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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화폐민주주의연대 뉴스레터 - 2 / 서익진의 Q&A, 용어해설

by 운무허정도 2022. 4. 18.

 

서익진의 화폐민주주의 Q&A  - 2

은행은 대출할 때 누구의 돈을 빌려줄까요?

출처 : https://kr.freepik.com/vectors/people'>People 벡터는 pch.vector - kr.freepik.com가 제작함</a>

만약 여러분이 1백만 원이 꼭 필요한데 수중에 없다면 어떻게 할까요? 시간이 좀 있다면 당신은 가진 뭔가(재산 또는 자산)를 팔아서 돈을 확보할 수 있겠지요? 혹시 어딘가에서 알바 같은 일자리를 찾아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둘 다 여의치 않으면 친구나 친지 등 다른 사람에게 꿀 수도 있고, 아는 사람한테 돈을 꾸기가 뭣하다면 결국 은행 대출을 받겠지요? 꼭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요. 또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아, 장사나 사업을 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가 밑천도 좀 있어야 하니 당장 돈이 궁한 당신에겐 적합한 방법이 아니니 일단 제외합시다.

정리하면, 1)재산 매각, 2)노동력 판매, 3)개인 차입, 4)은행 대출이 되겠습니다. 이 네 가지 방법은 사실상 돈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개인 차원이나 거시경제 차원에서 모두 동일한 효과를 낳을까요? 하나씩 생각해봅시다.

먼저, 뭔가 가진 것을 파는 방법을 봅시다. 당신이 고물 승용차를 중고로 100만 원에 팔았다고 칩시다. 그 결과 당신은 재산(자동차)이 감소하고 돈이 매각대금만큼 수중에 들어옵니다. 차를 산 사람은 그 반대가 되겠지요. 따라서 자동차와 돈의 소유자만 바뀌었을 뿐 경제 전체에 재산의 재고량과 유통 중인 돈의 양(통화량)은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둘째, 일자리를 갖는 방법입니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일하는 능력 즉, 노동력을 팔고 그 대가로 임금(시간급, 일당, 월급, 연봉 등)을 받습니다. 노동력과 돈을 교환한 겁니다. 그러나 노동력은 당신 몸에 내재된 것으로 따로 떼어서 양도될 수 없는 것이니 사실은 무엇을 판 것일까요? 당신의 노동력을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할 권리를 판 것이죠. 당신의 되돌릴 수 없는 귀중한 시간 말이죠. 이 기간 동안 당신은 스스로 할 일을 결정하지 못하고 고용주가 시키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고용주는 당신의 노동이 자신이 돈을 버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겠지요. 따라서 뭔가 가치가 있는 것 그래서 남에게 팔아서 돈이 될 수 있는 것을 생산하는 일을 시킬 겁니다. 아, 물론 이러한 고용주의 의도가 항상 성공하지는 못하겠지만 당신에게 약속한 임금은 지불해야겠지요. 여기서 고전학파의 노동가치설과 마르크스의 착취이론이 나오죠.

여기서 우리의 관심은 노동력이란 상품과 노동시장의 특수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돈과 관련해 이 노동계약이 초래하는 결과이지요. 당신은 임금으로 돈을 받고 고용주는 자신의 돈이 인건비로 지출됩니다. 여기서도 경제 전체의 통화량은 변함없고 돈의 소유권이 이전되었을 뿐입니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당신의 노동력이 새로운 가치의 창출에 기여했다면 고용주는 이 가치를 포함하고 있는 생산물을 팔아서 돈을 회수할 겁니다. 경제에는 그만큼 새로운 가치가 증가할 것이고, 결국 국내총생산(GDP)도 증가합니다.

 

셋째, 아는 사람에게 돈을 빌리는 방법입니다. 당신이 친구에게 100만 원을 빌린다면 그 친구는 수중의 현금(통화) 100만 원이 감소하고 당신 수중의 현금이 그만큼 증가합니다. 만약 친구가 계좌이체로 송금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예금(통화)이 감소하고 당신의 예금이 증가하죠. 이 경우에도 경제 속의 통화량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당신에겐 향후 갚아야 할 빚(채무, 부채)이 생겼고, 친구에겐 돈을 돌려받을 권리(채권)가 생겼습니다. 친구는 아마 용도를 물어볼 수 있겠지만 당신은 꼭 알려줘야 하는 건 아니죠.

