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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새로움을 꿈꾸며 - 2 / 내부 고발

by 운무허정도 2020. 5. 25.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용기, 내부고발>

 

의인인가 배신자인가?

사회에서는 의인으로 칭송받지만, 동료에게는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내부고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그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며 왜 그런 결단을 하였을까.

내부고발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비리를 외부에 폭로하거나 신고하는 것이다.

미국의 역사를 바꾼 닉슨 대통령 워터게이트사건,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조작,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을 야기한 최순실 국정농단. 모두 내부고발로 시작되었다.

바깥에 알려지기 전까지는 은밀한 곳에 숨겨졌던 것, 내부자가 아니고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베일 속의 비밀이었다. 공익을 위한 한 사람의 위대한 용기가 이 비밀을 세상에 드러내었다.

그럼에도, 내부고발은 공익신고자라는 사회적 평가와 달리 조직에서는 배신자로 치부된다.

실제로 내부 고발자 상당수는 배신자로 낙인찍혀 각종 불이익을 당했다.

조직에서는 축출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쫓겨난 후에도 배신자라는 굴레를 씌워 재취업마저 힘들다. 사회적 매장 상태, 정 맞은 모난 돌 신세가 된다.

 

 

이런 현실은 군대에서 하는 소원수리에 그대로 드러난다.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하급자의 불만을 무기명으로 적어내라지만 의도대로 잘되지 않는다. 솔직한 건의보다 상급자 칭찬이나 군 생활에 만족한다는 등의 형식적 글이 대부분이다.

불만이 없어서가 아니다. 비밀보장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말했다가 보복을 당한 선례를 병사들이 먼저 알고 있다.

최근 들어 부패와 비리의 수법이 날로 은밀화·지능화되고 있다.

외부기관의 감시만으로는 이를 적발하고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고도화된 비리에는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내부인의 정보제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공익신고는 배신이 아니다.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시켜 조직을 살리는 일이며, 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용기다. 선진국일수록 공익신고가 많고, 이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은 까닭도 그 때문이다.

2011년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되었다.

신고자를 보호하고 그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한 법이다. 그 결과가 공공의 재정적 이익을 가져온 경우 거액의 보상금까지 지급한다.

그러함에도 이 법에는 약점이 많다. 금융실명거래법, 형법, 상법 등 대기업이 관련될 만한 비리가 대상에서 빠져있다. 때문에 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법보다 앞서 필요한 것은 사회인식이다.

네덜란드의 한 컨설턴트가 '과속으로 교통사고를 낸 친구가 허위증언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진실을 말하겠다는 사람이 캐나다, 영국, 스웨덴 등에서는 90% 이상, 프랑스와 스페인은 60%대였지만 우리나라는 26%였다.

사적 의리가 공적 정의를 압도했다. 정실을 중시하는 우리 모습을 반영한 결과지만 이런 인식이라면 청렴사회는 요원하다.

개인적 이익을 계산하며 공익신고를 하는 이는 없다. 신고 뒤 불어닥칠 후폭풍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을 결단시킨 것은 오로지 공리적 정의감이다.

그런 점에서 공익신고자의 용기 있는 결단을 기리는 '공익신고자 명예의 전당' 건립을 제안한다. 그것으로라도 그분들의 용기와 정의에 감사하고 싶다.<<<

 

<경남도민일보(2018. 10. 29)에 게재되었던 글을 일부 첨삭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