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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22. 00:00

새로움을 꿈꾸며 - 6 / 면책

공직자를 춤추게 하는  ‘면책’ 

 

2016년 1월, 갑작스러운 폭설로 제주공항이 마비되었다.

예상치 못하고 공항으로 나온 승객들은 오도 가도 못 하는 처지가 되었다. 공항 당국에서 모포와 편의 물품을 제공해주면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행정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때, 공항의 한 직원이 절차를 뛰어넘어 필요 물품을 우선 지급해 사태를 수습했다.

눈이 멎고 긴급 상황이 종료되자 그 직원에게 규정 위반이라는 문책이 떨어졌다. 하지만 책임을 묻지 않았다. 긴급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로 인정했다. '면책'이었다.

 

 

진보든 보수든 집권 때마다 한결같이 '규제철폐'를 들고나왔다. 하지만 '규제 전봇대', '손톱 밑의 가시'라는 말만 유행했을 뿐 별 성과는 없었다.

공공기관에 민원을 넣어본 이들은 안다. 다수의 공직자가 법과 규정만 따진다. 철밥통을 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만하다.

경제성을 최고로 치는 민간 기업은 숫자로 나타나는 이윤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영역의 성과는 애당초 계량하기가 어렵다. 공익성과 수익성의 상반되는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하여 선례가 없으면 규정을 찾을 수밖에 없다. 편의주의라는 비판이 따르지만 잘못되면 징계를, 잘되면 특혜시비에 휘말리니 그럴만하다.

행동경제학의 손실회피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얻은 것의 가치보다 잃은 것의 가치를 더 크게 평가'한다. '가만있으면 중간은 간다'라거나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나서지 말고 적당히 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고 있다. 기술과 산업은 물론 가치 기준까지 변하고 있다. 당연히 공직자의 자세와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더욱 창의적이어야 하고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

이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가 적극행정면책이다.

면책은 공직자가 공익을 위해 능동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잘못을 면제·감경해 주는 것이다. 사후감사 의식 말고 소신 있게 일하라며 만든 제도다.

현 정부 감사원의 혁신과제에도 권력기관 감사 강화와 함께 적극행정면책 활성화가 포함되어 있다.

이미 사례도 많다. 얼마 전 경남 도내 한 공무원이 결격업체와 음식물쓰레기처리 계약을 체결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되었다.

하지만 감사원은 악취 등 주민불편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시 관내 유일한 업체였다는 점 등을 인정하여 면책하였다. 규정 위반으로 보지 않고 적극행정으로 판단했다.

최근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새로운 사업을 할 때, 하지 말라는 법의 근거가 없으면 해도 괜찮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적극적으로 일하는 공직자를 보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런데도 아직 적극행정면책을 체감하지 못하는 공직자가 많다. 홍보와 권장에서 나아가 한 단계 더 높은 동기부여 수단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이미 밀려들었다. 변화의 시대에 가장 위험한 것은 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 과거의 논리로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다.

설거지하다 그릇 깨는 사람이 그릇 깰까 봐 설거지하지 않는 사람보다 낫다.<<<

 

<경남도민일보(2018. 12. 24)에 게재되었던 글을 일부 첨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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