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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편

300만명이 굶주리며 죽어가던 그때 뭘했냐고 묻는다면?

by 허정도 2009. 9. 17.


안녕하십니까? 허정도입니다.

오늘은 이 시대의 글 꾼 황석영의 『바리데기』라는 소설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소설의 소재는 북한의 참상을 배경으로 쓴 뿌리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글 솜씨가 워낙 뛰어난 까닭에 책장이 잘 넘어갑니다.


 

소설의 전반부에서는 주인공 바리를 통해 식량부족으로 겪는 북한의 참혹한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90년대 중반, 대한민국의 지척에서 삼백만 명이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죽어간 바로 그 시기입니다.

한 대목 보겠습니다.


 

‘미이 언니와 두만강에 나갔다가 사람이 천천히 떠내려 오는 걸 보았다. 어린애를 업은 채 앞으로 처박힌 아낙네의 시체였다. 아기와 엄마가 함께 죽은 것이다. 나중에 그 강변에는 더 많은 시체들이 떠내려 오곤 했는데 맞은편 중국인 마을에서는 자기네 기슭에 닿으면 장대로 밀어내곤 했다.’

 


 

‘칠월 말부터 시작된 폭우는 팔월 중순이 넘도록 계속되었다. 산비탈에 심은 옥수수며 남새밭들은 모조리 쓸어내려갔고 철길과 도로는 곳곳이 무너지고 끊겼다. 라디오방송에서는 나라 전체가 물구덩이 속에 잠겼다고 말했다. 홍수가 넘친 들판과 시 변두리에 시체들이 둥둥 떠다녔다.’

 


어떻습니까?

저의 경험과 상식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잔혹한 굶주림이었습니다.

 

이런 굶주림을 견디지 못한 바리는 할머니를 따라 두만강을 건너고 중국을 거쳐 홀로 런던으로 가는 밀항선을 탑니다.

런던 차이나타운의 밑바닥 생활을 견디어낸 바리는 희망을 꿈꾸며 파키스탄사람과 결혼합니다.

그러나 희망 앞에 또 다시 9·11테러와 영국 지하철 테러가 터지면서 소설은 미래의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둘러싸인 인간세상의 위태로움을 예감하며 끝이 납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한 대목 소개합니다.

바리가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한 독백입니다.

'수많은 도시들과, 찬란한 불빛들과, 넘쳐나는 사람들의 활기를 보면서, 우리가 그렇게 굶주리며 죽어가고 있었을 때 이들 모두가 우리를 버렸고 모른 척한 것에 대해 섭섭하고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나라 밖에서 내 나라 말이 통하는 유일한 나라, 북한.

같은 민족인 우리는 언제쯤이나 함께 살 수 있을까요.





 ※ 책 읽어주는 남자 9월 16일 방송입니다.


바리데기 - 10점
황석영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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