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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26. 00:00

아! 경화동,,,


100여년 전, 일본군부에 의해 강제로 조성된 진해신도시는 식민지 시대 여느 도시처럼 기존 시가지에 일본인이 들어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름다운 해안·비옥한 농토와 함께 평화롭게 살던 마을주민들을 강제로 내쫓고 만든 도시였습니다.
그리고,
이 도시의 뒤에는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한국인들의 신도시 ‘경화동’이라는 음지가 있었습니다.

진해 현지조사단이 해군대신 재등실(齋藤實) 앞으로 보낸 ‘진해군항시설지 실지답사보고서’라는 서류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진수부·공창·수뢰단·화약고·대포발사장·병원·연병장·관사·시가·정차장·묘지·학교 등 제반시설의 위치와 규모를 결정하고 그 이유가 기록되어있습니다. 
이  보고서 끝에 「실지조사를 바탕으로 각 조사원의 소견이 일치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라며 6개 항을 붙여 놓았는데 그 4번째에 ‘한국인 처리’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내용은 「한국인을 일본인과 함께 살게 하는 것은 위생 등의 문제로 불가하다, 격리하는 것이 맞다, 격리시킬 위치는 신시가지 동쪽에 있는 덕산방면이 좋다」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덕산방면’은 최종결정 때 신도시와 덕산 사이의 중간지점(속칭 한일거리)으로 바뀌었습니다.
시가지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진 지점에 조선인 거주지를 만들면 신도시조성과정에 필요한 노동력공급이 불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 정책에 의해 일제는 1907년 3월 강제적 수단을 동원하여 마을을 철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값싼 지대에 불만을 품은 한국인들의 반발을 막기 위해 땅값지불은 일본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진행되었습니다.

진해에 일본군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진해주민들의 저항이 많았습니다.
도만이 개(도만포) 부근에서 측량하던 일본해군을 쫓아내기도 하고(1905. 5), 토지보상비를 거부하기도 하고(1906. 10), 한국인 소유의 산림을 집어 먹으려는 마산부윤 아들의 횡포를 돌리(석동)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막아내기도 했습니다(1910).
하지만 힘 없는 주민들이 일본군부의 강제력을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11개 마을의 390여 호 2천여 명의 한국인들은 조상 대대로 일구고 살았던 땅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들은 일본군들이 이미 준비해둔 신도시 동쪽 약 2.5키로 지점의 ‘한일거리’라고 불렀던 벌판에 강제로 집단이주 당했고, 이들에게는 가구당 45평 정도로 구획된 택지를 받았습니다.
격리당한 한국인들의 땅 한일거리는 이후에 ‘경화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한국인들의 집단거주지역이 되었습니다.

경화동에는 약 4m내외의 좁은 도로가 격자형으로 배치되었고, 아래 그림처럼 길 중간 중간에 소방 목적의 7개 공터가 주어졌습니다.

이 공터는 후에 일본의 군사시설(비행장) 때문에 열지 못하게 된 풍호동 ‘풍덕개장’이 옮겨와 매 3일과 8일에 열리는 5일장 장터로도 사용되었습니다.
7개의 공터는 각각 장터로서의 기능이 달랐는데 ①은 나무전, ② 8일 싸전, ③ 3일 일용잡화, ④ 8일 일용잡화, ⑤ 3일 고기전, ⑥ 3일 싸전, ⑦ 8일 고기전이 열렸습니다.
이런 전통으로 경화동에는 지금도 5일장이 열리며 상설재래시장도 열리고 있습니다.

다음 그림은 1945년에 경화동을 찍은 항공사진과 현재 위성사진입니다.

식민지 도시에서는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생활공간이 격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진해의 경우처럼 기존마을 주민들을 내쫓아 격리시킨 후 그곳에 지배자만의 도시를 건설한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경화동’은 비극적인 공간입니다.

격리명분이 위생문제였다고 하지만 사실은 치안문제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교육에 있어서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차별화하는 일본의「내선별학(內鮮別學)」통치원리로부터 온 것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가 군사기밀이 필요한 군항도시라는 점도 고려되었을 것입니다.

일본인들이 강제력으로 건설한 진해신도시는 ‘빼앗은 자의 도시’였습니다.
경화동은 쫓겨나간 한국인들의 격리구역, 즉 ‘빼앗긴 자의 도시’였습니다.
마치 백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지배한 뒤 원주민들을 격리시킨 ‘인디언보호구역’과 같았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일제가 경화동의 위치를 신도시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즉 ‘자신들을 위해 일하러 오기에 적절한 거리’에 둠으로써 지배자로서의 도시공간배치를 시도하였다는 사실입니다.
 

비극의 땅, 진해 경화동.
국운이 꺼져가던 이 나라의 처참한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든 땅입니다.<<<


Trackback 1 Comment 1
  1. 괴나리봇짐 2011.10.26 01:14 address edit & del reply

    저희 고모가 경화동에 지금도 살고 계시죠. 대충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런 내막이 있었군요. 슬픈 동네 경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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