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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도시이야기

조선총독부가 대한민국정부의 전신?

by 허정도 2012. 7. 18.

창원시 추진하고 있는 마산임항선 철도부지의 푸른 길 가꾸기 사업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철도부지를 관리하는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에서 창원시더러 임항선 부지를 사용하려면 400억에 매입하라했기 때문입니다. 임대할 경우에는 연간 4억 정도가 필요하지만 장기임대는 곤란하며, 현행 법률상 다른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은 국유지인 철도부지를 관리하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매입요구 주체는 사실상 정부라고 보아야 합니다.

이 글은 정부의 이런 입장에 대한 질문입니다.

 

제국주의 국가가 식민지에 부설하는 철도는 식민지의 방대한 토지와 물자 그리고 노동력수탈을 전제로 합니다. 20세기 벽두에 시작된 일제의 한반도 철도공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제는 철도건설을 이유로 조상 대대로 지켜온 한국인의 논과 밭을 무상 혹은 무상에 가까운 헐값으로 탈취했습니다. 탈취과정도 악랄했습니다. 공권력과 경찰을 앞세워 제멋대로 경계말뚝을 박았고, 이에 저항하면 법을 들먹이며 힘으로 눌렀습니다.

한참 농사를 짓고 있던 논밭까지 뒤집어엎은 후 그 농작물을 군마의 먹이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창졸간에 땅을 빼앗긴 한국 민중들의 참상은 목불인견이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대한매일신보는 가옥을 철거당한 주민들이 길바닥을 헤매고, 전답을 빼앗긴 농민들은 농사를 포기하고 논두렁 밭두렁에서 울고불고 하는 형편 이라고 기사로 남겼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철도공사 때 노역착취도 극심했습니다.

전국의 연선 주민들이 철도역부로 동원되어 살인적인 노역을 강요당했습니다. 총칼로 무장한 일본 감독자는 무자비한 폭행에다 처형까지 감행하여, 철도공사에 끌려가면 ‘살아서 갔다가 죽어서 돌아온다(生行歸死)’는 말까지 떠돌았습니다.

부녀자를 겁탈하고 양민을 학살하고 비협조적인 군수를 폭행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영국 언론인 멕켄지는 ‘일제의 철도부지 수탈은 약소민족에게 자행할 수 있는 가장 범죄적인 포학이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거지가 되었다’ 고 했습니다.

땅을 지키기 위해 일제와 친일세력을 상대로 거센 저항도 하였지만 주권 잃은 나라의 민초들 힘으로 막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한마디로 식민지 시대의 철도는 일본에 의한 피해 당사자인 한국인들의 토지와 노동력으로 건설된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문명의 이기(利器)이기 이전에 침략과 수탈과 탄압의 도구였습니다.

마산 임항선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이 철로 역시 오래 전 마산사람들의 피와 땀이 서린 통한의 땅입니다.

1905년과 1923년 두 번에 걸친 수탈과정에서, 마산사람들도 집단으로 일제에 저항했지만 결국 토지를 뺏기고 말았습니다. 강제로 동원된 공사장에서 배고픔과 수모를 참아가며 노역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참혹한 역사가 서린 저 임항선 철로를 대한민국의 정부가 창원시에 돈을 받고 팔려합니다.

저는 이런 정부의 입장과 법률이 납득되지 않습니다.

조선총독부가 강제로 탈취해간 철도부지를, 땅을 뺏긴 지역의 주민들이 공익을 위해 사용하자는데 돈을 받고 팔려니 말입니다.

최근 우리 정부의 대법원은 일본기업더러 식민지 시대 우리 국민에게 끼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식민지 피해보상 해석을 정부차원에서 민간 기업에까지 확대한 것입니다. 이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입니다.

그런데, 일본에 대해서는 민간 기업에까지 피해보상을 요구하면서 일본에게 빼앗겼던 자국민들의 땅은 돈 받고 되넘기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조선총독부가 대한민국정부의 전신인지, 아니면 오래된 장물이라 주인이 바뀐 건지, 진실을 외면하는 이중적 역사 해석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에 묻습니다.

첫째, 저 철도가 무상 토지수탈과 강제 인력동원에 의한 식민지 철도라면, 국유지라는 단순한 판단에 앞서 역사적 성찰이 먼저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요?

둘째, 조선총독부의 토지소유권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대한민국정부는, 일제의 토지강탈 과정을 확인할 의무는 없고 토지소유에 대한 권리만 있는지요?

셋째, 수명이 끝난 임항선 철도부지가 원래 마산사람들의 땅이었다면, 최초에 땅을 빼앗긴 사람들의 후손들 즉 지금의 마산사람들 품으로 돌려주어야 마땅한 것 아닌지요? 역사는 그렇게 바로 잡는 것 아닌지요?

답을 듣고 싶습니다.<<<

<2012년 7월 1일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