의도대로 잘되지 않는다. 솔직한 건의보다 상급자 칭찬이나 군 생활에 만족한다는 등의 형식적 글이 대부분이다.

불만이 없어서가 아니다. 비밀보장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말했다가 보복을 당한 선례를 병사들이 먼저 알고 있다.

최근 들어 부패와 비리의 수법이 날로 은밀화·지능화되고 있다.

외부기관의 감시만으로는 이를 적발하고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고도화된 비리에는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내부인의 정보제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공익신고는 배신이 아니다.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시켜 조직을 살리는 일이며, 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용기다. 선진국일수록 공익신고가 많고, 이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은 까닭도 그 때문이다.

2011년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되었다.

신고자를 보호하고 그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한 법이다. 그 결과가 공공의 재정적 이익을 가져온 경우 거액의 보상금까지 지급한다.

그러함에도 이 법에는 약점이 많다. 금융실명거래법, 형법, 상법 등 대기업이 관련될 만한 비리가 대상에서 빠져있다. 때문에 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법보다 앞서 필요한 것은 사회인식이다.

네덜란드의 한 컨설턴트가 '과속으로 교통사고를 낸 친구가 허위증언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진실을 말하겠다는 사람이 캐나다, 영국, 스웨덴 등에서는 90% 이상, 프랑스와 스페인은 60%대였지만 우리나라는 26%였다.

사적 의리가 공적 정의를 압도했다. 정실을 중시하는 우리 모습을 반영한 결과지만 이런 인식이라면 청렴사회는 요원하다.

개인적 이익을 계산하며 공익신고를 하는 이는 없다. 신고 뒤 불어닥칠 후폭풍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을 결단시킨 것은 오로지 공리적 정의감이다.

그런 점에서 공익신고자의 용기 있는 결단을 기리는 '공익신고자 명예의 전당' 건립을 제안한다. 그것으로라도 그분들의 용기와 정의에 감사하고 싶다.<<<

 

<경남도민일보(2018. 10. 29)에 게재되었던 글을 일부 첨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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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18. 00:00

새로움을 꿈꾸며 - 1 / 고소득은 선진국?

오늘부터 8회에 걸쳐 '새로움을 꿈꾸며'라는 주제로 포스팅한다. 2018년과 2019년 경남도민일보에 기고했던 글을 첨삭하였다. 원래 제목은 '청렴사회를 꿈꾸며'이다.

 

<소득만 높다고 선진국 되는 것 아니다>

 

두 전직 대통령이 옥에 갇혔다. 일을 도왔던 고위공직자들도 형을 살고 있다. 그룹총수인 재벌들도 재판 중이다. 자신의 권한을 부당하게 사용하여 사적 이익을 취했거나 사회질서를 교란한 한국사회 지도층의 민얼굴이다.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부정한 용도로 사라지는 돈이 한국기업은 매출액의 10%, 미국은 5%라는 추정까지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180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는 2018년 45위, 2019년 39위였다. 2017년 51위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멀었다.

국가청렴도 평가가 이렇듯 국민의 공직자와 공공기관에 대한 인식은 냉혹하다. 예외가 아닌 곳이 없다. 청렴도가 국가신인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댄데 가야 할 길이 멀다.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집권 중 20위권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정부 노력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부패는 정녕 치유될 수 없는 것일까? 주어진 일을 하고 일한 만큼 보상받고 그 보상만으로도 행복한 세상은 불가능할까?

돈과 출세에 절박한 사회에서 부패를 막을 길은 없다.

부패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사회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끝없는 경쟁 속에 전개되는 금전만능 사회는 필연적으로 부패를 배태한다.

그런 점에서 부패는 사회적 산물이다. 미래는 각자 알아서 스스로 대비해야 하고, 돈 외에 어떤 것도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 사회에서 부정과 부패는 필연적이다.

부패는 부정(不正)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의 선택이다.

책임지지 않는 공권력과 부도덕한 경제력으로 대별된다. 소시민들의 생활에도 흠결은 있겠지만 권력 부패에는 견줄 바 아니다.

노동 없는 부, 도덕 없는 경제, 원칙 없는 정치는 나라를 망하게 한다. 간디의 말이다.

소득만 높아진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은 선진국민이 만든다. 누구나 원하지만,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촛불혁명으로 세운 정부라 기회가 좋다. 촛불을 들었던 그 손으로 부패의 사슬마저 끊어야 한다. 촛불혁명의 진정한 완성은 청렴사회다.

해낼 수 있을까 반문하는 이들이 많다. 심지어 '우리는 안 된다'고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청렴사회는 어렵다고 포기해버릴 일이 아니다.

부패는 들판의 풀과 같다. 양의 차이가 있을 뿐 풀이 안 날 수는 없다.

문제는 어떻게 관리하느냐이다. 차별 있는 청렴사회는 없다. 엄중하되 공정한 잣대가 필요하다. 다수가 공존하는 복잡사회에서 준법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행복지수와 부패인식지수 둘 다 최상위권인 덴마크도 처음부터 그런 나라는 아니었다.

그룬트비의 바람대로, 덴마크 국민은 서로를 사랑했고 나라를 사랑했고 나라의 법과 제도를 사랑했다.

나라는 '부자를 많이 만드는 것보다 가난한 이를 적게 만드는' 정책을 펼쳤고 덴마크 국민은 나라의 정책을 사랑하고 따랐다. 그 노력이 오늘의 덴마크를 탄생시켰다.

195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간이 1마일(1.6㎞)을 4분 안에 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954년 영연방체육대회에서 의학도였던 아마추어 육상선수 로저 베니스터(위 사진)가 3분 59초 4로 4분 벽을 넘었다.

그러자 한 달 후 1명, 1년 후 27명, 2년 뒤 300명이 따라 넘었다.

할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의 힘이었다. 새로운 사회, 청렴사회로 가는 길도 이와 같다.<<<

 

<경남도민일보(2018. 10. 16)에 게재되었던 글을 일부 첨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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