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2

도강언(都江堰)에 올라 이빙(李冰)을 흠모하다 중국 사천성 일대를 여행하였다. 십 수차례 드나든 중국이지만, 보면 볼수록 놀라운 것은 수천수만 겹 녹아있는 역사의 층위다. 대륙은 깊고 넓었으며 언제나 새로운 것을 보여 주었다. 지구상에 유수한 역사를 가진 나라와 민족이 많지만 중국만큼 볼거리가 많은 나라도 없다. 기기형형한 자연은 물론이고 추측하기 조차 힘든 거석과 미금의 조형품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천하제일이라는 만리장성도,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 넘었다는 병마용도, 사천성 여행의 도강언처럼 가슴 요동치는 감동을 내게 주지는 못했다. 근대의 힘으로도 상상하기 어려운 위대한 수리시설 도강언이 역사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250년대이다. 지금으로부터 2천수백 년 전,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기 수십 년 전의 일이다. 황무지였던 성도평원을.. 2010. 2. 16.
300만명이 굶주리며 죽어가던 그때 뭘했냐고 묻는다면? 안녕하십니까? 허정도입니다. 오늘은 이 시대의 글 꾼 황석영의 『바리데기』라는 소설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소설의 소재는 북한의 참상을 배경으로 쓴 뿌리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글 솜씨가 워낙 뛰어난 까닭에 책장이 잘 넘어갑니다. 소설의 전반부에서는 주인공 바리를 통해 식량부족으로 겪는 북한의 참혹한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90년대 중반, 대한민국의 지척에서 삼백만 명이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죽어간 바로 그 시기입니다. 한 대목 보겠습니다. ‘미이 언니와 두만강에 나갔다가 사람이 천천히 떠내려 오는 걸 보았다. 어린애를 업은 채 앞으로 처박힌 아낙네의 시체였다. 아기와 엄마가 함께 죽은 것이다. 나중에 그 강변에는 더 많은 시체들이 떠내려 오곤 했는데 맞은편 중국인 마을에서는 자기네 기슭에 닿.. 2009.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