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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7. 00:00

김형윤의 <마산야화> - 122. 남선일보의 수난

 

122. 남선일보(南鮮日報)의 수난

 

 

일문(日文) 지방신문 남선일보가 경영난으로 세인의 동정이 쏟아졌다는 것은 별보(別報)와 같거니와 이 신문이 일반에 주는 성격상 인상은 하등의 정치적 재정적 배경도 그리고 국수사상이나 군벌 예찬 같은 그런 것은 아예 없고 말하자면 지방으로 전락한 자유주의자 몇 사람이 제작한 순수한 지방지라는 것이 적중할 것이다.

 

발행 부수와 보급 범위가 극히 좁고 경제적 기초가 없으니 사원의 보수와 신문사로서 항상 재고되어야할 용지마저 그날그날 허덕이는 판이니, 활자 개체(改替)같은 것은 일종의 몽상에 지나지 못한 형편으로 루비활자 전체가 폐자(廢字)가 되다시피 망가져서 교정원들은 비명을 울리고 있었다.

 

 

 

<1929년 9월 19일 자 남선일보 기사 / 남선일보는 일제 강점기 마산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에 의해 발행된 일본어 신문이다>

 

 

공교롭게도 시기가 마친 검열 당국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소화 천황의 즉위식-1928년 어대전(御大典)의 성전식(聖典式) 기사의 제목이 큰 실수를 저질렀으니, 문선(文選)과 대교(對校)를 거쳐 편집국을 통과한 신문이 배달 도중 고등경찰에 전부 압수되고 편집국 책임자, 문선, 교정원들이 긴급 검속(檢束)되었다.

 

각 신문마다 황실에 대한 기사는 전 심혼을 기울이고 조심조심하는 것인데, 이날 천황의 즉위한 어대전(御大典)()’자가 불경스럽게도 ()’자로 오식되어 있었던 것. 그래서 걸리기 쉽고 싱겁기 짝이 없는 불경죄, 말 한 마디 실수하면 판에 박힌 2년 징역인데, 이것은 굵다란 활자로 자 대신 자가 박혀 충분한 증거로 등장하였으니 회사의 간부들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런 불경한 일이 자기들 관할 내에서 생겼기 때문에 문제를 확대시키지 않고 문선 교정 몇 사람에게는 뺨 몇 대, 검도봉(劍道棒) 몇 차례의 세례 정도로 마치고 신문은 근정(謹訂)’으로 낙착되었다.

 

그러나 즉위식 다음해 신년호가 또 검열경찰의 비위에 거슬렸다.

 

어대전(御大典) 사건 뒤 상부로부터 견책을 받은 그들 경찰은 신문사를 요시(要視)하던 중인데 원단(元旦)신문에 게재된 천황 내외의 사진이 매우 희미하여 노발대발한 나머지 회사의 간부와 기계공을 호출하는 일방 신문은 모조리 압수되어 회사로서는 더욱 궁지에 빠지고 말았다.

 

또한 경찰이 남선일보를 항상 색안경을 보고 밉게 본 진원(震源)될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캐보면 이런 일이 있었다.

 

보통 일인들은 연초에 먹을 음식 중에서도 떡은 이미 섣달 하순경부터 준비하는 것인데 소화 천황 선대인 대정(大正)이 지병으로 태자인 소화가 섭정하게 된 4년만인 19261225일 기세(棄世)하여 그들 국민들은 소위 양암(諒闇) 중이라 하여 애도에 잠기고 있었을 무렵, 남선일보 외근기자 한 사람이 그의 친지 입에서 떡방아 찧는 것을 보고

 

대정 천황은 굶주린 거지 귀신이다. 모처럼 우리들 국민이 정초 떡을 만들어 낙()을 삼고 있는 이때 하필이면 허기증이 들어 얻어먹기 위해 죽어버렸으니 말이다

 

라고 이와 같은 불손불경한 말을 신명나게 지껄이고 있을 때 그 기자와 평소보터 감정이 틀린 일인 노파가 엿듣고 즉각 경찰에 밀고한 것이다.

 

기자와 그의 친지는 엄중한 문초를 받았는데 친지는 이 일을 확대하지 않고 발설치 않는 조건으로 석방하고, 문제의 기자는 일본의 그의 고향으로 가는데 관부연락선까지 미행의 감시를 붙여 강제 추방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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