넷째, 은행 대출을 받는 방법입니다. 당신은 모 은행에 가서 은행직원과 대출상담을 합니다. 직원은 당신에게 돈의 용도를 묻고 신용등급(나이, 직업, 연봉 등)을 파악하죠. 때로는 담보를 요구하거나 보증인을 세우라고 하겠지요. 친구와는 달리 은행은 ‘묻지 마’ 대출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당좌대월이나 카드론 같은 경우가 있지만 이것들은 개설 한도도 작고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하고 이자도 비쌉니다. 어쨌든 상담이 잘 되어 대출신청이 승인되었다 합시다. 은행직원은 컴퓨터 속에 있는 당신의 은행계좌를 열고 키보드로 1,000,000이라는 수치를 두들긴 후 엔터키를 탁 칩니다. 그 순간 당신 계좌에 돈이 입금되고, 당신의 휴대폰이 문자 도착 신호음을 울립니다. “모 은행 입금 1,000,000원.” 이 순간부터 당신은 이 돈을 지출할 수 있죠.

여기서 생각해봅시다. 앞의 세 가지 방법에서 당신의 중고차를 구입한 사람, 당신을 고용한 사람, 당신에게 돈을 빌려준 친구는 모두 예외 없이 일백만 원이라는 돈을 가지고 있었기에 해당 계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 돈을 당신에게 주었으니 당신의 현금이나 예금은 증가했지만 그들 각자가 소유한 돈은 그만큼 감소했죠. 그래서 경제 전체의 통화량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자, 이제 물어봅시다. 은행이 당신에게 대출한 그 돈 일백만 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누구의 돈일까요?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누구의 수중이나 계좌에서 일백만 원이 감소했을까요? 보기를 드리겠습니다.

1) 누군가 은행에 예금한 돈

2) 은행이 일해서 번 자신의 돈

3) 한국은행(중앙은행)이 그냥 준 돈

4) 한국은행에서 빌린 돈

5) 다른 민간은행에서 빌린 돈

6) 어느 누구의 돈도 아니며, 키보드를 칠 때까지는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허공에서 새로 만들어낸 돈.

정답은 몇 번일까요? 먼저 떠오르는 대로 즉답을 하십시오. 그리고 다른 답들도 보면서 과연 선택한 답이 정답일지 곰곰 생각해보세요. 제 경험으로 정답을 단번에 맞힌 사람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없었습니다. 이 물음은 정말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보고 듣고 알고 있는 돈의 세상과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베일로 감춰진 진정한 돈의 세상으로 여러분을 초대하는 “열려라 참깨!”와 같은 비밀의 주문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충분히 숙고해보시고, 주변 사람들과도 의논해 보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미안합니다만 정답과 설명은 다음 호를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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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익진의 용어해설 - 2

신용이란 무엇인가?

출처 : <a href='https://kr.freepik.com/vectors/people'>People 벡터는 pch.vector - kr.freepik.com가 제작함</a>

신용(信用, credit) 자체를 살펴보기 전에 신용이란 단어가 들어 있는 용어들부터 살펴볼까요. 국어사전에 실린 것만 해도 신용거래, 신용경색, 신용경제, 신용공여, 신용공황, 신용관리, 신용구매, 신용기관, 신용대금, 신용대출, 신용등급, 신용보험, 신용부도, 신용장, 신용조사, 신용(협동)조합, 신용증권, 신용창조, 신용출자, 신용카드, 신용판매, 신용화폐 ... 와! 정말 많네요. 이것도 전부는 아닙니다. 이 용어들로부터 ‘신용’이란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감이 잡히나요? 이처럼 어떤 단어가 사용되는 다양한 용법으로부터 그 단어가 가진 공통의 의미를 끌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돈의 세계에서는 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신용입니다. 현대의 화폐사회나 화폐경제를 신용사회나 신용경제라고도 칭할 정도이죠. 그만큼 돈(화폐)과 신용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그러나 돈과 신용은 다른 것이라는 짐작이 들지 않습니까. 당장 돈이 없어도 신용이 있으면 외상을 얻거나 대출을 받기 쉬우니 다시 일어서기도 유리하고, 거래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 사업에도 도움이 됩니다. 신용의 첫 번째 사전적 의미는 ①사람이나 사물이 틀림없다고 믿어 의심하지 않음. 또는 그런 믿음성의 정도입니다. 즉, 신용이란 신뢰나 신임의 뜻으로 사회생활에 있어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이어주는 바탕이 된다고 설명되죠.

