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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진 도시이야기

진해

by 허정도 2012. 1. 25.

‘진해’ 지명에 대한 글입니다.

‘진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옛 마산시 진동면 일대’의 ‘진해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대한제국시대에는 ‘통합 이전 창원시(옛 의창군)와 옛 마산시 진동면·진전면·진북면 일원’을 ‘진해군’이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1908년 행정구역변경 때 진해군이 현재의 진해지역이 포함된 웅천군과 함께 창원부로 통합되면서 ‘진해’라는 지명은 사라졌습니다.

2년 뒤인 1910년, 창원부가 마산부로 바뀌면서 이 일대도 마산부에 속했다가 1912년 지금의 진해군항과 배후도시였던 신도시 지역을 ‘마산부 진해면’으로 결정합니다.
4년 동안 이름이 없어졌던 진해는 현재의 위치에서 다시 행정구역명칭으로 되살아난 것입니다.
진동 쪽의 지명이 지금의 위치로 옮겨져 되살아 난 것입니다.

이렇게 다시 지명으로 역사에 나타난 '진해'는 1914년 3월에 '창원군 진해면'으로 바뀌었고, 1931년 4월 1일 진해읍으로 승격되었습니다.

진해가 독립 시로 승격된 것은 해방 10년 후인 1955년 9월 1일이며, 그때부터 진해는 한국 최고의 군항도시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하지만 2010년 7월 1일 마산 창원과 통합되면서 창원시 진해구가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지난 100여 년 간 ‘진해’라는 명칭이 겪은 부침이 참 심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행정구역명칭의 변화와 달리, 일본군부에서는 러일전쟁을 준비하던 시기부터 거제군과 웅천군 및 고성군까지를 포함한 넓은 해역 전체를 ‘진해만’이라고 불렀습니다.

빠르게는 1898년 육군대신 가쓰라의 문서와 1903년 해군작전계획서에서도 이 해역을 ‘진해만’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미 ‘진해현’ ‘진해군’으로 사용되고 있었던 명칭이기도 했지만, 이 해역이 러시아 함대를 격멸시킬 수 있는 해군근거지라는 뜻에서 ‘바다를 제압한다’는 의미의 ‘진해(鎭海)’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조선시대 사용했던 진동지역의 진해는 우리 선조들이 만든 명칭이었지만, 지금 사용하는 ‘진해’는 일본군부가 지은 것이어서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지명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진해·웅천향토문화연구회 황정덕 회장은 일본인 죽국우강(竹國友康)의 저서 『ある日韓歷史の旅』에서 “일본이 제멋대로 붙인 이름이라, 해방 후에 실은 진해라는 이름은 바꾸어야 되는 것이었으나.......”라며 진해라는 지명 사용에 아쉬움을 나타내었습니다.

유명한 도시사학자 손정목 교수도 황정덕 회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일본인들이 지은 이름이라 진해라는 지명은 해방 후 바뀌었어야 했다’ 고 합니다.

일견 수긍되는 측면도 있지만, '진해'라는 지명이 지금의 진해와 멀지 않은 진동지역에서 조선시대부터 사용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최근에 “진해시민으로 살고 싶다”면서 통합창원시에서 진해가 분리되기를 원하는 주장도 나왔는데, 생명체처럼 변하는 것이 도시니 미래에 진해는 다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