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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8. 00:00

새로움을 꿈꾸며 - 4 / 갑질

<부끄러운 생활적폐 ‘갑질’> 

 

'갑질'이 한글사전에 등재되었다. 생활적폐로도 규정되었다.

돈으로 하는 갑질, 힘으로 하는 갑질, 부끄럽지만 싫건 좋건 갑질은 우리의 한 모습이 되었다. 급기야 '갑질공화국' '갑질민국'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2~3년 전 "내가 누군지 알아?" 큰소리치며 행패 부린 두 사람이 구속된적이 있었다.

한 명은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었고, 또 한 명은 전 국가대표 유도선수였다. 그들이 내뱉은 '내가 누군지 알아?'는 자신의 지위로 상대방을 누르기 위한 허세다. 갑질하고 싶어 안달이 난 이들이 주로 쓰는 말이다.

'갑질공화국'의 적나라한 민낯은 양진호라는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의 패악질은 상상을 초월했다. 조폭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엽기적인 장면과 증언들이 쏟아졌다. 장도로 생닭의 목을 공중에서 베게 한 기이한 신형 갑질에는 전 국민이 전율했다. 정신상태가 의심되는 갑질의 끝판왕이었다.

갑질이 폭로될 때마다 여론이 들끓었다.

그때마다 갑들은 고개를 숙였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했다. 그래서인지 처벌은 솜방망이였다.

하지만 여론이 수그러들면 또 다른 갑질이 드러났고 같은 사과가 반복됐다.

조금도 고쳐지지 않았고 고쳐질 것이라 믿는 이도 없다. 고치기는커녕 제보자를 보복하는 신종 '리벤지 갑질'까지 생겼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갑은 어디선가 하루아침에 뚝하고 떨어진 것이 아니다'면서 '갑들이 눈치 안 보고 마음껏 갑질할 수 있게 만든 것은 수많은 을들과 그들을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만든 시스템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

문제는 사회문화와 사회 작동원리다. 그리고 그것은, 어렵지만 엄격하고 강하게 제동하면 고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민은 공공기관을 '갑'으로 인식한다. 예외에서 빠지는 기관은 없다. 오랜 세월 관과 민의 관계가 낳은 업보다. 이 불편한 진실은 공공의 솔선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

2018년9월, 행안부 감사관으로부터 굴욕적인 취조를 당한 고양시 공무원의 폭로가 있었다. 그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장관이 이 사건을 공식 사과했다.

갑질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것에 저항하는 을이 있어 세상이 한 걸음씩 진보하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다.

갑질에 분통을 터뜨린 을들도 많다. 시민의식이 상승한 덕이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공도 크다.

익명 사이트나 오픈채팅방 등 조직 내 비리와 갑질을 고발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많아졌다. '노'라고 말할 수 없던 분위기와 '너만 참으면 된다'는 권위적인 조직문화가 바뀌고 있다.

직장 상급자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업무시간 외의 상사 요구도 대부분 갑질로 분류된다. 퇴근 후 업무문자, 예고 없는 회식, 잦은 주말산행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갑질 관련 키워드 1위는 '회사'다. 우리나라 직장 괴롭힘 피해율은 3.6~27.5%로 EU 국가들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많은 상급자가 하급자들에게 충성을 요구하지만 정작 상급자 자신은 하급자에게 충성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진정한 충성은 상호교환으로 완성된다. 그것이 리더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이다. 정의는 평등한 사회에서만 존재한다.<<<

 

<경남도민일보(2018. 11. 26)에 게재되었던 글을 일부 첨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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