그러나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이러한 일반적인 의미가 아니라 경제적 의미입니다. 국어사전은 ②거래에서 물건을 먼저 주고받은 다음, 물건 값을 뒷날 치르는 거래라고 정의합니다. 이건 ‘외상’과 같은 뜻이네요. 하지만 조금 부족하죠. 그래서 예를 들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 신용을 찾아보면 “채권·채무관계를 내용으로 하는 인간관계”로 정의하고, “주관적·심리적 의미보다는 객관적인 인간들 간의 관계 즉 사회관계를 가리키며, 이때 주관적·심리적 요소는 부수적인 성격을 띤다”라고 부언 설명되고 있습니다.

요컨대 신용은 상대방이 돈을 갚을 것이라는 주관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하지만 채권·채무관계라는 객관적인 사회관계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주체들 간의 신용은 사회적 규제로 보호의 대상이며, 문제가 생기면 법에 호소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신용이란 단어는 빚, 채무, 채권, 추심, 소송 등 채권·채무 관계와 관련된 여러 다른 용어들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신용을 주고받는 것은 주로 두 가지 경우가 있죠. 하나는 일정한 금액을 빌리고 빌려주는 대차거래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상품의 외상거래에서 나타납니다. 대차거래는 대부분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신용을 제공할 때죠. 이때 신용을 제공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대출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긴 하지만 당좌대월, 마이너스 통장, 신용카드 한도 증액 등도 흔히 사용되죠. 상품의 외상거래에서는 물건 값을 즉시 지불하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난 시점에 지불하기로 하는 거래에서 나타나는 신용을 상업신용이라 하는데, 이것도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사실상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물건 값에 해당하는 금액을 빌려준 것이나 다름없죠. 따라서 외상거래가 성립하는 순간 상품의 소유권은 넘어가지만 채권채무 관계가 남아 있죠. 기업 간 외상거래에서는 이러한 대차관계의 이행을 보증하기 위해 주로 수표(자기앞수표 제외), 어음(약속어음, 환어음), 채권 등 이른바 유가증권이 사용되죠. 이러한 유가증권의 양도는 결제가 아니라 결제의 연기이며, 유가증권은 외상거래의 성립과 향후의 결제를 보증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약속된 만기에 채무가 돈으로 지불될 때 비로소 최종 결제가 이루어지고 채권채무 관계는 청산됩니다.

이러한 신용거래가 경제 전체의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신용경제 또는 신용사회라는 말이 나왔을 겁니다. 신용은 채권·채무 관계의 발생을 의미하며, 이 관계의 최종 청산은 오로지 돈(현금과 예금통화)으로만 가능합니다. 신용경색(credit crunch)은 서로에게 신용 공여하는 것을 꺼리는 상태가 일반화되는 경우를 말하며, 특히 은행 간 신용 공여가 둔화될 때 현실화됩니다. 신용위기(credit crisis)는 신용이 만기에 돈으로 최종 결제되지 못하는 일(부도라고 하죠)이 집중적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발생하는 경우를 지칭합니다. 보통 일단 신용경색 상태가 조성되면 이것이 신용위기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신용은 돈(화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신용을 표현하는 유가증권은 일정액의 돈을 요구할 수 있는 청구권을 나타내는 증서일 뿐 돈 자체는 아닙니다. 일반인은 물론 심지어 경제학자나 경제정책 담당자 중에도 신용과 화폐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러한 가장 기초적인 사항조차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이른바 화폐의 본성과 은행의 비밀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 통화금융 시스템에 관한 올바른 인식을 방해하는 근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익진은 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였다. 프랑스 그르노블 사회과학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경제와 국제경제를 다룬 다수의 저서와 논문, 번역서를 출간하였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를 계기로 화폐금융의 문제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여, 현재는 화폐의 본질과 현행 통화 공급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화폐민주주의연대’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 글은 그가 「화폐민주주의연대 뉴스레터」에 게재한 것이다.

<화폐민주주의연대 뉴스레터 2호 전체를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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